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적인 귀화 조작 사태가 터졌다. 말레이시아 축구협회(FAM)가 무려 7명에 달하는 선수 귀화 과정에서 위조 서류를 제출해 국제축구연맹(FIFA) 징계를 받았다.
FIFA는 27일(한국시간)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FAM과 7명의 선수에 대한 제재를 가한다. FIFA 징계위원회는 가브리엘 아로차, 파쿤도 가르세스, 로드리고 홀가도, 이마뇰 마추카, 주앙 피게이레두, 존 이라사발 이라우르기, 엑토르 알레한드로 세라노에게 위조 및 변조 관한 제22조 위반으로 징계를 내렸다"라고 발표했다.
그 결과 FAM도 위변조 문서를 사용해 말레이시아 대표팀에 합류한 7명의 선수들도 징계를 피하지 못했다. 특히 선수들은 1년 자격 정지라는 중징계를 받으며 커리어에 심각한 위기를 맞이하게 됐다.
FIFA는 "FAM은 위 선수들을 출전시키기 위해 FIFA 자격 조회를 제출할 때 조작된 문서를 사용했다"라며 "FIFA 징계위는 표준 절차에 따라 모든 증거를 평가했고, 다음과 가같은 제재를 부과했다. FAM은 FIFA에 35만 스위스 프랑(약 6억 1800만 원), 7명의 선수들은 각각 2000(약 350만 원) 스위스 프랑의 벌금을 납부한다. 추가로 모든 축구 관련 활동에서 12개월 정지 처분을 받는다. 이는 결정 통지일로부터 효력이 발생한다"라고 밝혔다.


이번 사건은 김상식 감독이 있는 베트남 측에서 문제를 제기하면서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말레이시아는 지난 6월 열린 2027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최종예선 F조 2차전에서 귀화 선수들을 앞세워 베트남을 4-0으로 격파했다. 당시 귀화 선수 6명이 뛰었고, 피게이레두와 올가도는 직접 득점포까지 가동했다.
말레이시아의 대승은 베트남뿐만 아니라 아시아 축구계를 놀라게 했다. 말레이시아는 동남아에서도 강호로 분류되지 않았기 때문. 베트남 내에서는 김상식 감독이 책임을 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이후 말레이시아 축구는 귀화 정책에 더욱 박차를 가했다. 앞서 '메트로 말레이시아'는 FAM이 아르헨티나 출신 혼혈 선수를 최대 37명까지 귀화시킬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금까지 대표팀에 합류한 귀화 선수들도 대부분 아르헨티나계다.
그러나 귀화 과정에서 서류를 조작했음이 들통나면서 말레이시아의 귀화 정책도 급제동이 걸리게 됐다. 다만 피게이이레두와 올가도를 포함한 7명의 선수들이 앞으로도 말레이시아를 대표할 수 있을지 없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FIFA는 "이 선수들이 말레이시아 대표팀에서 뛸 자격이 있는지에 관한 문제는 FIFA 징계위에서 FIFA 축구재판소로 이관돼 검토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일단 말레이시아 측은 징계에 반발해 항소를 예고했다. FAM은 "과정 전반에 걸쳐 선의와 투명성을 바탕으로 행동했음을 강조한다. 우리는 관련 문서 및 절차를 정해진 지침에 따라 투명하게 관리해 왔다. 실제로 FIFA는 이전에 해당 선수들의 자격을 검토하여 말레이시아를 대표할 자격이 있음을 공식적으로 확인했다"라고 항의했다.
또한 "FAM은 이 결정에 항소할 것이며, 선수들과 말레이시아 대표팀의 권익이 항상 보호받을 수 있도록 모든 가능한 법적 절차와 수단을 동원하겠다. FAM은 국제 규정을 준수하고 국가 축구의 공정성을 수호하기 위해 확고한 입장을 고수할 거다. 이 과정이 투명하고 공정하며 스포츠맨십에 따라 진행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강조했다.

일단 김상식 감독이 지휘하는 베트남으로선 호재다. 앞서 말레이시아에 4골 차로 패하면서 아시안컵 본선 진출에 빨간불이 켜졌지만, 귀화 선수들에게 대거 징계가 내려지면서 내년 3월 열리는 리턴 매치에서 힘을 얻게 됐다. 이대로라면 말레이시아 대표팀은 주축 선수 7명을 잃게 된다.
게다가 말레이시아가 '부정 선수'를 출전시켰던 만큼 지난 경기가 몰수패 처리될 가능성도 충분하다. 그렇게 된다면 베트남으로선 0-4 패배가 순식간에 3-0 승리로 뒤집히는 것. 다만 FIFA는 이번 징계를 발표하면서 해당 경기 결과에 대한 처리는 따로 언급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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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베트남 축구협회, 말레이시아 축구협회, 시시아 골 소셜 미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