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계 대부’ 전유성의 건강 상태가 위독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많은 이들이 안타까움을 금치 못하고 있다. 대체 전유성이 어떤 존재이길래 전국민적인 응원을 받고 있는 것일까.
1949년생으로 올해 76세인 전유성은 단순한 개그맨을 넘어 방송 작가, 공연 기획자, 영화 감독 등 다방면에서 독보적인 족적을 남긴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서라벌예술대학에서 연극을 전공한 그는 당대 최고 MC였던 곽규석의 원고를 써주는 코미디 작가로 연예계에 첫 발을 내디뎠다. 1970년대 TBC 인기 쇼 프로그램 ‘쇼쇼쇼’ 대본을 쓰며 작가로서 명성을 쌓은 그는 ‘코미디언’이라는 단어 대신 ‘개그맨’이란른 용어를 처음으로 제안하고 대중화시킨 인물로도 유명하다. 이로써 ‘개그맨’은 콩트 코미디 뿐만 아니라 창의적이고 재치있는 유머를 구사하는 새로운 형태의 희극인을 지칭하는 단어로 자리를 잡았고, 한국 코미디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중요한 계기가 됐다.
KBS ‘유머 1번지’, ‘쇼 비디오 자키’ 등 당대 최고의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활약한 전유성은 한번 더 생각해야 웃음이 터지는 ‘슬로우 개그’, ‘지적인 개그’를 구사, 당시 주류를 이루던 슬랩스틱 코미디와는 차별화된 자신만의 길을 걸어왔다. 특히 ‘개그계 아이디어 뱅크’라는 별명에 걸맞게 수많은 후배들의 코너에 결정적인 아이디어를 제공했다.
전유성의 업적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그는 한국 코미디 발전을 위해 다양한 분야에서 선구적인 역할을 수행했다. 2007년 경상북도 청도에 국내 최초의 코미디 전용 극장 ‘철가방 극장’을 설립했으며, 아시아 최초의 코미디 페스티벌인 ‘부산국제코미디페스티벌’ 명예위원장을 맡아 한국 코미디를 세계에 알리는 데 힘썼다.
후배 양성에도 힘을 낸 전유성이다. 20대 시절 이미 이문세, 주병진 등을 발굴할 만큼 뛰어난 안목을 자랑한 그는 가수 김현식을 알아보고 가수로 나가길 권유했던 것으로도 유명하다. 개그우먼 팽현숙을 발굴한 것도 전유성이며, 예원예술대학교의 코미디학과 교수로 재직하면서 조세호, 김신영 등을 제자로 키워내기도 한 사람이 바로 전유성이다. 또한 배우 한 채영을 알아보고 데뷔시킨 인물이기도 하다.

한편 코미디언협회회장을 맡고 있는 개그맨 김학래는 전유성의 상태에 대해 “심각하다. 벌써 의사들의 예측도 빗나갔다. 이미 4~5일 전에 돌아가셨어야 될 분인데 그래도 버티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날 전유성을 직접 만나고 온 김학래에 따르면 현재 전유성은 산소 호흡기를 착용하고 버겁게 숨을 쉬고 있다. 김학래는 “신기한 건 정신은 말똥하다. 소위 애드리브도 하고, 병문안 온 사람들에게 유머를 건넬 정도로 멀쩡하다”라고 설명했다.
김학래는 전유성이 언제 세상을 떠날지 모르는 만큼 장레 준비를 하고 있다. 김학래는 “우리가 미리 희극인장을 준비 중이다. 이것도 전유성 선배가 누워서 지시를 한 거다. 그 판국에 ‘장례는 희극인 협회장으로 하라’고 하시더라. 주위에 있는 사람들이 서울 병원에서 치러야 되지 않을까 해서 그게 맞다고 하셨고, 그래서 서울에서 (장례식을 진행)할 것”이라고 전했다.
반면 전유성 측 관계자는 “현재 상태가 그 정도는 아니다. 상태가 좋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심각하게 받아들일 정도는 아니었다. ‘아프시대’ 하고 지인들이 전달하면서 과장된 면도 없지 않아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학래는 “직접 가서 보고 온 사람들은 다 심각해서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본인도 마음의 준비를) 다 하고 지시를 하고 있더라”고 전했다. /elnino8919@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