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승격팀을 상대로도 무너졌다. 엔지 포스테코글루 감독과 노팅엄 포레스트의 부진이 심상치 않다.
노팅엄은 28일(한국시간) 영국 노팅엄의 시티 그라운드에서 열린 2025-2026시즌 프리미어리그(PL) 홈 경기에서 선덜랜드에 0-1로 패했다. 전반 38분 세트피스에서 오마르 알데레테에게 내준 선제골을 실점한 게 패배로 직결됐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으로선 승리가 절실한 경기였다. 그는 약 3주 전 누누 에스피리투 산투 감독의 뒤를 이어 노팅엄 지휘봉을 잡았다. 지난 6월 토트넘에서 경질된 후 3개월도 되지 않아 프리미어리그 감독직에 복귀한 것.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지난 두 시즌간 토트넘을 이끌며 극과 극의 모습을 보여줬다. 그는 부임 초기 공격 축구로 돌풍을 일으켰지만, 부족한 전술 유연성으로 한계를 노출했다. 고집과 철학 사이였다.
지난 시즌은 더욱 심각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토트넘을 유럽축구연맹 유로파리그(UEL) 정상으로 이끄는 엄청난 성과를 냈다. 손흥민도 생애 첫 메이저 대회 우승의 기쁨을 맛봤다. 하지만 토트넘은 동시에 프리미어리그 17위로 겨우 강등을 피했다. 그러자 토트넘 보드진은 만장일치로 포스테코글루 감독을 해고한 뒤 토마스 프랭크 감독을 선임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노팅엄에도 자신의 공격 축구를 이식하겠다고 외쳤다. 그는 부임 직후 "난 증명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지 않는다. 난 그 누구에게도 그 무엇도 증명할 필요가 없다"라며 "난 내 팀이 공격하고, 골을 넣어 팬들을 열광케 하는 걸 좋아한다. 내 커리어의 유일한 일관성은 모든 팀에서 우승했다는 거다. 원칙은 항상 같다"라고 선언했다.
특유의 자신감도 여전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아마 우승해야 2번째 시즌을 맞이할 수 있을 거다. 첫 시즌에도 몇 개의 트로피를 들어 올린 경험이 있다. 셀틱에선 더블을 달성했다"라며 "내가 하고 싶은 일은 트로피를 따내는 거다. 그게 바로 내 커리어 전체에서 계속 해온 일"이라고 우승을 목표로 내걸었다.
하지만 현실은 참담하다. 우승은커녕 생존을 걱정해야 할 처지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부임 후 공식전 5경기에서 한 번도 승리하지 못했다. 선덜랜드에도 발목을 잡히며 2무 3패에 그치고 있다. 누누 감독 시절까지 포함하면 최근 7경기에서 3무 4패를 거둔 노팅엄이다.
기대했던 '허니문 효과'도 전혀 보이지 않는다. 재기를 꿈꾸는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데뷔전에서 아스날에 0-3으로 대패했다. 그는 다음 경기부턴 달라질 것이라고 외쳤으나 카라바오컵에서 2부리그 스완지 시티에 2-3으로 충격 역전패를 기록했고, 승격팀 번리와 1-1로 비겼다. UEL 무대에서도 경기 막판 실점하며 레알 베티스와 2-2 무승부를 거뒀다.


앞서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이제 내가 원하는 진정한 팀이 시작될 것"이라고 외쳤지만, 여전히 첫 승조차 신고하지 못했다. 오랜만에 돌아온 안방에서 선덜랜드에도 무릎 꿇으면서 상황은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토트넘 시절과 달리 손흥민 같은 해결사가 없자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극단적인 공격 축구의 한계가 고스란히 나오고 있다.
영국 'BBC'는 노팅엄 팬들에게 포스테코글루 체제는 경기를 지배하고 많은 기회를 창출하지만, 결국 승리하지 못하는 익숙한 패턴으로 발전하고 있다. 이러한 패턴으로 인해 포스테코글루는 홈에서 선덜랜드에 패하는 등 9월 9일 부임 이후 5경기에서 승리가 없는 끔찍한 상황을 견뎌내야 한다"라고 꼬집었다.
이어 매체는 "포스테코글루에겐 결코 이상적인 일이 아니다. 특히 많은 노팅엄 팬들이 그의 선임을 우려하면서 처음부터 그리 반기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팬들은 누누를 포스테코글루로 교체하는 결정에 의문을 제기했고, 승격팀과 두 경기에서 승점 1점을 획득하는 데 그치면서 여전히 두려움에 떨고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노팅엄은 번리와 선덜랜드를 상대로 총 39개의 슈팅을 날렸지만, 득점으로 이어진 건 단 하나에 불과하다. 토트넘에서 그랬던 것처럼 점유율과 슈팅 숫자에서는 상대를 압도하고도 정작 결과는 챙기지 못하던 모습이 재현되고 있다.


경기 후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우리는 우리가 지배력을 승리로 바꿀 만큼 무자비하지 않았다. 우리의 관점에서 보면 그건 내가 정리할 일이다. 선수들은 올바른 사고방식과 명확한 생각을 갖고 있다. 지난 3주 반 동안 많은 일이 일어났다"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난 우리가 어떤 변화를 만들고 있는지에만 집착할 순 없다고 강조해 왔다. 공정하게 말하자면 선수들은 그걸 받아들이고 있다. 지배력을 승리로 바꾸는 건 내게 달렸다"라며 과정뿐만 아니라 결과도 가져와야 한다고 반성했다.
토트넘 시절에도 논란을 빚었던 '고질병' 세트피스 수비도 문제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이번에도 세트피스에서 결승골을 얻어맞았다. BBC는 "2023-2024시즌 이래로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이끄는 팀들은 프리미어리그에서 가장 많은 세트피스 실점(34골)을 허용했다. 2위는 26실점을 기록한 게리 오닐 감독"이라고 지적했다.
세트피스 수비 불안과 골 가뭄에 시달리고 있는 포스테코글루 감독. 그는 "우리는 승리할 수 있는 기반을 갖고 있지만, 승리하지 못하고 있다. 이를 바꿔야 한다"라며 "팬들은 실망할 권리가 충분하다. 그들은 팀의 승리를 보고 싶어 한다. 라커룸과 내게 분명히 공유된 그들의 실망을 이해한다. 내 임무는 이를 바로잡는 것"이라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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