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사위원장 나홍진 감독부터 막내 심사위원인 배우 한효주까지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신설된 경쟁 부문의 심사를 맡은 부담감과 책임감 등 소회를 털어놨다.
18일 오전 부산 영화의전당에서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약칭 30th BIFF) 경쟁 심사위원 기자회견이 진행됐다. 이 자리는 박가언 수석프로그래머의 진행 아래 나홍진 심사위원장과 양가휘, 난디타 다스, 마르지예 메시퀴니, 코고나다, 율리아 에비나 바하라, 한효주가 참석했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는 처음으로 경쟁 부문이 신설됐다. 이에 나홍진 감독이 심사위원장을 맡고, 중국 배우 양가휘, 인도 감독 겸 배우 난디타 다스, 이란 감독 마르지예 메쉬키니, 미국 감독 코고나다, 인도네시아 프로듀서 율리아 에비나 바하라, 한국 배우 한효주가 심사위원을 맡아 심사를 진행했다.
부산국제영화제는 아시아 최고 영화제로서의 위상을 이어가며, 30회를 맞아 본격적인 경쟁부문을 신설해 아시아의 시선으로 아시아영화를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다. 이번 경쟁부문에는 아시아 주요 작품 14편을 초청해 대상, 감독상, 심사위원 특별상, 배우상, 예술공헌상 등 5개 부문에서 ‘부산 어워드’를 시상하며, 수상자에게는 태국의 세계적인 감독이자 설치미술가인 아피찻퐁 위라세타쿤이 컨셉을 디자인한 트로피가 수여된다.

경쟁 부문에 진출한 작품은 총 14개다. 먼저 중화권에서는 아시아를 대표하는 거장이자 2024년 CHANEL X BIFF 아시아영화아카데미 교장을 지낸 장률의 신작 '루오무의 황혼', 스리랑카의 세계적인 감독 비묵티 자야순다라의 '스파이 스타', 중국의 떠오르는 신진 거장 비간의 '광야시대', 일본영화의 새로운 흐름을 이끌고 있는 미야케 쇼의 '여행과 나날', '아노라'(2024)의 감독 션 베이커가 프로듀서를 맡고 그의 오랜 영화 동반자이자 각본가인 쩌우스칭이 연출한 화제작 '왼손잡이 소녀', 대만을 대표하는 배우 서기의 놀라운 연출 데뷔작 '소녀'가 출품됐다.
또한 수지, 이진욱, 유지태, 금새록이 출연하며 2019 부산국제영화제 KNN관객상 수상 경력으로 빛나는 임선애의 세번째 장편 '실연당한 사람들을 위한 일곱 시 조찬모임', 이와이 슌지 감독의 조감독 출신인 나가타 고토가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2017)의 주연 배우 기타무라 다쿠미 등과 함께 완성한 '어리석은 자는 누구인가',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영화의 영감과 미학을 창의적으로 계승한 이란 감독 하산 나제르의 '허락되지 않은', 타지키스탄의 신예 감독 이저벨 칼란다의 아름다운 시적 영화 '또 다른 탄생'이 함께 경쟁하나.
이 밖에도 한국영화의 오늘 비전 섹션에 연속 2회 초청되며 저력을 입증한 이제한의 세 번째 장편 '다른 이름으로', 일본영화의 주목할 만한 새로운 신예로 떠오르게 될 시가야 다이스케의 데뷔작 '고양이를 놓아줘', 활기와 도발로 가득 찬 한창록의 데뷔작 '충충충', 예리하면서도 신중한 시선으로 사회적 문제를 관통하는 유재인의 데뷔작 '지우러 가는 길' 등이 후보에 올랐다.

