김호령의 입지가 탄탄해지고 있다.
KIA 타이거즈 중견수 김호령(32)이 지난 27일 SSG 랜더스와 인천경기에서 6연패 탈출을 이끌었다. 9번 중견수로 선발출장해 4타수 2안타 1득점 1도루를 기록하며 4-2 승리에 기여했다. 6회초 안타와 도루로 2루까지 진루했다. 1사후 3루주자로 패트릭 위즈덤의 땅볼때 홈에 돌진했으나 아쉽게 아웃되고 말았다.
0-0이던 연장 11회초 무사 1,2루에서 절묘한 번트안타를 성공시켜 4득점의 발판을 놓았다. 3루 파울 라인 방향으로 굴러가는 절묘한 번트를 성공시켰고 빠른 발로 1루를 먼저 밟아 무사 만루 찬스를 만들었다. KIA는 박찬호의 밀어내기 볼넷과 위즈덤의 2타점 적시타를 앞세워 승기를 잡았다.
타격 뿐만 아니었다. 호령존 수비로 끝내기 패배를 막아냈다. 9회말 2사 2루 위기에서 안상현의 잘 맞은 타구를 좌중간 펜스 앞에서 잡아냈다. 누가보더라도 끝내기 안타성 타구였는데 끝까지 질주해 걷어내는 슈퍼 캐치로 패배를 막았다. 경기후 이범호 감독이 "9회말 호수비는 패배를 막는 수비였다. 11회초 무사 1, 2루 찬스에서 번트안타도 팀 승리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칭찬했다.

김호령은 올해 백업생활을 청산하고 주전 중견수로 발탁받아 제몫을 하고 있다. 이날까지 288타석에 들어섰다. 2016년 이후 가장 많은 타석을 소화하고 있다. 타율 2할7푼4리 5홈런 33타점 32득점 8도루 OPS .776(장타율 4할3푼4리, 출루율 3할4푼3리)를 기록중이다. 처음으로 장타율 4할을 넘기며 OPS는 커리어하이이다.
김호령이 가장 빛났던 시기는 2016시즌이었다. 2015시즌 신인시절 "전세계 최고의 중견수"라는 당시 김기태 감독의 찬사를 받았다. 2년차를 맞아 주전 중견수로 발탁을 받아 풀타임 시즌을 보냈다. 124경기 514타석에 들어섰다. 121안타를 터트려 타율 2할6푼7리 8홈런 41타점 19도루 72득점 OPS .706(출루율 3할3푼3리, 장타율 3할7푼3리)를 기록했다.
주전 중견수였기에 타격은 우등성적은 아니었지만 쓸만한 성적이었다. 그러나 우승이 필요했던 구단은 2016시즌을 마치고 외야진에 큰 변화를 주었다. FA 최대어 좌익수 최형우를 영입했다. 이어 3할 20홈런을 기록한 1루수 브렛 필과 재계약을 하지 않고 외야수 로저 버나디나와 계약했다.

졸지에 주전 외야수 2명이 생겨나면서 김호령의 입지는 크게 흔들릴 수 밖에 없었다. 결국 주전 자리를 버나디나에게 넘겨주고 백업요원으로 밀려났다. 대신 김 감독은 김호령을 대주자와 대수비 요원으로 활용했다. 특히 앞선 경기 후반에는 버나디나를 우익수로 이동시키고 김호령을 중견수로 기용하는 철벽외야조를 가동했다. 김호령은 호령존 수비력으로 우승에 기여했다.
김호령은 계속 백업요원으로 자리했다. 외야 주전들이 요지부동이었고 자신도 폼을 여러번 수정하면서 타격에서 혼돈의 시간이 길어지며 중심을 잡지 못했다. 오히려 타격 성적이 퇴보하며 입지도 좁아졌다. 2023시즌은 1할대로 떨어졌고 2024시즌은 1할3푼6리에 그쳤다. 박정우에게 밀려 64경기 67타석에 불과했다. 한국시리즈를 앞두고 옆구리 부상을 당해 엔트리에 끼지 못하고 씁쓸하게 우승을 지켜봐야 했다.
올해도 2군에서 개막을 맞이했지만 외야수들의 부상과 집단 부진으로 5월 중순부터 주전으로 발탁을 받았다. 이범호 감독의 집중적인 개인 레슨을 받아 타격을 새롭게 정립했다. 국내 최고수준의 중견수 수비력에 타격까지 눈을 떴으니 주전이 아니될 수 없었다. 계속되는 출전과 체력부담으로 슬럼프 조짐을 보였으나 최근 6경기에서 3할4푼8리의 타격으로 상승세에 올랐다.

프로야구에서 중견수의 가치는 크다. 리그 1위를 지키는 염경엽 감독은 "나는 중견수는 무조건 수비를 먼저 본다"며 박해민의 가치를 높게 평가하고 있다. 중견수로 안타를 삭제하는 능력이 승리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김호령도 올해 그 가치를 느끼게 해주고 있다. 한때 김호령을 트레이드로 원하는 팀도 있었다. 만일 보냈다면 큰 일이었다. 이대로 시즌을 잘 마친다면 내년에도 입지가 탄탄해질 전망이다. /sunn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