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홍윤표 선임기자] 프랑스 문학비평가 알베르 티보데(1874-1936)는 “소년기는 밝고 맑으며 자발적이고 개방적이다. 자기에게 독특한 조화가 있으며 완전한 생활과 논리를 가지고 있다. 청년기는 고백할 수 없는 비밀에 가득 차 있고 색조는 불분명, 부자연하며 하나의 과도기이다. 소년은 하나의 상태, 청년은 하나의 추이”라고 묘파했다.(『소설의 미학』에서 인용)
티보데의 언급처럼, 소년기는 어른들이 ‘규정’하기 어려운 저만의 독특한 세계가 똬리를 틀고 있다. 소년기 시절에 어떤 아픔을 겪었던, 아니면 의식하지 못하고 그저 지나쳤든지 간에 어른들의 ‘지난 시간’도 녹아있을 터. 그러나 어른이 된 그들이 선뜻 이해할 수 없는 어린이들의 이상 행동은 흔히 목격할 수가 있다.
최근 출간된 『꿈틀 우주선의 아이들』(문예원 발행)은 바로 그런 어린이들의 눈과 목소리를 담아낸 이색 동화집이다. ‘어른과 함께 읽는 치료 동화집’이라는 부제를 달고 나온 이 책은 옛이야기, 창작동화, 치료동화를 소재로 연구와 창작 활동을 하는 서영미 작가의 첫 동화집이다.
작가가 직접 그린 그림이 아주 잘 어울리는 이색 동화집 『꿈틀 우주선의 아이들』은 세상에서 흔히 말하는 ‘틱 장애’를 가진 어린이들과 자폐스펙트럼 장애를 지닌 어린이들에 대한 진솔한, 그러나 내밀한 그네들의 소리를 작가적 상상력으로 가미해낸, 이른바 ‘치유를 위한 동화집’이다.
최근 세계적으로 다양한 연구와 보건정책 지원을 받고 있는 자폐증은 '자폐스펙트럼장애(Ausitm Spectrum Disorder)'라고 불릴 정도로 매우 다양한 형태를 띤다고 한다. 만일 주변에서 이런 증상을 갖고 있는 아동이나 일반인을 만난다면, 이들의 이상행동을 이해하고 도울 수 있는 길을 이 책은 동화를 통해 제시한다.
서영미 작가는 2014년에 동국대 대학원에서 『북한 구전동화의 정착과 변화양상 연구』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동안 소재와 자료를 발굴하기가 그리 쉽지 않은 영역인 북한 관련 저술로 『남녘 사람들을 위해 새로 쓴 북녘의 첫 번째 옛이야기집』(2021, 민속원)을, 『뇌를 알면 공부가 쉬워져요』(2007, 효리원)를 펴냈다.
『꿈틀 우주선의 아이들』은 서영미 작가가 박사학위 취득 후 서울대 어린이병원 감성센터와 꿈틀꽃씨쉼터에서 2014년부터 2019년 코로나 사태 이전까지 5년 가까이 동화교실을 운영하며 만났던 어린 친구들에 대한 우정과 감사의 마음을 담은 것이다.
서영미 작가는 “어른들은 아플 경우 열심히 아픕니다. 그러나 아이들은 어제 수술하고 머리에 핀을 박고도 눈만 떠지면 뭔가 하려고 합니다.”
작가는 그것을 일러 ‘생명의 역동성’이라고 표현했다. 동화교실을 운영하며 “그들의 ‘치열한 삶’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됐다”고 밝힌 작가는 “이후 틈틈이 그들의 병증에 대해 단편 동화를 썼고, 그것을 한 책으로 엮게 됐다”고 출간 과정을 소개했다.
작가는 “이 동화집의 내용이 ‘그들에 대한 이해와 사랑, 양보의 마음을 우리에게 갖게 한다면 그들이 앞으로 걸어갈 세상이 조금은 따스하지 않을까’하는 마음에서 동화집을 출판하게 됐다”고 밝혔다.
“다름은 틀림이 아닌 또 하나의 아름다움이기 때문”이라는 작가의 말은 큰 울림을 준다.
김붕년 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정신과 교수는 “서울대 어린이병원에 감성센터가 설립된 것은 2012년이다. 몸 건강에 어려움이 있는 아이들 중 마음 건강에 어려움을 갖는 경우가 많아 전인적인 치료를 위해 이 센터가 설립됐다”고 소개했다.
김 교수는 “이 감성센터 프로그램에 참여한 서영미 작가는 동화와 그림을 포함한 다채로운 이야기를 통해 소통하며 아이들의 마음 건강을 위해 수고해주셨다”면서 “아이들의 세계는 어른들의 눈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두려움과 불안 그리고 상상과 희망 등이 응집된 세계”라면서 “이러한 경험을 통해 아이들은 몸과 마음의 어려움을 극복하며, 성장하는 힘을 더 키워간다. 부모님과 어른들도 이 치료 동화집을 읽으며 몸과 마음이 아픈 아이들의 성장과 극복과정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기회를 갖고, 더 보편적인 마음 건강에 이르는 과정을 경험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며 적극 추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