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쩔수가없다' 이성민 "박찬욱 감독 디렉팅 면도날 같아" [인터뷰①]
OSEN 연휘선 기자
발행 2025.09.25 13: 58

 영화 '어쩔수가없다'의 배우 이성민이 박찬욱 감독과 처음 호흡한 소감을 밝혔다.
이성민은 25일 오후 서울시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국내 취재진과 만나 지난 24일 개봉한 영화 '어쩔수가없다'(감독 박찬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어쩔수가없다'는 '다 이루었다'고 느낄 만큼 삶이 만족스러웠던 회사원 만수(이병헌)가 덜컥 해고된 후, 아내와 두 자식을 지키기 위해, 어렵게 장만한 집을 지켜내기 위해, 재취업을 향한 자신만의 전쟁을 준비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박찬욱 감독의 신작이자 이병헌, 손예진 등 톱배우들과의 만남으로 하반기 최고 기대작으로 꼽히고 있다.

이 가운데 이성민은 만수의 재취업 경쟁자 구범모 역을 맡아 출연했다. 그로서는 처음으로 박찬욱 감독과 호흡한 작품이다. 거장과의 호흡은 어땠을까. 
이성민은 "역시 나의 상상력은 부족하구나 느꼈다. 이런 작품이었구나, 생각했다. 시나리오 때랑 느낌이 다른 게 아니라 시나리오를 보 ㄹ땐 일반적 서사 구조잉ㄹ 거라 생각했다. 직업을 잃은 사람이 경쟁자를 죽이는 이야기, 일반적으로 소개된 스토리로 정리될 줄 알았다. 그런데 감독님의 이야기 방식은 다른 식인 것 같더라. 보통의 이야기는 주인공에 빠져서 몰입하고 점점 집중해 가는데, 이 작품은 뭔지 모르게 가장 불편하고 웃음으로 집중을 흐리게 만들었다. 그런 말씀을 감독님께도 드렸다. 그래서 오히려 그 안에 벌어진 일을 냉철하고 정신 차리게 바라보게 되더라. 낄낄거리다가 집중하다가도 '왜 저럴까' 자꾸 생각하게 만든다. 감독님의 독특한 이야기 전개 방식인 것 같다"라고 평했다. 
실제 출연 결정에도 '박찬욱 감독'이 가장 크게 작용했다는 이성민은 "다른 것도 봤지만 그게 우선이었다. 언젠가 한번 해보고 싶은 감독님이었다. '드디어 나에게 왔다'는 생각도 했다. '어쩌지?'"라며 웃었다. 그는 "회사에서 시나리오를 보내줬는데 '박찬욱'이라고 적혀있었다. 처음엔 '내가 만수인가?' 싶었다"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어 "그의 상상력을 내가 따라갈 수 있을까 싶더라. 감독님이 구상하는 캐릭터가 있을 텐데 그의 상상만큼, 나도 그런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을까 싶더라"라고 했다. 
그는 "작업하며 다른 감독님과 많이 다른 건 솔직히 모르겠다. 하지만 촬영하면서 느낀 건 디렉션이 면도날 같다. 그 면도날을 어떻게 피하지? 생각도 들었다. 섬세함이 날카롭다"라며 "준비해 간 게 있으면 전반적으로 다듬어간다. 크진 않은데 가끔 주는 디렉팅이 내가 놓치고 있던 것들을 훅훅 파고들 때 감탄한다. 대개 많은 감독님들과 작업하다 보면 그런 디렉팅을 받을 때 반갑ㄱ고 고맙다. 내가 놓치는 부분이 있다 보니. 그때부터 감독님을 신뢰하고 내가 혹시 실수를 하더라도 감독님이 리커버를 해줄 수 있다고 믿게 된다. 대신 감독님 앞에서 약점이 드러나는 걸 알아서 겁먹고 소극적이 된다. 이 사람이 내 연기에 실망하면 어떨까 걱정하게 된다. 거의 다, 대개 그럴 거다"라고 강조했다. 
(인터뷰②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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