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 같이 뛰겠다.”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 베테랑 내야수 노진혁(36)은 올 시즌 8월이 되어서야 1군 기회를 잡았다. 올해 1군 스프링캠프에도 합류하지 못했고 2군에서도 고질적인 허리 부상, 그리고 경기 도중 당한 손목 인대 파열 부상 등으로 재활군에서만 머물러야 했다.
2022시즌이 끝나고 맺은 4년 50억원의 FA 계약도 3년차에 접어든 상황. 부상과 부진 등으로 주춤한 사이 젊은 선수들이 치고 올라와서 자리를 다 잡았다. 노진혁이 비집고 들어갈 자리가 좁아졌다.
결국 같은 베테랑 전준우의 부상 덕분에 겨우 1군에 돌아올 수 있었다. 가까스로 1군에 복귀했지만 마음가짐은 달랐다. 그는 “신인의 마음으로, 개 같이 뛰겠다”라면서 후반기 백의종군을 다짐했다.

그렇게 노진혁은 주어진 기회를 최대한 살리기 위해 노력했다. 수비보다는 공격에 집중하고, 좌투수 보다는 우투수 상대로 나오는 플래툰 자원이지만 최근 승리의 요소요소에 노진혁이 숨어 있었다.
지난 28일 사직 KT전에서는 대타로 출장한 이후 수비까지 소화하며 팀의 연장 끝내기 승리를 이끌기도 했다. 9회 2사 후 3루타, 그리고 연장 11회 2사 후 안타를 치고 나가면서 무승부에서 승리 기회를 만들었고 결국 고승민의 끝내기 안타가 터지며 중대 고비에서 3-2 끝내기 승리를 이끌었다.
지난달 31일 사직 두산전, 7번 지명타자로 출장했다. 앞선 3타석은 삼진 2개와 중견수 뜬공으로 물러났다. 하지만 3-0으로 앞선 8회 4번째 타석에서 결국 우전안타를 때려냈다. 이후가 중요했다.

롯데는 번트 작전을 시도했지만 한태양이 수행하지 못했다. 하지만 2스트라이크 이후 좌중간 안타를 때려냈다. 이때 1루에 있던 노진혁이 2루를 밟고 지체하지 않고 3루까지 향했다. 두산 좌익수 김민석의 어깨가 약하다는 것을 간파하고 일찌감치 판단해 질주했고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으로 3루를 점령했다.
무사 1,3루의 기회를 이어갔고 이호준의 볼넷으로 이어진 무사 만루에서 박찬형의 중견수 희생플라이 때 홈까지 밟았다. 쐐기점을 만들었다.
8월 12연패라는 최악의 시간을 보내고, 3위에서 내려왔지만 4위 자리는 지켰다. 3위부터 8위까지 3.5경기 차이로 다닥다닥 붙어 있는 초접전의 순위 경쟁 상황. 선수단 모두가 집중해야 하는 시기다.

롯데는 노진혁에 더 많은 역할을 요구할 수밖에 없는 시점이 됐다. 확대 엔트리 시행과 잔여 경기 일정이 시작되는 9월이 되면 햄스트링 부상으로 이탈했던 전준우가 돌아올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전준우는 햄스트링이 아닌 손목 통증으로 복귀가 지연되고 있다.
노진혁이 전준우를 대신할 해결사이자 특급 조커 역할을 해주는 게 필요하다. 과연 한 시즌 내내 기여도가 거의 없었던 노진혁은 가장 중요한 시기, 롯데에 힘을 보태고 FA 선수의 존재감을 보여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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