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 자본' 중국 시장 계속 노리는 FIFA, 결국 월드컵 64개국 확장 검토
OSEN 정승우 기자
발행 2025.09.25 13: 00

국제축구연맹(FIFA)이 또 한 번 '확장 카드'를 꺼내 들었다. 오는 2030년 월드컵을 사상 최초로 64개국 체제로 치르는 방안이 공식 논의된 것이다.
'디 애슬래틱'과 'ESPN'은 24일(한국시간) "FIFA가 남미 정상들과 함께 2030년 대회를 64개국으로 확대하는 안을 검토했다"라고 보도했다. 이번 제안은 파라과이·우루과이 국가원수, 아르헨티나 축구협회, 그리고 남미축구연맹(CONMEBOL) 수뇌부가 직접 FIFA에 제출한 초대형 프로젝트다. 회의는 미국 맨해튼 트럼프 타워에서 열렸고, 잔니 인판티노 FIFA 회장 역시 참석해 힘을 실었다.
공식적으로 2030년 대회는 스페인·포르투갈·모로코에서 열리며, 100주년 기념 성격으로 개막 3경기만 아르헨티나·우루과이·파라과이에서 치른다. 하지만 남미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대회 참가국 자체를 64개국으로 늘려 '세계 최대 확장판'을 만들겠다는 구상을 밀어붙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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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경기 수다. 현재 48개국 체제도 104경기로 늘어난 상황인데, 64개국이 되면 무려 128경기에 달한다. 선수 혹사, 대회 운영 난항, 그리고 경기 질 저하 우려가 뒤따른다. 유럽축구연맹(UEFA) 알렉산데르 체페린 회장은 "나쁜 아이디어"라며 강력 반발했다.
월드컵 예선 의미가 퇴색하고, 본선 수준이 떨어질 것이라는 지적이다. 팬들 사이에서도 "예선에서 걸러졌어야 할 팀들이 본선 무대까지 들어올 수 있다"는 회의론이 만만치 않다.
그럼에도 FIFA는 명확하다. 더 많은 국가, 더 많은 팬, 더 많은 시장. 수익 확대라는 계산이 깔려 있다. 특히 아시아가 핵심이다. 현행 48개국 체제에서도 중국의 본선 진출 가능성은 불투명하다. 그러나 64개국으로 늘어나면 아시아 배정 슬롯이 대폭 늘어나 중국·중동·동남아시아까지 본선행 가능성이 열린다. FIFA가 아시아의 '거대 시장'을 놓치지 않겠다는 속내가 드러난 셈이다.
문제는 정작 중국 내부 분위기다. 현지 팬들과 전문가들은 "숫자가 늘어도 못 간다"라며 냉소를 보낸다. 최근 몇 년간 중국은 한국·일본·이란은 물론, 베트남·우즈베키스탄에도 밀리며 아시아 2류로 전락했다. FIFA 랭킹 94위, 아시아 14위라는 현실은 냉혹하다. 슈퍼리그는 재정난으로 추락했고, 유럽 무대에서 뛰는 선수도 손에 꼽는다. 본선 티켓이 늘어나도 전술적 완성도·개인 기량 모두 경쟁력이 부족하다는 게 현장의 냉정한 진단이다.
결국 FIFA의 선택은 '글로벌 축제'와 '상업적 확장' 사이 줄타기다. 1930년 우루과이에서 첫 대회가 열린 지 정확히 100년이 되는 2030년. FIFA는 역사를 기념하는 동시에 세계 축구 판도를 흔드는 대실험을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단순히 참가국을 늘린다고 월드컵이 풍성해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대회의 권위와 수준이 흔들릴 수 있다.
64개국 월드컵. 숫자는 화려하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그 안에 들어갈 팀들의 실력이다. 중국처럼 현실을 외면한 채 '숫자 확대'만 바라본다면, 본선 진출은 여전히 그림의 떡이다. FIFA의 무한 확장이 진정한 기회가 될지, 아니면 희석된 월드컵으로 남을지, 2030년은 그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reccos23@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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