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연패 후유증은 컸다. 롯데 자이언츠가 9회말 프로와는 거리가 먼 황당 송구 실책으로 경기를 내주며 146일 만에 5강권에서 이탈했다.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는 3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5 신한 SOL뱅크 KBO리그 KT 위즈와의 시즌 마지막 맞대결(16차전)에서 통한의 8-9 끝내기패배를 당했다.
경기 시작부터 조짐이 좋지 않았다. 선발 알렉 감보아가 제구 난조에 시달리며 5⅓이닝 6피안타(1피홈런) 5볼넷 9탈삼진 4실점 106구를 남기고 아쉽게 마운드에서 내려왔다. 타선은 0-3으로 뒤진 2회초 1사 만루에서 손호영의 2타점 적시타로 추격했지만, 3회초부터 6회초까지 4이닝 연속 침묵했고, 감보아에 이어 올라온 최준용(⅓이닝 2실점), 윤성빈(1이닝 2실점)이 연달아 무너지며 2-7로 크게 뒤진 채 7회초를 맞이했다.
롯데는 그대로 물러서지 않았다. 7점을 줬지만, 8점을 내서 스코어를 뒤집었다. 7회초 선두타자 손호영의 빗맞은 행운의 2루타가 빅이닝의 서막이었다. 이어 대타 박찬형이 추격의 1타점 2루타를 친 뒤 폭투를 틈 타 3루에 도달했고, 고승민이 10구 끝 볼넷, 나승엽이 스트레이트 볼넷으로 만루를 채운 가운데 레이예스가 2타점 좌전 적시타, 김민성이 1타점 2루타를 연달아 날리며 6-7 1점차 추격을 가했다.
롯데의 공격이 계속됐다. 1사 2, 3루에서 유강남이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난 가운데 한태양이 이상동의 초구를 받아쳐 유격수 키를 넘기는 2타점 적시타로 연결했다. 2-7로 뒤지던 경기를 8-7로 뒤집은 순간이었다.
기쁨도 잠시 롯데는 7회말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윤성빈이 2023년 8월을 끝으로 홈런이 없는 장준원에게 동점 솔로홈런을 허용했다. 그리고 타선은 7회초 모든 힘을 쏟아부었는지 8회초 무기력한 삼자범퇴에 이어 9회초 2사 1루에서 대타 장두성이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나며 득점하지 못했다.

롯데는 예상대로 8-8로 맞선 9회말 마무리 김원중을 올렸다. 지난달 31일 사직 두산 베어스전 이후 이틀을 쉰 김원중은 1사 후 안치영, 허경민에게 연속 안타를 맞으며 급격히 흔들렸다. 이어 옛 동료 이정훈을 만나 무려 9구까지 가는 승부 끝 볼넷을 내주며 만루 위기를 자초했다.
내야진이 전진 수비를 펼친 가운데 김원중은 장진혁을 만나 2B-1S 불리한 카운트에서 장기인 포크볼을 던져 땅볼 타구를 유도했다. 때마침 타구가 3루수 박찬형 글러브 속으로 들어갔고, 박찬형이 홈을 겨냥하며 포스아웃에 이은 2사 만루 상황이 예상됐다.

그런데 여기서 예상치 못한 변수가 발생했다. 올 시즌 독립리그 신화로 연일 주목을 받았던 박찬형이 포수를 훌쩍 넘기는 악송구를 범한 것이다. 3루주자 안치영에게 끝내기 점수를 내준 치명적인 실책이었다. 박찬형은 망연자실한 표정과 함께 그라운드에 주저앉았고, 롯데는 그렇게 경기를 내줬다.
롯데는 이날 패배로 시즌 62승 6무 61패를 기록하며 6위로 추락했다. 롯데가 5강권에서 이탈한 건 4월 10일(공동 7위) 사직 KIA 타이거즈전 이후 무려 146일 만에 일. 그 동안 기대 이상의 경기력을 뽐내며 상위권을 유지했고, 한때 선두권을 넘보기도 했지만, 최근 12연패를 당한 뒤 후유증에 시달리며 6위로 떨어지기에 이르렀다. 롯데의 가을야구가 참으로 멀고도 험하다.

/backligh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