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그대로 뒤늦은 후회다. 토트넘 홋스퍼 팬들 사이에서 손흥민(33, LAFC)을 너무 일찍 내보낸 것 같다는 반성이 나오고 있다.
토트넘 팬 커뮤니티 '홋스퍼 HQ'는 19일(이하 한국시간) "손흥민이 토트넘의 이적 결정을 후회하게 만들고 있다. 토트넘은 그를 곁에 더 두었어야 했을지도 모른다"라고 보도했다.
이어 매체는 "토트넘이 지난 여름 이적시장에서 내린 대부분의 선택은 좋은 선택이었고, 이미 프리미어리그와 챔피언스리그에서 운명을 바꿨다. 하지만 토트넘은 손흥민에게 작별 인사를 건네기로 한 결정을 후회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라고 덧붙였다.
올여름 손흥민과 토트넘은 10년 만에 헤어졌다. 계약 기간이 1년 남은 손흥민이 먼저 구단 측에 이적 의지를 전달했고, 토트넘도 그의 의사를 존중해 사우디아라비아가 아닌 미국 이적을 승낙했다. 그 결과 손흥민은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UEL) 우승 트로피를 마지막으로 팀을 떠나며 메이저리그 사커(MLS)의 LAFC 유니폼을 입었다.
그리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손흥민이 지난 시즌 부상 여파와 팀 부진 속에서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영국 내에선 그의 '에이징 커브'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았기 때문. 심지어는 토트넘이 적절한 시기에 손흥민을 내보냈다는 평가도 나왔다.


미국 무대로 건너간 손흥민은 펄펄 날고 있다. 특히 그는 18일 열린 레알 솔트레이크전에서 MLS 무대 첫 해트트릭을 달성하며 LAFC의 4-1 대승을 이끌었다.
이적하자마자 LAFC 에이스로 활약 중인 손흥민이다. 이날 그는 솔트레이크를 상대로 경기 시작 2분 만에 선제골을 터트렸고, 전반 16분 다시 한번 골망을 갈랐다. 그는 순간적으로 공간이 생기자 아크 부근에서 예리한 오른발 슈팅으로 골문 구석을 꿰뚫었다.
이후로도 손흥민의 활약은 멈출 줄 몰랐다. 그는 후반 11분 골대를 강타하며 해트트릭 기회를 놓치는가 싶었지만, 후반 37분 역습 상황에서 드니 부앙가가 내준 패스를 받아 득점하며 해트트릭을 완성했다. 득점왕 경쟁 중에도 이타적인 패스를 내준 부앙가의 양보가 빛났다.
손흥민은 이번 해트트릭으로 MLS 33라운드 이주의 선수로도 선정됐다. 이 역시 LAFC 이적 이후 최초다. 그는 MLS 주간 베스트 11에는 이미 두 차례나 이름을 올렸으나 이주의 선수와는 연이 없었다. 하지만 레알 솔트레이크를 상대로 원맨쇼를 펼치면서 MLS 데뷔 6경기 만에 라운드 최고의 선수로 꼽혔다.


솔트레이크전만의 일이 아니다. 손흥민은 LAFC 데뷔전부터 후반 교체 출전해 페널티킥을 얻어내더니 이후로도 환상적인 프리킥 데뷔골을 신고하며 존재감을 뽐내고 있다. MLS도 "손흥민이 '블랙 앤 골드(LAFC 애칭)'에서 출전한 첫 6경기 기록은 이제 5골 1도움에 달한다. LAFC는 8월 초 그가 팀에 합류한 뒤 경기당 2.33골을 터트리며 3승 2무 1패를 기록했다"라고 강조했다.
그러자 토트넘 팬들도 손흥민을 그리워 하고 있다. 그는 토트넘에 2660만 달러(약 372억 원)의 이적료를 남기며 MLS 최고 이적료 신기록을 세우며 떠났다. 하지만 이적료와 별개로 손흥민의 빈자리는 여전히 큰 모양새다.
홋스퍼 HQ는 "토트넘 팬들은 현재 실력도 충분하고 추후 월드클래스가 될 왼쪽 윙어로 구단의 가장 큰 전설인 손흥민을 대체하리라 기대했다. 아데몰라 루크먼과 사비뉴 등이 물망에 올랐지만, 토트넘은 결국 모하메드 쿠두스를 끝으로 더 영입하지 않았다. 이적시장 마감일에 공격수 랑달 콜로 무아니를 임대로 데려온 게 전부"라고 지적했다.
또한 매체는 "비록 MLS긴 하지만, 손흥민은 너무 좋은 활약을 펼치고 있다. 만약 그가 남았다면 토마스 프랭크 감독 밑에서 새로운 시대를 열어줄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라고 아쉬워 했다.


실제로 토트넘은 브레넌 존슨과 윌손 오도베르, 히샬리송, 마티스 텔 등을 왼쪽 날개에 배치하고 있지만, 만족스럽지 못하다. 텔은 심지어 UEFA 챔피언스리그 스쿼드에서 제외되기까지 했다. 이 때문에 새로 영입한 사비 시몬스가 주 포지션인 중앙이 아니라 왼쪽에서 뛰고 있는 상황.
홋스퍼 HQ는 "토트넘엔 왼쪽 윙어가 없다. 손흥민은 MLS에서 평균 키패스 2.7개, 드리블 성공과 피파울 3회를 기록하며 리오넬 메시와 접전을 벌이고 있다. 그가 토트넘에서 이 수치의 절반만 제공하더라도 팀에서 가장 효과적인 왼쪽 윙어가 되어 본격적인 공격 스리톱을 꾸렸을 것"이라고 아쉬워 했다.
지난 시즌 손흥민에 대한 비판이 지나쳤다는 지적까지 나왔다. 매체는 "만약 토트넘이 손흥민을 남겼다면 그의 존재감과 경험 면에서 이득을 취할 수 있었을 거다. 2024-2025시즌 그의 속도가 느려진 건 손흥민에게 골문에서 멀어져 더 넓게 뛰도록 강요한 엔지 포스테코글루의 무능한 전술 탓이었다. 게다가 그가 과로와 부상을 안고 뛴 것도 확실히 마이너스였다"라고 되돌아봤다.
끝으로 홋스퍼 HQ는 "손흥민이 끝났다는 보도는 너무 성급했다. 어쨌든 지난 시즌에도 그는 토트넘 내에서 프리미어리그 공격 포인트 1위를 달리고 있었다. 손흥민과 1년 더 함께했다면 최소한 그의 몸값으로 받아낸 2600만 달러의 가치는 있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finekosh@osen.co.kr
[사진]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LAFC, 소파 스코어, 토트넘 소셜 미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