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유진(25, 대방건설)이 노승희(24, 요진건설산업)와의 연장 4차전까지 가는 혈투 끝에 KLPGA(한국여자프로골프) 투어 생애 첫 번째 메이저 대회 타이틀 획득에 성공했다.
성유진은 28일, 경기 여주 블루헤런 골프클럽(파72/6779야드)에서 펼쳐진 올 시즌 KLPGA 투어 마지막 메이저 대회 ‘제25회 하이트진로 챔피언십’(총상금 15억 원, 우승상금 2억 7000만 원)에서 꿈에 그리던 메이저 사냥에 성공했다. 성유진은 이 대회 전까지 KLPGA 통산 3승을 올리고 있었으나 메이저 우승 기록은 없었다. 올 시즌에도 1차례 2위만 있을 뿐 우승은 없었다.
간절하게 원했던 우승컵인 만큼 성유진의 우승 과정은 지난했다. 우승 후보로 압축되기도 힘들었고, 최종 우승자를 가리는 길은 더욱 험난했다.
성유진은 노승희와 함께 챔피언조에 편성돼 최종일 승부에 나섰다. 노승희가 8언더파, 성유진이 7언더파에서 최종라운드를 시작했다.
하지만 둘은 전반 나인이 지날 때까지만 해도 두드러진 활약을 보이지 못했다. 전반 9홀을 지나는 동안 성유진이 버디 2개, 보기 1개로 한 타를 줄이고 있었고, 노승희는 버디 1개, 보기 1개로 본전치기를 하고 있었다.

이 때까지만 해도 갤러리의 관심은 김민별(21, 하이트진로)에게 쏠려 있었다. 김민별은 전반에만 보기 없이 3타를 줄여 리더보드 맨 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었다. 하이트진로 소속인 김민별의 스폰서 주최 대회 우승이 조심스럽게 점쳐지고 있었다.
그러나 승부의 흐름은 파4 12번홀을 기점으로 용트림을 했다. 잘 나가던 김민별이 12번에서 흔들리며 첫 보기를 범했고, 이어 13, 15번홀에서 잇달아 보기를 허용하며 무너졌다.
그 사이 기세를 높인 두 선수가 성유진과 노승희였다. 성유진은 12, 14번홀에서 버디를 낚았고, 노승희는 10, 12, 16번홀에서 버디를 사냥했다. 다만 노승희는 15번홀 보기가 있어 정규 18홀 승부가 끝났을 때 둘의 스코어는 10언더파 동타가 돼 있었다.
연장 승부는 치열했다. 두 선수가 경기 스타일이 비슷한 탓에 좀처럼 승부가 나지 않았다.
마침내 3차전부터 팽팽하던 양상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노승희의 두 번째 샷이 왼쪽으로 감겨 내리막 경사의 러프지역에 떨어졌다. 반면 성유진은 페어웨이를 잘 지켰고, 그린에서도 2미터 남짓한 거리에 공을 붙였다. 하지만 연장 3차전에서는 성유진의 결정타가 터지지 않았다. 2미터 거리의 버디 퍼트가 컵을 비켜갔다.
연장 4차전에서도 같은 양상이 반복됐다. 페어웨이를 잘 지킨 성유진은 1.9미터 거리에 공을 붙였고, 역시 두 번째 샷이 좌측 러프로 간 노승희는 성유진의 처분에 운명을 맡겨야 했다. 성유진은 두 번의 실수는 하지 않았다. 1.9미터 버디 퍼트에 성공하며 기나긴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이날 경기는 오전에 쏟아진 폭우와 안개로 경기가 지연되는 어려움을 겪었다. 성유진과 노승희가 연장 승부에 돌입할 때는 이미 주위가 어두워져 18번홀에서 라이트를 켜고 경기를 해야 했다.

성유진은 우승 후 인터뷰에서 “경기가 딜레이 되는 바람에 모든 선수들이 힘든 하루를 보냈다. 24시간이 모자랐던 하루였던 것 같다. 고향 후배인 노승희와의 연장 승부라 마음이 복잡한데, 끝까지 함께 고생하며 멋진 승부를 펼쳐줘서 고맙다"고 말했다.
올 시즌 국내 대회 2번째 출전으로 관심을 모았던 윤이나(22)는 최종일 경기에서 8타를 잃어 최종합계 10오버파로 국내 대회 출전에서도 크게 성과를 올리지 못했다. /100c@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