나홍진 감독은 "솔직히 미천한 경력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은사님이시기도 한 박광수 감독님(이사장)께서 하도 말씀을 주셔서 제가 심사를 맡게 됐다"라고 운을 떼며 "저도 지난 수년동안 작품을 만들고 있지만, 고생해주신, 그래서 작품을 완성해주시고, 출품해주신 경쟁부문 작품과 관계자 여러분들께 진심으로 존경의 마음을 담아 감사함을 전해드리고 싶다. 최선을 다해서 심사에 임하도록 하겠다"라고 밝혔다.
이어 "아울러서 저도 어제 처음 뵀는데 인사만 한 정도다. 함께 하게 된 우리 심사위원 여러분들 함께 하게 돼 큰 영광이다. 영화제 명성에 부합되는 그런 결과 만들어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아울러 초청해주신 부산국제영화제에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박광수 이사장님께 진심으로 감사하다"라고 말했다.
양가휘는 "여기 있는 자체로 흥분되고 영광이다. 부산국제영화제에 자리해 기쁘고 감사하다. 심사위원 자리를 주셔서 너무나 영광스럽다. 두 번째로 부국제를 찾았다는 그는 지난번엔 영화 홍보차 왔는데 올해도 다른 영화를 갖고 왔지만 영화를 가져온것보다 영광스러운 게 심사위원을 맡은 것이다. 다양한 영화를 보고 세계적인 영화인들과 교류할 수 있어 영광이다. 배우로서 귀중한 기회라고 생각한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난디타 역시 "굉장히 감사하다. 심사위원으로 선정돼 영광으로 생각한다. 여러번 부산에 왔는데 배우와 감독으로서 아시아 필름 이어를 많이 진행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심사위원은 굉장히 다른 경험이다. 물론 다른 영화제에서 심사위원 역할을 한 적이 있다. 영화 심사는 주관적인 일이지만 최선을 다할 거다. 영화제에서 상응하는 작품들에 맞는 말씀을 드릴 수 있도록 하겠다. 어제도 좋은 경험을 많이 했다. 오늘도 와주셔서 감사하다. 영화를 사랑하는 분들, 부산 관객 분들을 정말 사랑한다. 다시 한번 초청해주셔서 감사하다"라고 했다.
마르지에 메쉬키니는 "25년 전부터 부산국제영화제를 찾고 있다. 제가 처음 부국제에 참석했을 때 데뷔작품과 왔다. 최고영화상을 받았는데 굉장히 행복한 기억이 있다. 모든 관객 분들 그리고 부국제 관련 분들께 감사하는 마음이 있다. 특히 심사위원으로 함께하게 돼 기쁘게 생각하다. 우리가 최선을 다해 경쟁 작품을 심사하도록 하겠다"라고 말했다.
한국계 미국인 코고나다 감독은 "역사적으로 중요한 부문에서 심사위원을 맡아 기쁘게 생각한다. 항상 부산을 염두에 두고 있었지만 처음 오게 됐다. 제가 영화 비평가로 처음을 시작했는데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는 건 제가 아주 좋아하는 일이다. 영화의 힘을 믿는다"라고 밝히기도.

율리아 프로듀서는 "초청받아 영광이다. 제가 영화제작자로서 2016년부터 참가를 해왔다. 그리고 올해 이렇게 심사위원을 맡게된 것이 엄청난 영광이다. 감사드린다"라고 말했다.
이어 한효주는 "제게도 큰 의미가 있는 부국제 심사위원을 맡게돼 너무나도 큰 영광이다. 어렸을 때부터 영화 보는 걸 너무 좋아해서 하루에 쉬는날 영화를 3편, 4편 연달아 보기도 해서 영화를 보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지만 심사는 너무나도 어려운 일이다. 여기 계신 훌륭한 심사위원 분들과 함께 심사를 이어가겠다. 어쩌다 보니 제가 막내 심사위원이다. 젊은 시선으로 공정한 심사를 할 수 있게 노력하겠다"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심사기준에 대해 나홍진 감독은 "아주 한정된 정보만 갖고 있다. 작품 정보를 접할 기회가 없이 처음으로 영화를 봐야할 상황이 돼서 작품을 봐야지 알 수 있을 것 같다"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또한 "영화라는 한 작품을 구성하는 요소가 워낙 많고 다양하다. 작품마다 그 차이도 크고 결도 다른 면이 많다 보니 열어봐야 알 것 같다. 한편, 한편 꼼꼼하게 보면서 잘 챙겨보도록 하겠다"라고 덧붙였다.
코고나다 감독은 이어 "어떤 사람은 연기, 어떤 사람은 감정에 집중할 수 있는데 심사위원간 대화를 통해 어떤 것을 볼지 균형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전체 심사위원진으로서 최선을 다할 수 있도록 하겠다"라고 거들었다.

