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국제영화제가 화려한 스타들의 등장으로 열기를 더하고 있지만, 반복되는 지각과 사과 없는 태도가 관객들의 뭇매를 맞고 있다.
19일 영화의전당에서 열린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 3일차 행사. 관객들이 가장 기대하는 순간은 배우와 감독들이 직접 작품을 소개하는 오픈토크와 무대인사다. 하지만 이날 현장은 ‘스타 지각 릴레이’가 이어지며 불편한 뒷맛을 남겼다.
가장 먼저 오전 11시로 예정된 영화 윗집 사람들 오픈토크. 원래 11시부터 11시 50분까지 진행될 예정이었으나, 사회자가 “배우들이 교통체증으로 조금 늦을 것 같다”며 양해를 구했다. 하정우, 공효진, 김동욱은 결국 약속된 시간보다 15분 늦은 11시 15분에 모습을 드러냈다.
문제는 이들이 무대에 오르자마자 아무런 사과 없이 곧바로 작품 이야기에 돌입했다는 점이다. 행사는 예정된 종료 시각을 넘기지 못하고 11시 43분쯤 서둘러 마무리됐기에 전체 일정의 3분의 1가량이 허공으로 사라진 셈이다.

하정우는 마지막 인사에서 “영화를 통해 오늘 하루를 즐겁게 보내셨으면 좋겠다”며 관객들에게 따뜻한 메시지를 남겼지만, 정작 수백 명의 관객이 기다린 시간에 대한 존중은 느껴지지 않았다. 현장에 있던 한 관객은 “본인 하루는 즐겁게 보내라고 하면서, 기다린 사람들의 하루는 돌아보지 않았다. 최소한 ‘늦어서 죄송하다’는 말은 있었어야 한다”고 씁쓸함을 드러냈다.
비슷한 상황은 오후에도 반복됐다. 윤여정 주연의 영화 결혼 피로연 무대인사 역시 15분 늦게 시작됐다. 신예 한기찬만이 제시간에 등장해 혼자 시간을 메웠고, 뒤늦게 합류한 윤여정과 앤드루 안 감독은 별다른 언급 없이 행사를 이어갔다. 진행자가 “교통체증 때문이었다”고 대신 설명하며 오히려 윤여정을 위로했지만, 관객들에게 직접적인 사과는 없었다.
이 같은 상황에 대해 현장 반응은 엇갈린다. 일부는 “교통체증 같은 돌발 상황은 불가피했을 것”이라며 이해를 표했지만, 다수의 관객들은 “아무리 바쁘고 경황이 없어도 사과 한마디는 최소한의 예의”라며 불만을 토로했다. “비싼 표값을 내고 기다린 건 관객인데, 영화제는 배우와 작품만 챙기는 것 같다”는 지적도 나왔다.
결국 논란의 핵심은 ‘시간을 뺏긴 관객에 대한 존중’이다. 교통체증이라는 불가피한 사정은 있을 수 있지만, 단 한 마디의 사과가 있었다면 분위기는 달라졌을 것이다. 영화제를 찾은 관객들이 바란 건 화려한 스타의 등장뿐 아니라, 기다려준 이들을 향한 최소한의 배려였다./ssu08185@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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