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NC 다이노스 이호준(49) 감독이 속된 말로 뚜껑 열렸다. 경기 흐름에 전혀 맞지 않은 2루 도루 실패에 격노했다. 사인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는지 경기 중 보기 드문 분노를 표출했고, NC는 끝내기 패배로 아쉬움을 삼켜야 했다.
지난 3일 대전 NC-한화전. 5-5 동점으로 맞선 9회 한화 마무리투수 김서현을 상대로 NC가 기회를 잡았다. 선두타자 도태훈이 5구 만에 몸에 맞는 볼로 1루에 나갔다. 김서현의 5구째 시속 153km 직구가 원바운드로 바닥에 꽂힌 뒤에 도태훈의 왼쪽 다리를 맞혔다.
도태훈이 1루에 나가자 NC는 발 빠른 홍종표를 대주자로 투입했다. 무사 1루 오영수 타석에서 김서현은 홍종표가 의식됐는지 초구를 던지기 전 1루 견제구를 던졌다. 이어 1~2구 연속 슬라이더가 바깥쪽 존 밖으로 빠지면서 제구가 흔들렸다.
투볼에서 3구째 존에 들어온 직구에 파울을 친 오영수. 이어 4구째 직구가 다시 존에 들어왔고, 1루 주자 홍종표가 2루로 뛰었다. 한화 포수 허인서가 빠르고 정확하게 송구했고, 한화 유격수 하주석이 2루에서 공을 받고 자연스럽게 홍종표를 태그했다.
도루 실패로 주자가 지워진 순간. 3루 NC 덕아웃에서 이호준 감독이 잔뜩 화가 난 모습을 보였다. 모자를 벗고, 고글을 벗더니 1루를 손으로 가리켰다. 중계 화면에 비친 이호준 감독 입 모양으로 봐선 도루를 하지 말라고 했는데 한 것에 대한 분노로 보여졌다.
홍종표가 덕아웃에 들어온 뒤에도 1루 쪽을 바라본 것으로 비춰볼 때 이호준 감독의 질책은 김종호 1루 베이스코치를 향한 것으로 보인다. 사인 전달이 제대로 안 됐는지, 아니면 사인을 무시한 채 도루를 했는지 알 수 없지만 승부처에서 허무하게 주자가 죽으며 NC의 분위기가 가라앉았다.

계속된 공격에서 오영수는 김서현과 6구 승부 끝에 몸쪽 직구에 루킹 삼진을 당했다. 순식간에 투아웃. 권희동이 볼넷으로 걸어나간 뒤 박시원의 우전 안타로 2사 1,2루 기회가 이어졌지만 박세혁이 좌익수 뜬공으로 물러나 3출루에도 득점 없이 이닝이 끝났다. 김서현은 제구 난조 속에도 1이닝 1피안타 1볼넷 1사구 1탈삼진 무실점으로 고비를 잘 넘어갔다.
9회초 기회를 날린 NC는 9회말까지 마무리 류진욱이 1⅓이닝을 실점 없이 막고 연장으로 승부를 끌고 갔다. 그러나 10회말 이준혁이 이도윤에게 좌중간 2루타를 맞으며 이어진 1사 3루에서 대타 안치홍을 자동 고의4구로 거른 뒤 황영묵과 승부를 택했다. 안치홍의 도루로 이어진 1사 2,3루에서 이준혁은 황영묵에게 우익수 앞 끝내기 안타를 허용하며 5-6으로 NC가 졌다.
선발 신민혁이 3회 1사에 내려간 뒤 불펜만 8명을 쓴 NC로선 뼈아픈 끝내기 패배. 57승59패6무(승률 .491)로 5할 승률에 실패한 7위 NC는 공동 4위 삼성, KT와 격차가 2경기로 벌어졌다. 1경기가 급한 상황에서 이호준 감독의 격노를 부른 9회 홍종표의 도루 실패가 두고두고 아쉽게 됐다. 불펜을 소모한 채 대전을 떠난 NC는 창원에서 4~5일 두산, 6~7일 KIA 상대로 홈 4연전을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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