심사는 이들에게도 부담되는 일이었다. 나홍진 감독은 "부담이 된다. 크게 된다. 정말 하기 싫었다. 너무 부담이 됐다. 어제도 무대에 올라갔는데 오랜만에 영화 찍은 거 아시지 않나. 이런 자리에 거의 10년 만에 올라갔는데 저한테 공황장애가 있는지 몰랐다. 공황인지 모르겠는데 패닉이 오더라. 너무 부담이 되는 자리다. 어떻게 하겠나. 최선을 다해야지. 어쨌거나, 영화제는 신중하고 중요한 결정을 하신 거다. 무조건 잘 돼야 한다. 최선을 다해서. 감사하다"라고 말해 좌중을 폭소케 하기도.
한효주 역시 "제 기억 속에 영화의전당에 처음 섰을 때가 ‘오직 그대만’이라는 영화로 개막작으로 선정돼서 섰다. 그 순간이 지금도 생생하게 남아있을 만큼 제게 특별한 순간이었다. 부산국제영화제는 어렸을 때부터 동경하고 팬의 입장에서 바라봐온 영화제였다. 이렇게 참여할 수 있게된 것 만으로도 너무나도 영광"이라며 "그렇지만 도망가고 싶었다. 너무 부담스러웠다. 열심히 잘해야겠다는 생각도 든다. 또 심사위원을 맡게됨으로써 여기 계신 훌륭한 분들을 만나뵙게 돼 더할나위없이 감사하다. 부담감은 있지만 최선을 다해 심사하도록 하겠다"라고 덧붙였다.
박가언 프로그래머는 이에 "저희만 이렇게 초청하기 힘든가 싶었는데 모든 영화제가 똑같더라. 경쟁에 올라서 심사받기를 원하지 심사하길 원하지 않더라. 이렇게 어렵게 시간을 내서 참석해주신 심사위원 분들께 감사의 말씀드리고 싶다"라며 웃었다.

심사 기준에 대해서고 난디타 감독은 "제가 모든 분들을 대표해서 말씀을 드릴 수는 없다. 하지만 시놉시스를 읽고 편견 없이 영화를 보고, 사전적인 편견 없이 영화를 보겠다. 물론 세계 곳곳에서 정의롭지 못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분명히 무의식적으로든 이런 것들을 의식하고 진보적이고, 좀 더 인간적이고 세계를 아우를 수 있는 영화를 고르도록 하겠다. 기술적인 측면도 중요하다. 하지만 영화 뒷면의 의도가 무엇인지가 더욱 중요하다"라고 밝혔다.
한효주는 "아무 편견 없이 영화를 보고 느껴지는 감정, 어떤 메시지를 담고 있는지. 좋고, 나쁘고, 어떤게 좋은 영화인가 판단하고 심사한다는 것이 너무나도 어려운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어떤 메시지를 담고 어떤 진정성을 담고 있는지 편견 없이 보고 심사하려고 노려하겠다"라고 덧붙이기도.
이 가운데 박가언 프로그래머는 "심사방식은 만장일치를 지향한다. 오랜 토론과 대화를 나눌 것 같다. 대화를 통한 방식을 지향하려 한다"라고 밝혓다.
끝으로 나홍진 감독은 "굉장히 중요한 시간이 시작됐다. 영화제에 최선을 다하겠다. 어떤 이견이 있든 좋은 결과 끌어내고 도움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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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OSEN 이석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