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캡틴' 박지성(44)은 절뚝이면서도 최선을 다해 뛰었다.
'2025 아이콘 매치: 창의 귀환, 반격의 시작’이 14일 서울월드컵기장에서 개최됐다. 박주호의 결승골이 터진 실드 유나이티드(수비수 팀)가 FC 스피어(공격수팀)를 2-1로 이겼다.
한시대를 풍미했던 레전드들이 서울에 모였다. 아이콘 매치는 축구화를 벗은 레전드들이 한국에서 경기를 펼치는 초대형 축구 행사다. 티에리 앙리와 디디에 드록바, 호나우지뉴, 웨인 루니, 스티븐 제라드, 마이콘, 카를레스 푸욜, 네마냐 비디치, 리오 퍼디난드, 알렉산드로 네스타 등 한 시대를 풍미했던 전설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2년 연속 방패가 창을 이겼다. 후반 27분 루니의 멋진 선제골로 스피어가 1-0 리드를 잡았다. 10분 뒤 실드가 마이콘의 헤더 동점골로 균형을 맞췄다. 그리고 후반 43분 박주호가 역전골을 터트리며 2년 연속 실드의 승리를 이끌었다.

한국을 대표한 레전드 박지성, 구자철, 박주호도 참가했다. 무릎부상으로 조기에 은퇴한 박지성은 이 경기를 위해 무려 1년간 남모르게 준비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지성은 55분 정도를 뛰고 후반 10분 교체됐다.
클래스는 영원하다. 아무리 레전드지만 전성기 기량과 같을 수는 없다. 많은 선수들이 은퇴 후 살이 찌고 체력이 떨어졌다. 그래도 기량과 클래스는 그대로였다.
경기 중 아쉬운 장면이 나왔다. 일부 관중들이 박지성을 두고 “설렁설렁 뛴다”면서 아쉬운 목소리를 냈다. 무릎부상으로 은퇴한 박지성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는지 모르고 한 소리다.
현역시절 ‘산소탱크’ ‘두 개의 심장을 가진 사나이’로 불린 박지성은 엄청난 활동량을 자랑한다. 챔피언스리그에서 안드레아 피를로를 완벽하게 막기도 했다. 하지만 무릎이 좋지 않은 박지성은 전반전이 끝날 무렵 절뚝거리는 장면이 많았다.

‘슈포러브’ 유튜브채널에서 21일 뒷이야기를 전했다. 하프타임에서 박지성은 벤치에 오자마자 무릎에 얼음을 댔다. 박지성은 “10분만 더 뛰고 나가야 할 것 같아”면서 몸에 무리가 왔다고 선언했다. 당장 그만 뛸 수도 있었지만 박지성은 후반전 11분을 더 뛰고 팬들에게 인사까지 마무리한 뒤 그라운드를 빠져나왔다.
실제로 박지성은 절뚝거리며 계단을 내려오기도 버거웠다. 괜찮냐는 말에 박지성은 “내일이면 또 붓겠지. 한 2주 정도 절뚝절뚝 다녀야지 뭐”라고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박지성은 현역때와 마찬가지로 웨인 루니와 좋은 호흡을 보였다. 루니가 골을 넣었을 때 아이처럼 좋아했다. 박지성은 “진짜 잘하는 선수는 메시다. 여기서는 세이도르프가 잘하더라. 진짜 다 잘해. 다 볼 수 있어”라며 엄지척을 했다.

축구팬들은 너무 쉽게 박지성을 “대충 뛴다”고 평가했다. 한 시대를 풍미한 레전드 박지성의 남모를 노력과 고통은 눈에 보이지 않았다.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었다는 면에서 박지성은 영원한 레전드였다. / jasonseo3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