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사직까지’ 프로야구 新구장 시대, ‘SINCE 1989’ 수원은 안녕하신가요
OSEN 이후광 기자
발행 2025.09.17 05: 41

프로야구 대표 노후화 구장으로 꼽히는 잠실구장과 사직구장 모두 신구장 건립 계획이 발표된 상황. 두 야구장이 계획대로 완공된다면 1989년 개장한 수원구장만 20세기에 지어진 유일한 야구장으로 남게 된다. 리모델링이 된지도 어느덧 10년이 넘은 수원구장은 안녕한 것일까. 
지난해 1000만 관중을 넘어 올해 1090만 관중 시대를 연 KBO리그. 출범 44년 만에 누적 관중 2억 명을 돌파하며 국민스포츠로서의 입지를 제대로 굳혔고, 최근 이에 걸맞은 인프라, 특히 신구장이 들어서고 있는 상황이다. 광주(2014년 개장), 고척(2015년) 대구(2016년), 창원(2019년), 대전(2025년)에 이어 청라 돔구장이 2028년, 사직 신구장이 2031년, 잠실 돔구장이 2032년 완공을 목표로 잡았다.
신구장과 관련해 유일하게 계획이 없는 곳이 바로 수원이다. 그도 그럴 것이 막내 구단 KT 위즈가 수원에 터를 잡고 1군에 진입(2015년)한지 올해가 이제 11년째다. 대대적인 리모델링을 통해 신식구장의 구색을 어느 정도 갖춘 수원KT위즈파크를 한 번이라도 방문해 본 야구팬이라면 잠실, 사직만큼 경기장이 노후화됐다는 인상을 크게 받지 못한다. KT와 수원시의 끊임없는 노력 덕에 옛 야구장이 관중 친화적인 현대적 구장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OSEN DB

OSEN DB

하지만 내부를 들여다보면 수원도 신구장 건립이 시급하다. 수원구장은 지금으로부터 36년 전인 1989년 건립된 야구장으로, KT 창단과 함께 약 300억 원을 들여 리모델링을 실시한 뒤 2017년 수원시의 지원을 받아 관중석을 증축했다.
그러나 냉정히 말해 위즈파크는 ‘겉만 번지르르한’ 야구장이다. 최근 국토부에서 KT위즈파크 안전 점검에 나섰는데 골조 등 기초 시설이 ‘노후화’ 판정을 받았다. KT 관계자는 “개보수가 가능한 지적사항도 있었지만, 경기장 골조 자체는 손을 댈 수 없는 부분이다. 리모델링을 진행했다고 해도 야구장 자체가 워낙 노후화됐다”라고 전했다. 
OSEN DB
14일 오후 경기 수원kt위즈파크에서 '2015 타이어뱅크 KBO 리그 시범경기' kt wiz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에 앞서 개장식이 열렸다.염태영 수원시장이 축사를 하고 있다.이날 행사에는 염태영 수원시장을 비롯해 남경필 경기도지사, kt wiz 구단주 황창규 회장, 구본능 KBO 총재, 지역 국회의원 및 체육 관계자 200여명이 참석했다. /sunday@osen.co.kr
수원 신구장 건립은 과거 몇 차례 논의된 바 있다. 그러나 모두 백지화됐다. KT 창단 당시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가 2025년 2만5000석 규모의 새 야구장 건립 공약을 내세웠고, 약 4년 전에는 위즈파크 옆 축구장 자리에 신구장이 들어서는 청사진이 그려졌다. KT가 신구장 건설 기간 동안 서수원 지역으로 잠시 이사를 간 뒤 지하철역을 갖춘 신구장에 입성하는 ‘북수원 르네상스’ 조감도가 돌기도 했다. KT 관계자는 “하지만 지금은 신구장과 관련해 그 어떠한 이야기도 나오지 않고 있다”라고 한숨을 쉬었다.
신구장 건립 명분은 충분해 보인다. KT는 비인기 막내 구단에서 올해 6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을 노리는 강팀으로 성장했다. 2021년 창단 첫 통합우승을 거두며 위즈파크 1층에 전시된 우승 트로피 2개(정규시즌, 한국시리즈)가 늠름한 자태를 뽐내고 있다. 야구를 잘하니 관중들도 몰려든다. 지난해 구단 최초 80만 관중 시대를 열었고, 올해 88만 관중을 돌파한 상태다. 21차례 매진, 홈 9연전 매진 등 만원사례도 일상이 됐다. 
8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2024 신한 SOL뱅크 KBO 포스트시즌 준플레이오프 3차전 KT 위즈와 LG 트윈스의 경기가 열렸다. 이날 KT는 벤자민을, LG는 최원태를 선발 투수로 내세웠다.경기장을 방문한 관중들이 열띤 응원을 펼치고 있다. 2024.10.08/ ksl0919@osen.co.kr
KT 구단은 2025시즌을 마치고 위즈파크를 다시 한 번 대대적으로 개보수할 계획이다. 신구장과 관련한 논의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으니 지금의 야구장을 최대한 가꿀 수밖에 없다. 그러나 개장한 지 35년이 넘은 야구장을 리모델링, 개보수만으로 광을 낼 수는 없는 법. KT 관계자는 “수원구장은 기본 골조가 상당히 노후화돼 있다. 개보수와 리모델링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의미다. 창단 때처럼 경기도와 수원시의 관심이 필요하다”라고 힘줘 말했다.
청라돔, 잠실돔, 사직 신구장이 계획대로 개장한다면 KBO리그는 2030년 이후 사실상 전 구장의 신구장 시대를 열 수 있다. 이는 KBO와 허구연 총재가 계획하고 있는 중대한 미래 비전이기도 하다. 이제 수원이 거기에 동참한다면 20세기에 지어진 야구장은 모두 자취를 감출 수 있다. 1989년에 지어진 야구장의 노후화를 외면한 채 개보수만 진행하는 건 1200만 관중을 바라보는 국민스포츠에 어울리지 않아 보인다. 
20일 오후 수원 KT위즈파크에서 ‘2025 신한 SOL Bank KBO리그’ KT 위즈와 한화 이글스의 경기가 열렸다.홈팀 KT는 소형준, 방문팀 한화는 류현진을 선발로 내세웠다.홈관중석을 향해 물대포가 터지고 있다. 2025.07.20 /cej@osen.co.kr
/backlight@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