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풍과 폭우가 만들어낸 돌발 변수로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가 멈춰 섰다. 지난 17일 예정됐던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와 롯데 자이언츠의 맞대결은 경기 직전 발생한 구조물 파손 사고로 인해 전격 취소됐다.
이날 대구 지역은 오전부터 강한 바람과 소나기가 번갈아 쏟아지며 경기 진행 여부가 불투명했다. 하지만 빗줄기가 경기 시작을 앞두고 잦아들자 양 팀 선수들은 예정대로 워밍업에 나섰고, 취재진과 관계자들 역시 정상적인 경기 개시를 예상했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사고가 발생했다. 1루 익사이팅존 그물망 폴대가 강풍을 견디지 못하고 쓰러진 것. 단순한 구조물 손상이 아닌, 폴대를 지지하던 콘크리트 기초까지 파손되며 안전에 심각한 우려가 제기됐고 즉시 경기 취소를 결정했다.
구단 관계자는 "보통 강풍이 불면 그물망을 미리 내리는데, 이날은 돌풍이 갑작스럽게 몰아쳐 폴대 전체에 과도한 하중이 걸렸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다행히 사고 발생 당시 관중 입장은 시작되지 않았고, 롯데 선수들은 외야에서 몸을 풀던 상황이었다. 김태형 롯데 감독은 “정말 큰일 날 뻔했다”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잠재적 대형 참사로 이어질 뻔한 상황이었다는 점에서 관계자들 사이에 긴장감이 돌았다.
삼성은 사고 직후 파손된 폴대를 포함해 모든 그물망 지지 구조물에 대한 전수 점검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구단 관계자는 “18일 시공팀이 경기장을 방문해 정밀 진단과 함께 보수 작업을 시작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번 사고는 3월 창원NC파크에서 발생한 구조물 낙하 참사를 떠올리게 했다. 당시 경기 중 낙하물에 맞아 한 20대 여성 팬이 목숨을 잃는 비극이 있었던 만큼, 야구장 시설물 관리의 중요성에 대한 경각심이 다시 한 번 커지고 있다.
KBO는 이날 취소된 경기를 오는 24일 같은 장소에서 재편성했다. 삼성은 이후 NC 다이노스(창원), LG 트윈스(잠실), KT 위즈(수원)와 원정 3연전을 소화한 뒤 23일 두산 베어스전을 치른다.
삼성 구단은 이번 사고를 계기로 강풍·기상 특보 시 경기장 구조물 사전 점검 매뉴얼을 강화하는 방안도 내부적으로 검토 중이다. 구단 측은 안전을 최우선으로 여기고 작은 위험 신호도 놓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wha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