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가 되는 건 '어쩔수가없다'.
22일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는 영화 '어쩔수가없다' 시사회 및 기자간담회가 진행됐다. 행사에는 박찬욱 감독, 이병헌, 손예진, 박희순, 이성민, 염혜란이 참석했다.
'어쩔수가없다'(제공/배급: CJ ENM | 감독: 박찬욱 | 제작: 모호필름/CJ ENM 스튜디오스)는 ‘다 이루었다’고 느낄 만큼 삶이 만족스러웠던 회사원 ‘만수’(이병헌)가 덜컥 해고된 후, 아내와 두 자식을 지키기 위해, 어렵게 장만한 집을 지켜내기 위해, 재취업을 향한 자신만의 전쟁을 준비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는다.

이날 박찬욱 감독은 "여기에 나오는 인물들은 따로 존재하는 사람들이 아니고, 서로 의존하고, 서로의 관계 속에서 존재하는 사람들이다. 그게 원작과도 다른 점이기도 하다. ‘만수’를 중심으로 부인의 비중이 늘었다. 만수는 ‘미리’ 없이는 동기나 행동의 이유가 설명이 되지 않을 정도로 의지하고 있다. 이 밖에 만수의 타겟이 되는 세 남자들은 만수와 뭔가를 공유하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같은 직종에 종사하는 것, 그 밖에도 알코올 의존, 딸에 대한 사랑과 같은 차 등. 범모의 아내도 그렇다. ‘아라’는 만수로 하여금 미리를 떠올리게 한다. 만수의 범행은 결국 자신의 분신을 제거하는, 자기 자신을 파괴해 가는 것이다. 벌레가 잎을 갉아 먹듯이, 자신을 갉아 먹는 행동이기도 하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윤리적인 딜레마에 빠진 인물들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어느 쪽을 선택해야 올바른 길인가, 에 빠진 사람들이다. 완벽하게 좋은 게 하나가 있다면 선택에 어려움이 없겠지만, 좋기는 커녕 둘다 나쁘다. 라는 선택이다. 그런 딜레마에 빠진 사람을 묘사하면, 도덕적인 질문을 공유하고, 나라면 어떻게 할까 라는 생각도 함께할 수 있기 때문에, 영화 관람 전체가 관객의 윤리적인 고민을 깊게 주는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믿는다"라고 전했다.

또한 '해고'에 대해 "저희도 사실 잠재적 실직 상태에 놓이기 마련이다. 이 다음엔 무슨 일이 생겨서 작품이 안들어오고 투자가 안되는 일이 생길텐데, 하는 걱정을 하니까. 게다가 이건 한 가정을 파괴하는 일이 되기도 한다. 구식 남자들은 남성성을 부정당하는, 사내구실을 못하는 것 같은 경우도 있고. 여러모로 무서운 일"이라고 전하기도.
전작과 비교해 쏟아지는 흥행에 대한 기대감에는 "언제나 전작의 비교는 스스로도 한다. 그런데 저는 바로 전 영화와 어떻게 하면 다른, 상반된 영화를 만들까, 라는 방향으로 늘 노력하는 감독이다. ‘헤어질 결심’은 시라면 이 영화는 산문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여백이 아닌 꽉찬 영화. 이건 남성성에 대한 탐구. 그런 점에서 상당히 다른 영화이기도 했다"라며 "유머는 깨를 뿌린것 처럼 전체에 박아 넣었는데, 모든게 작동되길 바라지도 않고. 유머는 취향을 많이 타니까. 가장 크게 유머스러웠던 것은 ‘고추잠자리’ 시퀀스인거 같다. 세 사람이 뒤엉켜서 대소동이 벌어지고, 난장판이 벌어지는 긴 장면이다. 목소리가 잘 들리지 않아 소리를 지르고. 그래서 특이하고도, 슬프고, 불쌍한 인간들인데, 이들이 부딪히며 웃기는 상황이 된다"라고 말해 기대감을 자아냈다.

이병헌은 "드디어 보여드릴 수 있게 되어서, 너무나 기다렸던 날인데 어떻게 봐주실지 궁금하다"라며 박찬욱 감독과의 호흡에 대해 전했다. 그는 "저는 25년 전에 JSA를 찍고, ‘쓰리몬스터’에서도 경험을 해봤다. 그래도 여기 계신분들 보단 박 감독님을 안다고 생각한다. 평상시에도, 그 사이에도 감독님과 관계를 유지해왔기 때문에. 걱정이라던지, 궁금증 같은 건 많이 없었다. 그런데 여전히 촬영하면서 이야기를 많이 나누는데, 대부분 작품에 대한 이야기. 혹은 새로운 아이디어에 대한 이야기가 대부분이었다. 저 또한 질문이 많은 배우라. 그 대화 속에서 촬영해나가는 과정이 육체적으로는 힘들었지만, 유쾌하고 즐거운 몇 달이었다.그렇게 대화를 했음에도, 장면을 보면서 나중에 깨닫게 되는 경험도 많았다. 세네번 정도 영화를 봤는데, 여전히 질문이 남아있다"라고 전했다.
또한 이병헌은 캐릭터 연기에 대해 "촬영장에서 가장 긴 시간 대두됐던 문제와 주제는, 저는 시나리오속의 상황을 모두 제것으로 만든 후에 카메라 앞에서 설득력 있게 표현하는 것이 제 할일이다. 그래서 저는 ‘제가 이정도까지 보여주고 극단적 선택을 하는데, 일반적으로 해고당한 사람들이 이해하고, 설득이 될까?’였다. 누구나 해고됐다고 해서 살인을 결심하는 건 말이 안된다고 생각했다. 그 결심을 하기 전까지 과정과 변화를 설득력있게 다가가려면, 어쩌면 시리즈로 만들어야겠구나. 그래야 관객들이 ‘그래 죽일수도 있다!’할 것 같아서. 결국 저는 이건 영화적 설정이다, 라고 생각하니 마음이 편해지더라. 또 한가지는, 중산층으로 보여지는 만수의 입장에서 정말 사랑하는 일을 못하게 됐다는 상실감도 들지만, 어렸을 때 아버지가 가지고 있는 집을 드디어 되찾았고, 모든것을 다 이룬 느낌이 들었을 거다. 아마 그의 입장에선 자신의 모든것을 빼앗게 되어버리는 심정일거라 이해하며 몰입했다"라고 설명했다.

