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욱 감독 계엄 보고 한숨" 박희순 밝힌 12.3 당일 '어쩔수가없다' [인터뷰④]
OSEN 연휘선 기자
발행 2025.09.25 15: 41

 (인터뷰③에 이어) "감독님이 폰을 보시더니 한숨을 푹 쉬시면서 위스키를 드시더라고요". 배우 박희순이 12.3 비상계엄 사태 당일 촬영 중이었던 영화 '어쩔수가없다' 팀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박희순은 25일 오후 서울시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국내 취재진과 만나 지난 24일 개봉한 영화 '어쩔수가없다'(감독 박찬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어쩔수가없다'는 '다 이루었다'고 느낄 만큼 삶이 만족스러웠던 회사원 만수(이병헌)가 덜컥 해고된 후, 아내와 두 자식을 지키기 위해, 어렵게 장만한 집을 지켜내기 위해, 재취업을 향한 자신만의 전쟁을 준비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특히 영화는 '공동경비구역 JSA', '올드보이', '친절한 금자씨', '아가씨', '헤어질 결심' 등 수많은 명작으로 사랑받은 박찬욱 감독의 신작으로 관심을 모으고 있다. 

박찬욱 감독의 작품 출연이 버킷리스트였을 정도로 팬이었던 박희순은 비로소 배우로 접한 그의 세계에 "세계적인 거장이기 때문에 포커스를 해외 쪽에 맞추고 하진 않을까 하는 약간의 의심도 있었다. 그런데 대부분의 디렉션이 우리나라 말의 관한 거였다. 고저장단, 리듬, 소리를 어디는 작게 어디는 높게, 한국말의 운율, 아름다움을 알리려 노력한다는 것에 굉장히 충격받았다"라고 밝혔다. 
그는 "물론 해외에 소개될 영화는 다 자막이 나가기 때문에 신경 안 써도 될 법 한데 한국말에 대한 사랑이 굉장하다는 걸 느겼다. 우리 식의 정서를 서양인들이 받아들일 수 있을지 없을지에 대해서 크게 고민하지 않는다는 것도 놀라웠다. 가장 우선시 되는 건 한국 관객들, 일반 관객들이 어떻게 볼까였다. 내가 이런 의도를 갖고 만든 걸 이들이 그렇게 봐줄까 생각하고 한국 관객을 우선시하는 게 놀라웠다"라고 설명했다. 
특히 "가장 기본적인 것을 중요시하신다. 미장센, 영화적 기법이 아닌 배우에게 가장 기본이 되는 말에 충실한 분이다. 그게 탄탄해야 영화적 상상력을 펼칠 수 있는 것 같았다. 그래서 오히려 더 존경하게 됐다"라며 감탄했다. 
무엇보다 박희순은 박찬욱 감독의 인품을 흠모했다. 박찬욱 감독은 '어쩔수가없다' 공개에 앞서 지난해 전국을 들썩이게 한 12.3 계엄사태 당시, 이번 작품 촬영 중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의도 국회 앞 탄핵 촉구 시위대 참석자들에게 선결제로 응원을 보내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실제 12.3 계엄 사태 당시 강원도 모처에서 '어쩔수가없다' 촬영 중이었던 상황. 박희순은 "그때 선출(작희순 분)이 술에 취해서 얼굴은 빨갛게 되고, 주사로 옆구리 치고 있을 때였다. 다들 술렁술렁 하면서 핸드폰을 보는데 알고 보니 계엄 사태가 벌어진 거다. 그렇다고 촬영을 접을 순 없고, 집중을 해야 하는데 감독님도 계속 핸드폰을 보고 신경 쓰시더라"라고 밝혔다. 
그는 "감독님이 작품에 몰입할 땐 몰입하는데 할 거는 또 다 하신다"라고 너스레를 떨며 "그 정도로 여유가 넘칠 줄 몰랐다. 거장일수록 예민하고 시니컬 하실 줄 알았다. 그 와중에도 여유가 있고 낭만이 있다. 그런데 그때는 갑자기 한숨을 푹 쉬시더니 가방에서 위스키 작은 통에 있는 걸 꺼내 세팅을 하시고는 한 모금 딱 드시더라. 거기에 감독님의 모든 감정이 실려 있는 것 같았다. 그 순간을 평생 못 잊을 것 같다"라고 밝혔다. 그는 "그 와중에 '저거 한 모금 달라그럴까? 취한 연기에 도움이 될까?' 싶었다"라고 너스레를 떨면서도 "평생 못 잊을 장면"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나아가 박희순은 "그냥 영화만 잘 만드는 감독이면 이렇게 찬양하지 않는다. 그런데 인품도 너무 좋으시고 유머러스 하시고, 존경할 만한 사람인 것 같다. 어른으로서. 거기다 유머러스 하니까. 단톡방에 감독님이랑 배우만 있는 게 아닌데 거의 개그동아리처럼 됐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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