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스만 뎀벨레(28, PSG)가 마침내 세계 최고의 무대 정상에 섰다.
23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샤틀레 극장에서 열린 제69회 발롱도르 시상식. 뎀벨레는 남자 발롱도르 주인공으로 호명됐다. PSG 역사상 첫 챔피언스리그 우승, 리그1·프랑스컵·슈퍼컵까지 휩쓴 트레블의 주역이자 시즌 53경기 35골 14도움이라는 압도적 기록이 그의 손을 들어줬다.

이 순간은 단순한 수상이 아니었다. 한때 ‘유리 몸’이란 비아냥을 듣던 선수가, 세계 최고 공격수의 반열에 올라선 드라마였다. 2017년 바르셀로나 이적 당시 2550억 원이 넘는 이적료에도 불구하고 부상과 태도 논란으로 늘 도마 위에 올랐던 뎀벨레. 라리가와 국왕컵 우승을 맛봤지만 기대에 비해 늘 부족하다는 평가가 따라다녔다.
모든 게 바뀐 건 2023년 여름 PSG행이었다. 루이스 엔리케 감독은 뎀벨레에게 “더 이기적으로, 직접 골을 노려라”는 주문을 내렸다. 음바페가 떠난 자리를 대신해 그는 측면이 아닌 중앙으로 이동, ‘폴스 나인’ 역할을 맡았다. 패스에 치중하던 과거와 달리 스스로 마무리를 시도하는 공격수로 변신한 그는 시즌 후반 폭발하며 팀의 역사적 4관왕을 완성했다.

대표팀 커리어 역시 화려하다. 2018년 러시아 월드컵 우승, 2022년 카타르 월드컵 준우승을 경험한 그는 이제 월드컵·챔피언스리그·발롱도르를 모두 거머쥔 특별한 선수로 기록됐다. 프랑스 선수로는 여섯 번째, 벤제마 이후 두 번째 수상자다.
시상대에 오른 뎀벨레는 감격을 감추지 못했다. 호나우지뉴에게 트로피를 건네받으며 눈시울을 붉힌 그는 “말로 표현할 수 없다. PSG가 내 인생의 전환점이었다. 구단과 감독, 동료 모두가 가족 같은 존재다. 이 상은 사실상 우리 모두가 함께 이룬 결과”라며 팀에 공을 돌렸다.
동료 이강인도 진심 어린 축하를 보냈다. 그는 SNS 스토리에 뎀벨레의 시상 장면을 공유하며 ‘별’ 이모지를 남겼다. PSG 합류 후 누구보다 가까이서 그의 변화를 지켜본 이강인의 축복은 더욱 따뜻했다. “잠재력을 살리면 세계 최고가 될 수 있다”는 말로 평가절하되던 뎀벨레는 이제 가능성의 선수가 아니다. 현실로 증명한 진짜 월드 클래스 선수로 등극했다.

이날 시상식은 뎀벨레 외에도 스타들의 무대였다. 라민 야말(바르셀로나)은 2년 연속 코파 트로피로 차세대 슈퍼스타임을 입증했다. 루이스 엔리케 감독은 트레블 달성 공로로 요한 크라위프 트로피(최고 지도자상)를 받았다. PSG에서 활약한 잔루이지 돈나룸마는 ‘야신 트로피’를 품에 안았고, 아스날의 빅토르 요케레스는 54골을 기록하며 게르트 뮐러 트로피의 주인공이 됐다.
여자 발롱도르는 바르셀로나 아이타나 본마티가 차지했다. 무려 3년 연속 수상으로 역사를 새로 쓴 그는 여자 챔피언스리그 MVP와 더불어 세계 여자축구의 절대자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이날 모든 조명을 독차지한 건 결국 뎀벨레였다. 수많은 의심과 비판 속에서도 무너질 듯 버텨낸 끝에, 그는 축구계 최고의 별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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