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유성은 한국 코미디의 정체성을 확립한 인물이자, ‘개그맨’이라는 단어를 처음으로 제안해 대중화시킨 주역이다. 그런 그가 발굴한 스타들도 이목이 쏠린다.
방송 개그의 초석을 다지며 ‘개그콘서트’와 ‘웃음을 찾는 사람들’ 같은 프로그램의 탄생에 큰 영향을 끼쳤다. 그만큼 그가 발굴한 인재는 이루 셀 수 없을 정다.
20대 시절부터 남다른 안목이 있던 전유성은 신인시절의 이문세, 주병진을 눈여겨봤고, 고 김현식에게는 “가수로 나가야 한다”는 조언을 아끼지 않아 음악계의 명가수를 탄생시켰다.배우 한채영의 재능을 알아보고 데뷔를 이끌어준 사람도 전유성이었다
개그 후배들도 다 셀 수 없을 정도다. 팽현숙, 최양락, 신동엽 역시 그의 손을 거쳐 무대에 설 수 있었고, 예원예술대학교 코미디학과 교수로 재직하면서는 조세호, 김신영 같은 개그계를 대표하는 제자들을 키워내며 후배 양성에도 힘을 쏟았다.

특히 지난해 한 방송에서는 신동엽이 전유성에게 “방송 데뷔시켜줘서 감사하다”며 큰 금액을 보냈다는 일화가 공개돼 훈훈함을 자아내기도 했다. 이에 전유성은 쑥스러워하면서도 “나도 선배님들께 용돈을 드린 적이 있는데 막상 내가 받는 입장이 되니 이상했다”고 전하며 제자의 마음을 고스란히 받아들였다. 최양락 또한 “전유성 선배는 후배들을 돈이 아니라 진심으로 밀어주신 분”이라며 “그 혜택을 내가 가장 많이 봤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생전에 전유성은 조세호에게 “돈 많이 벌면 빌딩 말고 극장을 세워라. 후배들을 키우는 게 진짜 가치 있는 일”이라는 조언을 남겼다. 이는 단순한 개그맨 선배가 아니라, 후배들의 인생 길잡이이자 멘토였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누리꾼들 또한 “정말 많은 스타들을 키워낸 대선배님”, “데뷔시켜주셔서 감사하다던 후배들의 마음이 느껴진다”, “한국 코미디의 뿌리를 세운 분, 편히 쉬시길”이라며 애도의 뜻을 전하고 있다.
26일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故 전유성의 빈소에는 수많은 후배와 지인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고인은 지난 25일 폐기흉 증상 악화로 세상을 떠났으며, 향년 76세로 생을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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