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개그계를 이끈 故전유성이 많은 후배들의 배웅을 뒤로한 채 영면에 든다.
28일 오전 6시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서는 故전유성의 발인식이 엄수됐다. 당초 오전 7시로 예정돼있었지만, 더 많은 이들과 고인의 발자취를 돌아보기 위해 일정을 앞당긴 것으로 전해졌다.
故 전유성은 지난 25일 밤 별세했다. 향년 76세. 폐기흉으로 시술을 받기도 했던 고인은 최근 증상이 악화돼 병원에 입원했고, 위독한 상태가 지속되던 중 끝내 세상을 떠났다.
고인의 건강 위독설은 지난 24일부터 시작됐다. 실제 그는 건강상의 문제로 지난달 예정돼있던 부산국제코미디페스티벌 '코미디 북콘서트'에도 불참했던 상황. 이와 관련해 전유성 측 관계자는 OSEN에 "지금 기흉이 양쪽 폐에 다 생겨서 호흡하시기 곤란하셔서 산소호흡기에 의존하고 계시는데 일단 의식은 있고, 병문안 오는 사람들하고 짧게 대화는 하시는데 숨을 많이 차 하신다"며 "상태가 좋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심각하게 받아들일 정도는 아니"라고 일축했다.
하지만 전유성의 병문안을 다녀온 대한코미디언협회 협회장 김학래는 OSEN과의 통화에서 "심각하다. 벌써 의사들의 예측도 빗나갔다. 이미 4~5일 전에 돌아가셨어야 될 분인데 그래도 버티고 있는거다. (병원측 예상대로라면) 몇 개월 전에 돌아가셨어야 했다. 제가 어제 직접 가서 보니까 산소 호흡기를 끼고 숨을 쉴 뿐인데 그것도 버겁게 숨을 쉬고 있다"고 심각한 상태를 전했다.
이에 대한코미디언협회 측은 고인의 지시에 따라 희극인장으로 장례를 미리 준비하고 있던 상황이었다. 그러던 중 25일 밤 故전유성의 부고가 전해졌고,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 1호실에 마련된 빈소에는 조문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대한코미디언협회장 김학래를 비롯해 강호동, 주병진, 남희석, 이봉원, 김용만, 김경식, 유재석, 지석진, 이수근, 최승경, 오나마, 신봉선, 김지민, 허경환, 이동우, 남창희, 김승현, 최병서, 홍록기, 김신영 등이 빈소를 찾았으며, 전처였던 가수 진미령과 암투병 소식이 전해졌던 박미선도 근조화환을 보내며 고인을 추모했다. 특히 고인의 애제자였던 김신영은 지난 23일부터 라디오 '정오의 희망곡' 스케줄까지 스페셜 DJ에게 맡긴채 故전유성의 간병을 하며 임종을 함께한 것으로 전해졌다.

故전유성은 한국 코미디 발전을 위해 다양한 분야에서 선구적인 역할을 해왔다. 1970년대 TBC 인기 쇼 프로그램 '쇼쇼쇼' 대본을 쓰며 작가로서 명성을 쌓았으며, '코미디언'이라는 단어 대신 '개그맨'이라는 용어를 처음으로 제안해 대중화 시킨 인물이기도 하다. 이어 KBS '유머 1번지', '쇼 비디오 자키' 등 당대 최고의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활약을 펼쳤으며 '슬로우 개그', '지적인 개그' 등 자신만의 차별화된 유머 코드로 대중에게 웃음을 안겨 왔다.
뿐만아니라 대학로 소극장에서 이뤄지던 개그를 방송화시키면서 '개그콘서트', '웃음을 찾는 사람들'과 같은 개그 프로그램의 탄생에 큰 기여를 했다. 이밖에도 아시아 최초의 코미디 페스티벌인 '부산국제코미디페스티벌' 명예위원장을 맡아 한국 코미디를 세계에 알리는 데 힘썼으며, 2007년 경상북도 청도에 국내 최초의 코미디 전용 극장 '철가방 극장'을 설립 하며 후배 양성에 앞장서기도 했다.
이처럼 '개그계의 대부'로서 한국 코미디에 큰 족적을 남긴 그의 가슴아픈 비보에 수많은 후배들이 고인과의 추억을 되새기며 황망한 심경을 내비치고 있다.
이런 가운데 28일 오전 6시 발인을 마친 뒤, 7시 10분께부터 여의도 KBS에서는 노제가 이어진다. 이는 故전유성이 남긴 업적을 기리기 위함으로, KBS 34기 공채 개그맨인 조진형이 총괄을 맡은 것으로 전해졌다. '개그콘서트' 회의실이 있는 KBS 신관 연구동과 '개그콘서트' 녹화가 이루어지는 스튜디오에서 노제가 엄수되며, 현장에는 개그맨 후배들이 함께해 고인의 마지막 길을 배웅한다.
발인식 당일 밤 방송되는 KBS2 '개그콘서트'에서도 고인을 애도하는 시간을 가진다. '개그콘서트' 측은 故 전유성을 기리는 짧은 영상과 자막을 송출할 예정이다. 이후 고인은 생전에 터를 잡고 국숫집을 운영했던 전북 남원시 인월면에 안치되며, 고인의 뜻에 따라 차후 수목장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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