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역사에서 손꼽을 정도로 추악한 이적 사가가 막을 내렸다. 알렉산더 이삭(26)이 39일의 대치 끝에 기어코 뉴캐슬 유나이티드를 떠나 리버풀 유니폼을 입는 데 성공했다.
리버풀은 2일(한국시간) 구단 홈페이지를 통해 "뉴캐슬 유나이티드에서 이삭 영입을 완료했다. 이삭은 메디컬 테스트를 성공적으로 통과한 뒤 이적시장 마감일에 계약했다. 그는 새로운 9번 선수로 프리미어리그 챔피언에 합류했다"라고 공식 발표했다.
이삭은 리버풀과 6년 장기 계약을 맺었으며 등번호 9번을 배정받았다. 이적료는 1억 2500만 파운드(약 2360억 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이는 프리미어리그 역대 최고 이적료 신기록이자 전 세계 축구 역사를 통틀어 역대 3위에 해당하는 액수다.
마침내 리버풀 유니폼을 입은 이삭은 "정말 놀라운 기분이다. 여기에 오기까지 긴 여정이었다. 하지만 이제 이 팀과 이 클럽, 이 클럽이 자랑하는 모든 것의 일원이 되어 정말 기쁘다. 나 스스로 자랑스럽고, 정말 기대된다"라고 이적 소감을 밝혔다.
이어 그는 "사건이 일단락되고 다시 뛸 수 있게 되어 기쁘다. 팀원들과 팬들을 만나길 기다리고 있다"라며 "팀에 많은 걸 바칠 수 있고, 발전할 여지가 많다고 생각한다. 난 스트라이커지만, 항상 팀에게 최대한 많은 걸 제공하고 싶다. 주로 득점이지만, 그보다 더 많은 걸 해내고 싶다. 그리고 모든 대회에서 우승하고 싶다"라며 각오를 다졌다.


태업 선언과 프리시즌 투어 불참, 공개적인 이적 성명 끝에 원하는 바를 이뤄낸 이삭이다. 그는 올여름 리버풀의 러브콜을 받자마자 뉴캐슬 측에 떠나겠다고 선언했다. 실제로 이삭은 빠르게 리버풀과 구두 합의를 마쳤으며 뉴캐슬의 한국 프리시즌 투어에도 동행하지 않았다.
다만 뉴캐슬로서도 지난 시즌 42경기 27골을 터트린 핵심 공격수 이삭을 쉽게 보내줄 순 없었다. 에디 하우 감독은 그를 붙잡으려 노력했다. 뉴캐슬 구단도 기본 금액 1억 1000만 파운드(약 2070억 원)에 1000만 파운드(약 188억 원) 이하의 보너스로 이뤄진 리버풀의 영입 제안을 거절하며 이삭의 몸값으로 1억 5000만 파운드(약 2823억 원)를 들고 오라고 요구했다.
그럼에도 이삭은 무조건 리버풀로 이적하겠다며 떼를 썼다. 그는 에이전트를 통해 다시는 뉴캐슬을 위해 뛰지 않겠다고 통보했고, 뉴캐슬이 약속을 어겼다고 공식 성명을 내기도 했다. 이삭은 "현실은 분명하다. 약속이 있었고, 구단은 오랫동안 내 입장을 알고 있었다"라며 "약속이 깨지고 신뢰가 깨졌을 때 관계는 지속될 수 없다. 지금 내 상황이 바로 그렇다"라고 항의했다.
하지만 뉴캐슬의 설명은 달랐다. 뉴캐슬 구단도 3시간 30분 후 공식 성명을 발표하며 "매우 유감스럽다. 이삭은 계약 기간이 남아있으며 구단 관계자로부터 올여름 팀을 떠날 수 있다는 어떠한 약속도 받은 적이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라며 "이번 여름 이삭의 매각 조건은 아직 충족되지 않았다. 앞으로도 충족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못 박았다.

뉴캐슬은 이적시장 막판에 구단주까지 이삭의 집을 직접 찾아가 설득하려 노력했다. 그러나 이삭은 끝까지 뉴캐슬 잔류를 거부했다. 그러자 뉴캐슬은 6900만 파운드(약 1288억 원)를 들여 슈튜트가르트에서 닉 볼테마데를 영입해 이삭의 이탈에 대비했다. 추가로 옵션 포함 5500만 파운드(약 1026억 원)를 투자해 브렌트포드 공격수 요안 위사까지 스쿼드에 추가했다.
결국 리버풀이 이삭의 이적료를 1억 2500만 파운드로 상향 조정해 다시 제안하면서 뉴캐슬의 승낙을 얻어냈다. 영국 '데일리 메일'에 따르면 뉴캐슬은 이미 오래 전부터 구단 분위기를 망친 이삭을 정리하려 마음 먹었고, 리버풀이 액수를 높여 제시하기만 기다리고 있었다. 구단 내부에선 이삭 매각이 이뤄지면서 '안도감'까지 돈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디 애슬레틱'은 뉴캐슬의 행보에 의문을 품었다. 매체는 "뉴캐슬은 이삭을 리버풀로 떠나보내면서 구단 야망에 대한 우려가 덩구 커지고 있다"라며 "뉴캐슬의 이번 여름 이적시장을 일종의 승리로 치부하긴 어렵다. 단기적으론 괜찮을지 몰라도 장기적인 결과는 불투명하다. 결국 그들은 월드클래스 선수를 잃었다"라고 지적했다.

또한 디 애슬레틱은 "뉴캐슬의 일관성은 마지막 순간 무너졌다"라며 "이삭에겐 슬픔과 분노가 공존한다. 그는 모하메드 살라나 엘링 홀란급의 대우를 받을 만도 하다. 하지만 뉴캐슬에서 큰 기쁨을 선사하고 역사를 쓴 그의 이번 행보는 자신의 유산을 완전히 지워버렸다. 이삭은 경기에 뛰지 않음으로써 하우와 팀 동료들, 그리고 팬들을 경멸했다. 아름다운 선수였지만, 추악한 결말"이라고 꼬집었다.
뉴캐슬에 그나마 위안인 건 이삭을 어떻게 다시 팀에 합류시켜야 할지 고민할 필요가 없어졌다는 점이다. 그는 이미 뉴캐슬 동료들과도 척을 졌고, 팬들로부터 '개자식'이라는 욕설을 듣기도 했다. 이 정도로 파국에 다다른 이상 어쩔 수 없이 결별하는 게 서로에게 최선이었다.
디 애슬레틱은 "뉴캐슬은 모든 사가가 끝났다는 안도감과 함께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하지만 이삭이 없다는 건 두 시즌 연속 리그 20골 이상 넣은 스트라이커가 없다는 걸 뜻한다. 이는 야심 찬 계획도 아니고, 클럽의 최고를 위해 뭔가 하려는 것도 아님이 명백하다"라며 "이삭은 떠났다. 미쳤다. 정말 미쳤다"라고 충격을 감추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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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스카이 스포츠, 리버풀 소셜 미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