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친상의 슬픔을 딛고 정상에 오른 말레이시아 볼링 영웅 무하마드 라피크 이스마일(28)은 "아버지와 함께 했다"고 믿었다.
왼손 볼러 이스마일은 26일 오후 용인 볼토피아에서 열린 '제27회 DSD삼호 코리아컵 국제오픈볼링대회' TV 파이널 결승전(총상금 3억 400만 원, 우승 상금 6000만 원)에서 양손을 쓰는 투 핸드 볼러 임승원(34, ACME)을 256-224로 눌렀다.
9프레임 때 스트라이크를 놓쳐 임승원에게 추격의 기회를 내주기도 했던 이스마일이다. 하지만 이스마일은 10프레임 첫 투구와 다음 투구를 완벽하게 마치면서 우승을 확정했다.
이스마일은 지난 2017년 도미노컵 이후 두 번째 한국 방문에서 마침내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당시에는 4강에 만족해야 했지만 8년 후 정상에 오르며 6000만 원이라는 우승 상금도 품에 안았다.
이스마일은 승리가 확정되는 순간 오른팔을 쭉 뻗어올렸다. 그리고 검지를 하늘로 향한 뒤 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끝내 감정을 억누르지 못하며 눈물을 흘린 이스마일은 옆에서 경기를 지켜보던 아내와 한참 동안 포옹한 채 시간을 보냈다.
![[사진]한국프로볼링협회 제공](https://file.osen.co.kr/article/2025/09/27/202509270008771960_68d6bd14919bb.jpeg)
이스마일의 이날 승리는 극적이면서도 애틋했다. 사실 이스마일은 전날 경기 중 고국에 있던 아버지의 갑작스런 부음 소식을 접한 상태였다. 그럼에도 담담한 표정으로 경기에 임했다.
이스마일은 TV 파이널 진출을 확정한 후에도 부친상 때문에 말레이시아로 돌아가려했다. 하지만 이스마일은 아버지의 이름이기도 한 '이스마일'이란 이름으로 우승하는 것이 더 가치있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이스마일은 경기 후 "결승 하루 전 아버지의 별세 소식을 접했다. 슬펐다. 임종을 지키지 못해 안타까웠다"면서도 "하지만 아버지의 이름(이스마일)으로 함께했다는 점에서 가치가 있었다. 그래서 이번 대회가 더욱 특별했고, 끝까지 최선을 다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아버지는 당뇨와 지병이 있었다. 때문에 국가대표로 2013년부터 뛰면서도 기간이 오래 걸리는 대회는 나가기 힘들었다"고 설명했다.
또 "어제 연습 도중 눈물이 났다"는 이스마일은 "하지만 오늘 결승 때 2프레임에 메시지 핀이 와서 스트라이크가 되는 것을 보고 '아버지가 함께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털어놓았다.
![[사진]한국프로볼링협회 제공](https://file.osen.co.kr/article/2025/09/27/202509270008771960_68d6bd151d3cc.jpeg)
2017년부터 미국프로볼링(PBA) 투어 자격을 유지하고 있는 이스마일은 "이번 대회 오일 패턴은 PBA에서 경험한 적이 있다"면서 "볼 스피드가 승부를 좌우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스페어 볼을 따로 쓰지 않고 오직 핑크색 볼 하나로만 경기를 치렀다"고 강조했다.
이스마일은 아직 PBA 타이틀은 없다. 하지만 말레이시아는 물론 아시아와 국제볼링연맹(IBF)에도 랭킹 1위에 올라 있을 정도로 최정상급 볼러다. 이스마일은 지난 3월 미국 네바다주 리노에서 열린 PBA 월드시리즈오브볼링(WSOB) 스콜피언 챔피언십 결승에 올라 준우승을 차지했다.
이스마일이 우승 직후 가장 먼저 안긴 이는 정신적 지주가 된 아내였다. 2023년 결혼한 이스마일은 그 해 12월에 태어난 아들과 함께 한국을 찾았다.
이스마일은 "가족들에게 고마웠다. 아내 덕분에 정신적으로 안정됐다. 아버지의 공백을 메워주는 평정심을 아내로부터 받은 것이 승리의 원동력이었다"면서 "아내가 우승 후 '아버지가 함께했고, 자랑스러워하셨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사진]한국프로볼링협회 제공](https://file.osen.co.kr/article/2025/09/27/202509270008771960_68d6bd15b60ea.jpeg)
이스마일은 "만약 포기하고 귀국했다면 국가대표로서, 가족 대표로서 최선을 다하지 못했다는 후회를 했을 것"이라며 "아버지께 영광을 안기는 게 최선이었다. 이번 대회는 가족들을 위한 무대였다"고 강조했다.
이스마일은 앞으로 계획에 대해 "가족과 상의한 뒤 내년 계획을 세울 것이다. 한국 대회에는 자주 참가하고 싶다"면서 "말레이시아 볼링 발전을 위해 유망주 양성에도 힘쓸 것이다. PBA 우승은 내 꿈이다. 당장은 아니지만 아직 어리니 몇 년 뒤 다시 도전할 것"이라고 밝혔다.
/letmeou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