손예진은 "7년만에 영화로 돌아와서 좀 떨리더라"라며 "촬영하면서도 감독님의 디테일한 디렉션과, 영화 전체를 바라보는 시야 같은 게 정말 날카롭고 넓다는 생각을 했다. 영화를 보고난 후에 더 대단하신 분이란걸, 더 깨달았던 거 같다. 영화를 찍으면서도 감독님이 가지고 있는 존재감은, ‘이건 팥인데 콩으로 연기해’라고 하면 할 정도의 믿음이 있었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박희순은 "영화를 꽤 했지만 이렇게 기자 간담회를 많이 하는 작품은 처음이다. 물론 박찬욱 감독님 작품이기에 당연하지만, 할때마다 긴장되는 건 어쩔 수가 없는 것 같다"라고 너스레를 떨며 "제가 감독님의 워낙 오랜 팬이고, 작업을 하게 되어서 너무 기뻤다. 자세나 마음부터 조금 달랐더 거 같다. 발가벗겨질 준비를 했다고나 할까. 정작 발가벗겨진건 성민이 형이었고. 저는 다행히 벗겨지진 않았다. 감독님의 디렉션이나 말씀을 듣는 것 자체로도 기분이 좋았다. 이걸 어떻게 해낼까, 생각뿐이었다. 생각보다 감독님은 많이 열려계셨고, 준비한 것도 많이 받아주셨다. 작업하는 시간이 행복하고 즐거웠다. 다시한번 기회가 온다면 제가 발가벗겠다"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성민은 박찬욱 감독과의 호흡에 대해 "쉽게 말하면, 동네에서 제가 주먹좀 쓰고 애들 좀 패고 다녔는데, 정말 프로 격투기 선수를 만난 기분이었다. 그냥 후달리고. 뭘 해도 다 티가 날 것 같고. 그런 느낌이었다. 긴장 많이 하고 촬영했는데, 현장에서 저 혼자 그런 생각을 했던 거 같다"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어 "박 감독님이 전세계적인 감독님이란 걸 알고, 그러려니했는데, 직접 출연하며 해외 영화제에 갔을 때 깜짝 놀랐다. 정말 자랑스러웠다. 마에스트로 박이, 이렇게 대단한 분이란 걸 옆에서 직접 느꼈다. 그분 작품에 출연하게 된게 감사하고 영광스럽다"라고 덧붙였다.
염혜란은 "감독님의 작업은 배우들을 긴장시키게 하는 거 같다. 그렇게 디렉션을 주신건 아닌데, 그간 작품들이 너무 예리하고, 함유적인 뜻을 가지고 있어서 배우 자체를 긴장시키는 작업이었던 거 같다. 저도 연기를 해오긴 했지만, 더 예리하게 만들어주시는 작업이었던 거 같다"라고 소감을 전하며 캐릭터에 대해 "아라의 마지막 장면 시나리오를 보고 깜짝 놀랐다. 사건을 마무리짓는 느낌이더라. 만수에게는 적의 아내였는데, 결국 예측할 수 없는 동조자, 의외의 해결사이지 않나. 그 구조가 재미있었다. 아라는 매력적인게, 각 인물이 일과 실업에 대한 태도들이 다른데, 제 이야기에 공감하실 부분이 많다고 생각했다. 일반적으론 25년 근무했지만, 다른 방법을 모색해봐야하지 않을까, 라는 지점에서 아라의 말이 설득력 있게 들렸으면 하는 마음으로 연기했다"라고 덧붙였다.

끝으로 손예진은 "7년 만에 영화로 돌아왔는데, 제가 다음 영화를 바로 찍을 수 있게 많이들 좋은 이야기 써달라"라고 당부했고, 박희순은 "영화에 대한 호불호가 갈릴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렇다면 바로 바로 쓰지 마시고. 한 2일 늦게 써주시면 감사하겠다"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박찬욱 감독은 "이런 시기에 개봉하게 되어서, 한국의 극장을 살리는 책임을 어깨에 짊어진 것 같은, 막중한 부담을 느끼고 있다. 이런적은 처음인데. 적어도 관객들이 한국영화 재미있네. 또 다음엔 뭐 나오는지 기다렸다가 봐야지, 하는 만족감을 가지고 돌아갈 수 있길 바란다"라고 전했다.
한편 '어쩔수가없다'는 오는 24일 국내 관객을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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