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함은정이 지난해 돌아가신 어머니를 떠올렸다.
함은정은 지난 19일 종영한 KBS2 일일드라마 ‘여왕의 집’(극본 김민주, 연출 홍은미 홍석구)에서 강재인 역으로 열연했다.
‘여왕의 집’은 완벽한 삶이라고 굳게 믿었던 여자가 인생을 송두리째 강탈당한 뒤 벌어지는 인생 탈환 복수극이다. ‘미녀와 순정남’, ‘오! 삼광빌라!’, ‘하나뿐인 내편’ 등 다수의 작품에서 섬세한 연출력을 보여준 홍석구 감독과 ‘미녀와 순정남’, ‘순정복서’, ‘학교 2021’에서 감각적인 연출을 선보인 홍은미 감독이 의기투합했다. 여기에 ‘황금 가면’, ‘내일도 맑음’, ‘빛나라 은수’로 일일극 부흥을 이끈 김민주 작가가 또 한 번 시청자들에게 극강의 몰입감을 선사했고, 지난 19일 방송된 100회를 끝으로 종영했다.
최고 시청률 11.9%(97회)를 기록하는 등 많은 사랑을 받은 ‘여왕의 집’에서 함은정은 YL그룹 최연소 디자인 팀장 강재인 역을 맡았다. 강재인은 모두가 부러워하는 집안에서 태어났지만, 오히려 평범하고 소박한 삶을 꿈꾸는 인물, 예기치 못한 사건으로 재인의 인생은 송두리째 뒤바뀌었다. ‘수지맞은 우리’, ‘사랑의 꽈배기’, ‘속아도 꿈결’ 등에서 몰입도 높은 연기를 펼친 함은정은 ‘여왕의 집’에서 첫 복수극을 소화하며 짜릿한 카타르시스와 몰입감을 안기며 ‘일일극 퀸’ 자리를 굳혔다.

2024년부터 2025년까지, 함은정의 인생을 이렇게 정신없고 바쁠 수가 없었다. KBS1 일일드라마 ‘수지맞은 우리’를 마치고 난 뒤 어머니와 발리 여행을 계획했으니 모친상을 당해 큰 슬픔에 빠졌고, 슬픔을 이겨내자마자 시상식에 참가하고 KBS2 일일드라마 ‘여왕의 집’에 출연하는 등 숨가쁘게 보내왔기 때문이다. 특히 ‘여왕의 집’ 종영을 앞두고는 무릎 부상을 당하면서 목발을 짚는 신세가 됐다.
지난해 작고한 모친은 함은정에게 큰 힘이 되어주고 혜안을 내려주던 분이었기에 슬픔의 깊이는 헤아릴 수 없다. 함은정은 “어떤 배우가 되고 싶다, 어떤 방향성을 보여주고 싶다는 고민을 털어 놓으니 ‘연기나 잘하라’고 하셨던 게 기억난다”라고 말했다.
이러한 고민을 털어 놓은 이유는 함은정의 최근 필모그래피가 대부분 일일드라마로 채워져있기 때문이었다. 연기 호흡을 길게 가져가면서 공부할 수 있는 시간이 되기도 했지만, 일각에서는 함은정을 ‘일일극만 하는 배우’로 보면서 앞으로의 방향성에 고민을 할 수밖에 없게 됐다. 함은정은 “(어머니의 말씀이) 맞다고 느낀다. 선배님들도 계시지만 그들이 일일극에 국한되어 있지는 않다. 저 또한 일일극을 했을 때 아이 엄마, 조연을 왜 하냐며 말리는 분들도 있었는데 지금은 대단하다고 한다. 맞고 틀리고, 좋고 나쁘고의 경계가 없어지고 요즘은 작품으로 보여지는 게 귀한 시대다보니까 어디에 출연하더라도 내가 갇히지 않으면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어머니가 남긴 말에서 자신을 돌아보며 더 나아갈 수 있게 된 함은정. 모친상 후 달라진 부분은 또 있었다. 바로 결혼과 관련된 생각이었다. 함은정은 “친구들이 다들 아이 엄마이기 때문에 영향은 받아왔는데, 연예인은 조금 늦게 해도 된다는 철부지 같은 생각이 있었다. 일에 집중하는 게 먼저라는 생각도 있었는데 모친상을 당하고 난 뒤 현실 직시가 되면서 내 나이가 와닿았다. 티아라 활동을 오래 해시 일상에 대한 데이터가 많이 없는데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고 하는 로망이 있긴 있다. 일일드라마를 하면 어르신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게 되는데 가능성이 있지 않나 싶다”고 웃었다. /elnino8919@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