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한화 이글스의 1위 역전 가능성이 소멸 직전이다. 류현진(38)의 올 시즌도 결국 9승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아졌다. 13년 전처럼 10승에 딱 1승이 모자란 시즌이지만 그때와 달리 올해는 가을야구라는 더 큰 무대가 류현진을 기다리고 있다.
류현진은 지난 26일 대전 LG전에서 6이닝 7피안타(1피홈런) 무사사구 5탈삼진 1실점으로 호투했다. 6회 오스틴 딘에게 맞은 솔로 홈런이 유일한 실점이었는데 그마저 실투가 아니었다. 바깥쪽 낮게 잘 떨어진 체인지업을 오스틴이 잘 받아쳐 넘긴 것이었다.
그러나 6회까지 한화 타선이 LG 선발투수 요니 치리노스에게 무득점으로 막혔고, 0-1로 뒤진 상황에서 마운드를 내려갔다. 한화가 7회 노시환의 기막힌 주루 센스를 발판 삼아 4득점을 몰아치며 4-1로 역전승했지만 류현진에게 승리는 닿지 않았다.
시즌 9승을 기록 중이던 류현진에겐 개인적으로는 아쉬운 경기였다. 경기 후 그는 “나의 10승은 전혀, 전혀 중요하지 않다. 선수들이 모두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고 승리해 정말 기분 좋다”고 말했지만 김경문 한화 감독은 류현진의 10승을 채워주지 못한 게 못내 아쉬웠다.
27일 LG전을 앞두고 인터뷰에서 김경문 감독은 류현진 이야기가 나오자 “아깝죠. 10승 하고 마쳤으면 하는 바람이었는데…”라며 “그래도 팀이 이겼으니 다음에 선수들이 더 잘해줄 것이다”고 말했다.
김경문 감독이 말한 ‘다음’이 정규시즌이 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한화는 10월 추가 잔여 일정으로 1일 문학 SSG전, 3일 수원 KT전이 남아있다. 날짜상 류현진은 각각 4일, 6일 쉬고 선발로 등판할 수 있는 일정이다.

김경문 감독은 류현진의 잔여 시즌 추가 등판 가능성에 대해 “지금 그거까지 말하는 건 빠른 것 같다”며 말을 돌렸다. 만약 한화가 그때까지 1위 희망이 살아있다면 류현진이 등판할 수도 있지만 27일 LG전을 2-9로 패하면서 그런 가능성이 거의 사라졌다. LG의 정규리그 우승 확정 매직넘버가 ‘1’로 줄었고, 빠르면 28일 대전 한화전에서 우승 축포를 터뜨릴 수 있다.
최소 2위를 확보한 한화는 LG가 우승을 확정해도 플레이오프를 예약한 상태. 굳이 류현진을 남은 시즌에 한 번 더 쓰며 힘을 소모할 필요가 없다. 현재 예상되는 일정상 플레이오프는 내달 16일부터 시작되는데 이대로 시즌을 마치면 류현진은 20일 이상 푹 쉬고 가을야구를 준비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힘을 비축한 상태로 던질 수 있다.
비록 10승은 좌절 직전이지만 류현진은 올 시즌 26경기(139⅓이닝) 9승7패 평균자책점 3.23 탈삼진 122개로 활약했다. 6월 중순 내전근 통증으로 부상자 명단에 올라 3주간 쉬면서 규정이닝에 살짝 미달되지만 12번의 퀄리티 스타트로 안정감을 보였다. 메이저리그에서 돌아와 10승을 거둔 지난해와 비교해 평균자책점(3.87→3.23), WHIP(1.36→1.21) 모두 좋아졌다.

다만 승운이 따르지 않았다. 9이닝당 득점 지원이 4.7점으로 100이닝 이상 던진 선발투수 38명 중 26위로 크게 나쁘지 않지만 몇몇 경기에서 타자들이 크게 몰아친 영향이다. 무득점 5경기, 1득점 5경기, 2득점 7경기로 2득점 이하 지원이 17경기나 될 만큼 타선이 류현진 선발 날 유독 못 쳤다. 메이저리그 진출 직전으로 182⅔이닝 평균자책점 2.66 탈삼진 210개에도 9승9패로 끝난 2012년이 떠오른다.
하지만 류현진 정도 되는 선수는 10승에 연연하지 않는다. 그는 지난달부터 “내 승리는 중요하지 않다. 개인 성적보다 팀이 이기는 게 좋다. 내가 잘 던져도 팀이 지는 것이 더 안 좋다”고 거듭 말했다.
무엇보다 가을야구에서 류현진이 해줘야 할 몫이 있다. ‘원투펀치’ 코디 폰세, 라이언 와이스가 1~2선발로 확고한 가운데 류현진은 포스트시즌에서 3선발 역할을 해줘야 할 것으로 보인다. 류현진은 “(문)동주가 나가야 한다”며 3선발로 후배를 밀었지만 최근 흐름을 보면 그렇지 않다. 문동주는 지난 14일 대전 키움전 3⅓이닝 8실점, 27일 LG전 ⅔이닝 6실점으로 일찍 무너지면서 급격히 흔들렸다. 한 번 무너질 때 와르르 무너지는 경향이 있어 큰 경기에선 류현진의 경험과 안정성에 무게가 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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