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33, LAFC). 만약 2015년 여름 만약 그가 리버풀이었다면 유럽 축구사의 흐름은 완전히 달라졌을까.
이안 그래햄 전 리버풀 단장은 지난 10일(한국시간) "리버풀은 2015년 여름 위르겐 클롭 체제 개편의 핵심 퍼즐로 손흥민과 호베르투 피르미누를 동시에 원했다"라면서 "심지어 위르겐 클롭 감독도 손흥민을 강하게 원하는 상황이었다"라고 보도했다.
그래햄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공격수 두 명이 한 팀에서 뛰는 꿈 같은 그림이 그려지고 있었다”며 “클롭 감독은 손흥민과 같은 스타일의 결속력 있는 공격수를 원했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우리는 결국 크리스티안 벤테케를 영입했고, 손흥민은 토트넘으로 향했다”고 아쉬워했다.
리버풀이 손흥민에게 매료된 이유는 명확했다. 세계적인 마무리 능력. 그래햄은 “손흥민은 메시와 함께 최고의 마무리를 지닌 선수다. 슈팅 정확도를 10% 끌어올리는 데 2년, 또 20%를 더 끌어올리는 데 다시 2년이 걸렸다. 지금 손흥민의 슈팅 능력은 세계 정상급 공격수들과 비교해도 20~30%는 더 우월하다”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위르겐 클롭 감독 역시 훗날 후회를 숨기지 않았다. 그는 “내 감독 인생에서 가장 큰 실수는 손흥민을 영입하지 못한 것”이라고 고백했다. 만약 손흥민이 피르미누, 사디오 마네, 모하메드 살라와 함께 ‘리버풀 삼각편대’를 이뤘다면? 챔피언스리그와 프리미어리그에서 리버풀의 황금기는 훨씬 더 길고 화려했을지도 모른다.
결국 손흥민은 토트넘 유니폼을 입었다. 첫 시즌 4골로 적응에 애를 먹었지만, 이내 잉글랜드 무대에 안착했다. 그는 무려 8시즌 연속 리그 두 자릿수 득점을 기록하며 토트넘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특히 2021-2022시즌에는 23골을 기록해 아시아 선수 최초 프리미어리그 득점왕에 올랐다. 페널티킥 없이 순수 필드골로 이룬 업적이라는 점은 더 큰 의미를 가진다.
손흥민은 단순한 리그 득점 기계가 아니었다. 2019년 토트넘의 챔피언스리그 결승 진출, 그리고 2024년 유로파리그 우승의 주역으로 ‘무관의 저주’에 시달리던 클럽의 역사를 바꿨다. 이 과정에서 그는 토트넘 레전드로 자리매김했고, 프리미어리그 사상 가장 성공한 아시아인으로 기록됐다.
A매치에서도 그의 존재감은 압도적이었다. 한국 대표팀의 주장으로 136경기에서 53골을 터뜨리며 한국 축구의 아이콘이 됐다. 월드컵, 아시안컵, 수많은 국제무대에서 그는 늘 가장 중요한 순간을 책임지는 해결사였다.

손흥민의 득점 패턴은 세계적 분석 기관들이 ‘교과서적 마무리’로 연구할 정도였다. 빠른 침투, 정확한 슈팅, 그리고 양발을 자유자재로 사용하는 능력은 프리미어리그 수비수들을 공포에 몰아넣었다. 토트넘 팬들은 그의 이름을 ‘쏘니’라 부르며 구단 최고의 레전드 중 한 명으로 인정했다.
하지만 그는 2024-2025시즌을 앞두고 또 한 번의 도전을 선택했다. 지난 8월, 손흥민은 토트넘과의 아름다운 작별 뒤 미국 MLS의 LAFC로 이적했다. 이유는 단순했다. 마지막 커리어를 ‘행복한 축구’로 채우겠다는 각오였다.
새 무대 적응도 빠르다. MLS 4경기에서 1골 1도움을 기록하며 팀에 녹아들었고, 국가대표팀으로 복귀한 9월 미국 원정 2연전에서도 2골 1도움을 올리며 여전한 ‘결정력의 황제’를 입증했다. MLS 공식 홈페이지는 “리그 역대 최고 이적료로 영입된 슈퍼스타다운 활약”이라며 “그의 결정력이 LAFC를 정상으로 이끌 가장 큰 무기”라고 강조했다.
만약 2015년 손흥민이 리버풀을 선택했다면? 클롭의 전술 아래 살라, 마네, 피르미누와 함께 ‘역대급 공격진’을 꾸렸을 것이고, 리버풀의 전성기는 더 길게 이어졌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역사는 이미 쓰였다. 손흥민은 토트넘에서 자신만의 이야기를 썼고, 이제는 MLS에서 또 다른 전설을 이어가고 있다.
손흥민은 단순히 ‘놓친 기회’가 아니다. 그는 토트넘의 레전드, 한국 축구의 아이콘, 그리고 MLS의 새로운 슈퍼스타다. 클롭과 그래햄의 아쉬움은 곧 그의 가치를 증명하는 반증일 뿐이다. 손흥민은 오늘도, 내일도 여전히 세계 축구의 무대 위에서 빛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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