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33, LAFC)의 존재감이 상상 이상이다. '축구 황제' 펠레와 '축구의 신' 리오넬 메시(38, 인터 마이애미)의 이름까지 소환됐다.
미국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SI)'는 14일(이하 한국시간) "손흥민과 드니 부앙가가 강력한 공격 듀오를 형성하며 LAFC의 득점 기록을 경신했다. 둘은 MLS에서 가장 위험한 파트너십을 구축하고 있다"라고 보도했다.
LAFC는 같은 날 미국 캘리포니아 샌프란시스코의 산타클래러 리바이스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5 MLS 30라운드 원정 경기에서 산호세 어스퀘이크를 4-2로 격파했다. 이날 승리로 LAFC는 시즌 12승 8무 7패(승점 44)를 기록, 서부 콘퍼런스 5위를 굳게 지켰다.
손흥민이 경기 시작 53초 만에 벼락 같은 선제골을 터트렸다. 그는 왼쪽 측면에서 아르템 스몰랴코우가 내준 땅볼 크로스를 오른발로 침착하게 마무리하며 MLS 무대 첫 필드골을 신고했다. 이는 LAFC 역사상 3번째로 이른 시간에 나온 득점이었다.
이후로는 부앙가의 하이라이트였다. 그는 전반 4분과 7분 폭발적인 질주 후 슈팅과 뒷공간 침투 후 칩샷으로 득점하며 멀티골을 넣었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부앙가는 후반 42분 역습 상황에서 해트트릭을 완성하며 LAFC 통산 93골을 달성, 카를로스 벨라와 함께 클럽 역대 최다골 공동 1위로 올라섰다.


LAFC를 넘어 MLS 최고의 공격력을 자랑하고 있는 손흥민과 부앙가다. 스티브 체룬돌로 감독은 "부앙가의 헌신과 능력, 팀을 위해 득점하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하려는 정신력은 대단하다"라며 "손흥민과 부앙가는 지치지 않았을 때 매우 위험한 선수들이다. 그들이 득점할 수 있는 위치에 계속 있길 바란다"라고 만족감을 표했다.
SI 역시 손흥민과 부앙가의 활약에 주목했다. 매체는 "부앙가는 7경기를 남기고 리그 18골을 넣었다. 이제 그는 MLS 30년 역사상 최초로 두 시즌 연속 20골을 달성한 선수가 될 수 있다. 더 많은 역사를 앞두고 있는 부앙가"라고 전했다.
손흥민의 효과도 빼놓을 수 없다. 앞서 부앙가는 "손흥민이 들어오면서 내게 더 많은 공간이 생겼다. 지금은 그가 집중 견제를 받으며 고립되는 순간이 많다. 하지만 우리는 해결책을 찾을 것"이라고 예고했다. 그리고 둘은 산호세전에서 4골을 모두 책임지며 시너지 효과를 입증했다.
손흥민은 지난달 LAFC에 입단한 뒤 곧장 팀 공격의 핵심으로 활약 중이다. 그는 데뷔전에서 후반 교체 투입된 뒤 페널티킥을 얻어냈고, 선발 데뷔전이었던 댈러스 FC와 경기에선 환상적인 프리킥으로 MLS 데뷔골을 터트렸다. 그리고 이번 산호세전 골로 2경기 만에 득점포를 재가동한 것.


말 그대로 미국 무대를 휩쓸고 있는 손흥민. SI는 그의 파급력을 펠레와 메시 수준에 빗댔다. 매체는 "손흥민의 존재감은 부앙가와 동료들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클럽 전체를 끌어 올렸다. 이는 (펠레가 활약했던) 옛 NASL 뉴욕 코스모스와 메시 시대의 인터 마이애미 외에는 그 어떤 미국 축구팀도 달성한 적 없는 성과"라고 극찬했다.
뉴욕 코스모스는 1975년 펠레를 영입하며 전성기를 맞이했다. 펠레에 이어 프란츠 베켄바워까지 영입하며 1978년부터 1980년까지 3시즌 연속 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다. 인터 마이애미 역시 2023년 메시를 영입한 뒤 리그스컵 우승, MLS 정규리그 최다승점 우승 등의 새 역사를 쓰고 있다.
경기장 안팎에서 최고의 스타였던 펠레와 메시. 이제는 손흥민이 그 다음 아이콘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평가다. 그의 위상이 해외에서도 얼마나 높은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제 LAFC는 손흥민과 함께 3년 만의 우승에 도전한다. SI는 "'블랙 앤 골드' LAFC의 큰 그림에서 여전히 우승 희망은 남아있다. 손흥민과 부앙가가 2022년 가레스 베일이 우승으로 이끌었던 이후 최초로 두 번째 MLS 정복을 꿈꾸고 있다"라고 전했다.

이번 시즌을 끝으로 LAFC를 떠나는 체룬돌로 감독도 손흥민의 합류에 웃음 짓고 있다. 그는 "미국 커뮤니티가 손흥민뿐만 아니라 LAFC를 응원하기 위해 나서고 있다. 이를 보니 경기장 주변 에너지가 너무 좋다. 한국에서도 LAFC 유니폼이 판매되고 있다고 들었다. MLS에도 놀라운 일이지만, 특히 LAFC로서는 처음 있는 일"이라고 감탄했다.
또한 체룬돌로 감독은 "가장 인상 깊었던 건 손흥민이 사람들과 팬들, 팀원들을 대하는 방식이다. 그는 놀라운 사람이다. 어디를 가든 쉽게 인정받긴 어렵다. 하지만 손흥민은 매우 친절하고, 인내심이 많으며 훌륭한 사람이다. 그가 우리 팀에 와서 행복하다"라고 말했다.
한편 LAFC는 MLS컵 플레이오프 진출을 눈앞에 뒀다. 다가오는 18일 솔트레이크 원정 경기에서도 승리한다면 4위 진입도 가능하다. 상위 4번 시드까지는 플레이오프에서 홈 어드밴티지를 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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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MLS, LAFC 소셜 미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