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그것이 알고 싶다’(이하 그알)가 부산에서 발생한 17세 소년 살해 사건의 전말을 추적하며 충격과 슬픔을 안겼다.
지난 13일 방송된 ‘그알’은 ‘7시간의 살인 시나리오 – 누가 17세 소년을 죽였나’ 편을 통해 피해자 여준(가명) 군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끔찍한 학대의 실체를 조명했다.
■ “아들이 숨 쉬지 않는다”…신고자이자 가해자였던 친모
올해 1월 이른 오전, 아들이 숨을 쉬지 않는다며 신고 전화를 한 사람은 다름 아닌 친모 안 씨였다. 그러나 현장에 도착한 구조대는 이미 의식 없는 상태로 실려 나오는 여준이를 발견했다. 전신에 멍과 찰과상이 가득했고, 결국 그는 병원으로 이송된 직후 숨을 거뒀다.
부검 소견은 그야말로 처참했다. “옴 몸은 검붉게 얼룩져 있었고, 수없이 맞고 긁힌 상처가 남아 있었다”는 의사의 증언처럼 7시간 동안 이어진 체벌은 사실상 고문에 가까웠다고.
■ 절대자였던 이웃, ‘홍 씨’의 그림자
사건의 중심에는 친모 안 씨와 이웃 홍 씨의 기묘한 관계가 자리하고 있었다. 두 사람은 16여년간 가까이 지내며 아이들 교육을 함께했고, 홍 씨는 점차 ‘체벌’을 강요하며 안 씨를 심리적으로 지배했다. 홍 씨는 "본성이 진짜 못된 놈이거든. 주둥이 막고 묶어라. 정말 반 죽도록 패야 된다"란 식으로 안 씨에게 문자를 보낸 것이 드러나 보는 이들을 경악케 했다. 전문가들은 이를 “지배적 성격과 의존적 성격이 만나 치명적 결합을 이룬 사례”라고 분석했다.
안 씨는 홍 씨의 지시를 따르며 아들을 가혹하게 폭행했다. 손과 발을 묶고 테이프로 입을 막은 채 도구를 바꿔가며 7시간 동안 매질을 이어갔고, 뜨거운 물까지 붓는 등 상상조차 하기 힘든 고문이 자행됐다.
■ “나쁜 본성을 눌러야 한다”…가스라이팅의 결과
홍 씨는 여준을 ‘거짓말을 잘하는 문제아’로 프레임을 짜고 끊임없이 안 씨를 몰아세웠다. 실제로는 학교에서 장학생으로 추천될 만큼 모범생이었던 여준이었지만, 안 씨는 홍 씨의 말에 종속돼 아들을 향한 폭력을 멈추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공유 정신증”을 언급하며 “안 씨는 단절된 상황에서 홍 씨의 망상 체계가 전염돼 비정상적 사고에 빠졌다”고 지적했다.
■ 돈까지 빨아들인 관계
안 씨는 친정 식구들에게 돈을 빌려 매달 500만 원을 홍 씨에게 건넨 사실도 드러났다. 홍 씨는 아이 학대뿐 아니라 금전적 이익까지 챙긴 셈이다.
■ 비극의 결말과 남은 가족
결국 여준은 친모와 이웃의 공동 학대 끝에 숨졌고, 홀로 남은 여동생의 보호와 지원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법조계는 홍 씨에 대해 “공동 정범으로서의 범죄 혐의를 피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친모가 직접 아들을 죽음으로 몰아간 만큼 “가스라이팅을 받았다는 이유가 형량에 큰 영향을 주긴 어려울 것”이라 내다봤다.
방송은 “아이가 이미 오래 전부터 죽어가고 있었다. 학대 신호를 사회가 더 일찍 알아챘다면 비극은 막을 수 있었을지 모른다”라며 안타까움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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