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확히 '어게인 2023'이었다.
이다연(28, 메디힐)과 이민지(29, 하나금융그룹)의 ‘하나금융그룹 챔피언십’(총상금 15억 원, 우승상금 2억 7000만 원) 연장전 리턴매치가 21일 ‘베어즈베스트 청라 골프클럽’(파72, 예선 6781야드/본선 6813야드)에서 2년만에 다시 펼쳐졌다. 지난 2023년 호주동포 이민지와 이다연은 같은 장소, 같은 대회에서 2차례 연장승부 끝에 이다연이 우승한 바 있다.
파4 18번홀에서 펼쳐진 '연장전 리턴 매치'의 우승자도 이다연이었다. 이다연이 2차전에서 파에 성공한 반면, 이민지는 1.9미터 파 퍼트에 실패하면서 또 고배를 마셨다. 2021년 하나금융그룹 챔피언십 대회에서도 송가은에게 연장전 패배의 아픔이 있는 이민지는 이 대회에서 연장전에서만 3차례 패하는 개운치 않은 기록을 남기게 됐다.
이날 대회 전까지 이다연은 KLPGA 투어에서 개인통산 8승, 메이저 3승을 올리고 있었고, 이민지는 LPGA 투어 통산 11승, 메이저 3승을 기록하고 있지만 그 동안 소속사 하나금융그룹이 주최하는 국내 대회에서는 우승이 없었다. 이다연은 이날의 명승부로 개인 통산 9승째, 올 시즌 첫 번 째 우승에 성공했다.
‘하나금융그룹 챔피언십’에는 ‘메이저급 대회’라는 수식어가 붙어 있다. 정식 메이저 대회는 아니지만 메이저 대회에 버금가는 상금 규모와 코스 세팅을 했다는 의미다.
21일 펼쳐친 최종일 경기는 타수를 줄이기가 까다로운 '메이저급 경기'의 전형을 보여줬다. 한 타를 줄이기는 높은 산을 오르는 것처럼 더뎠지만 타수를 잃는 것은 폭포수가 떨어지는 것처럼 빨랐다.
1~3라운드 내내 공동 선두, 내지는 단독 선두를 달리며 우승권에 가장 가까웠던 박혜준은 파4 4번홀 티샷 실수로 더블 보기를 맞더니 경기가 끝날 때까지 페이스를 회복하지 못했다. 3라운드까지 3타차 선두를 벌어 둔 덕에 간신히 선두는 유지했지만 불안하기만 한 선두였다. 급기야 11번 홀 보기로 선두를 유현조에게 넘겨줬고, 16번홀에서 범한 또 한번의 보기로 우승권에서 완전히 멀어졌다.
박혜준으로부터 선두 배턴을 넘겨받은 유현조는 박혜준으로부터 ‘선두의 저주’도 함께 물려받았다. 8언더파로 1타차 단독 선두를 달리던 파5 15번홀에서 세컨드샷을 띄우지 못하고 해저드에 바로 빠뜨려 버렸다. 유현조는 이 홀에서 한 타를, 이어지는 파3 16번홀에서 또 한 타를 잃으며 무너졌다.

유현조가 흔들리는 틈을 헤집고 올라선 선수는 이다연과 이민지였다.
전반 나인에서 버디 2개, 보기 2개로 본전치기를 했던 이다연은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고 있다가 파3 14번홀부터 버디 사냥에 불을 당겼다. 이어 유현조가 크게 흔들린 15번홀에서 버디를 잡아내며 선두권으로 솟아올랐다.
이민지는 이다연 보다 더 극적인 경기를 펼쳤다.
이민지는 보기 없이 버디만 4개를 낚아 올리며 순위를 급격히 끌어올렸다. 특히 후반 막바지의 플레이가 드라마틱했다. 공을 핀 가까이 붙이는 횟수가 잦아지더니 17, 18번홀에서 연속 버디를 잡으며 이다연과 함께 9언더파 공동 선두로 뛰어 올랐다.
이민지가 18번홀에서 8.4미터 버디를 성공 시키는 사이, 이다연도 17번홀에서 10.3미터 버디를 잡아내며 둘의 연장승부가 2년만에 재연됐다. /100c@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