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던지던 투수 2군 내리고…엄상백에게 다시 기회 준다, 한화가 미련 못 버리는 이유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25.09.01 07: 38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는 올 시즌 팀 평균자책점 1위(3.47)를 계속 유지하고 있다. 리그에서 가장 마운드가 좋은 팀이다 보니 2군에서 잘 던지고 있어도 콜업 기회를 받지 못하는 투수들이 꽤 있다. 지난해까지 1군에서 비중 있게 던졌던 장시환, 이민우, 장민재, 윤대경은 시즌 내내 2군에만 머무르고 있다. 
전천후 우완 투수 이태양은 그나마 사정이 낫지만 1군에서 2군으로 내려간 것이 네 번이나 된다. 1군 등록일수는 3~4월 14일, 5월 6일, 6월 9일, 8월 12일로 총 41일에 불과하다. 시즌 전체 성적은 14경기(11⅓이닝) 1패 평균자책점 3.97 탈삼진 8개. WHIP 1.68 피안타율 3할1푼8리로 세부 성적은 불안하지만 추격조로는 쓰임새 있는 투수다. 
지난달 19일 콜업 후 3경기에서 3이닝 2피안타 1볼넷 3탈삼진 무실점으로 막았다. 그러나 31일 대체 선발로 예고된 김기중이 1군 엔트리에 등록되면서 이태양이 다시 자리를 비워줬다. 9월 확대 엔트리를 코앞에 두고 2군행이라 선수 개인으로선 힘이 빠질 법하다. 퓨처스리그에선 22경기(33이닝) 7승2홀드 평균자책점 1.36으로 더는 보여줄 게 없다. 

한화 엄상백. 2025.08.09 /cej@osen.co.kr

한화 이태양. 2025.08.28 / soul1014@osen.co.kr
이런 가운데 한화는 9월 확대 엔트리 5명 중 2명을 투수로 올린다. 지난달 현역으로 군복무를 마치고 돌아온 사이드암 강재민은 김경문 한화 감독이 일찌감치 예고한 9월 콜업 멤버다. 지난달 12일 전역 후 퓨처스리그에서 4경기를 던지며 실전 감각을 끌어올렸다. 4⅓이닝 5피안타 1볼넷 2사구 3탈삼진 2실점으로 평균자책점 4.15. 
강재민은 2020~2023년 1군에서 4시즌 통산 207경기 8승14패13세이브46홀드 평균자책점 3.65를 기록한 검증된 불펜 자원이다. 207이닝 동안 삼진 193개 잡을 만큼 구위가 좋고, 슬라이더라는 확실한 결정구도 있다. 30일 퓨처스리그 SSG전에서 1이닝 무실점으로 최종 점검을 마쳤다. 총 투구수 18개로 최고 시속 143km, 평균 142km 직구(4개), 슬라이더(10개), 투심(4개)을 던졌다. 
강재민과 함께 또 한 명의 콜업 투수는 사이드암 엄상백이다. 4년 최대 78억원 대형 FA 계약으로 한화에 온 엄상백은 19경기(16선발·70⅓이닝) 1승7패 평균자책점 7.42로 크게 부진했다. 5월 중순 2군에 다녀왔지만 눈에 띄는 반등이 없었다. 후반기 첫 3경기를 구원으로 던지다 지난달 9일 잠실 LG전에 다시 선발 기회를 받았지만 1이닝 5피안타(1피홈런) 3볼넷 1탈삼진 6실점으로 난타를 당한 뒤 다시 2군으로 내려갔다. 
퓨처스리그에서 구원으로 던지며 재조정했다. 지난달 27일 고양전에서 1이닝 4피안타 1볼넷 3실점(1자책)으로 흔들렸지만 29일 SSG전은 1이닝 무실점 삼자범퇴로 막았다. 이어 연투에 나선 30일 SSG전에는 1이닝 2피안타 1볼넷 2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했다. 내야 안타 포함 안타 2개, 볼넷 1개로 2사 만루 위기를 자초했지만 삼진을 잡고 실점 없이 극복했다. 총 투구수 28개로 최고 시속 149km, 평균 147km 직구(16개) 중심으로 체인지업(9개), 커브(2개)를 섞어 던졌다. 
한화 엄상백. 2025.07.23 /cej@osen.co.kr
김경문 감독은 남은 시즌 엄상백을 선발이 아닌 구원으로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직구-체인지업에 의존한 단조로운 투구 패턴으로 긴 이닝 소화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구위는 여전히 좋다. 2016~2018년 KT 시절 통산 28홀드를 거둔 불펜 경험도 있다. 불펜으로 짧은 이닝에 힘을 압축해서 던지면 장점인 구위를 최대로 살릴 수 있다. 구위만 보면 쉽게 미련을 버릴 수 없는 투수다. 남은 기간 구원투수로서 장점을 찾고, 잃어버린 자신감을 회복한다면 가을야구에서 활용될 가능성이 없지 않다. 
김경문 감독은 7월말 엄상백에 대해 “올 시즌 유난히 어려운 시즌이지만 그것 또한 (엄)상백이가 이겨내야 한다”며 “우리 팀에서 한국시리즈까지 큰 경기 치른 선수가 몇 명이나 되나. 그 중에 한 명이 상백이다. 지금은 우리 팀과 팬들의 기대치에 못 미치고 있지만 나중에 정말 한 경기가 중요할 때 도움을 줄 때가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2021년 KT의 창단 첫 통합 우승 멤버인 엄상백은 2023년 한국시리즈 4차전 선발 포함 포스트시즌 7경기(4선발) 경험이 있다. 
1위 LG에 5.5경기 뒤진 2위 한화는 3~5위 SSG, 롯데, 삼성에 8경기 차이로 넉넉히 앞서있다. 1위가 멀어졌지만 2위가 유력한 만큼 9월 잔여 20경기에 주요 선수들을 무리하지 않고 다양한 시험을 해볼 수 있다. 시즌 내내 부진한 엄상백에게 다시 기회를 줄 여유가 된다. 다만 이번에도 엄상백이 살아나지 못하면 1군에서 많은 기회를 받지 못한 투수들에겐 큰 박탈감을 줄 수 있다. 엄상백이 보다 확실한 책임감을 갖고 반등해야만 한다. 
한화 엄상백. 2025.07.26 / dreamer@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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