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극인들의 진정한 추모가 故 전유성의 마지막 길을 가득 채웠다. 슬픔조차 개그로 승화시킨 전유성다운 마지막. 후배들이 그 길을 더욱 특별하게 장식했다.
28일 오전 서울아산병원에서 열린 영결식에는 유족과 수많은 후배 코미디언들이 모여, 스승이자 멘토였던 전유성을 떠나보내며 눈물과 웃음이 교차하는 순간을 만들었다. 사회는 이수근이 맡았고, 목사인 표인봉이 대표 기도를 올리며 엄숙한 분위기를 더했다.
먼저 박준형은 무대에 올라 “선배님께 큰 박수 한번 드리는 시간 갖겠습니다. 선배님 감사합니다”라고 말하며 뜨거운 박수를 유도했다. 무겁게 가라앉은 장례식장에 박수 소리가 울려 퍼지자, 그 소리 속에 고인에 대한 존경과 감사의 마음이 그대로 담겼다. 이어 추도사를 맡은 이홍렬은 “선배님은 무대 위 혁신가이자 무대 뒤 스승이었다. 남겨주신 웃음과 가르침은 우리의 가슴과 무대 위에서 계속 살아 숨 쉴 것이다”라며 울먹였다. 김신영은 “마지막으로 받은 주유비 10만 원을 평생 보물로 삼겠다”며 “이 글을 쓰는 지금도 너무 사무치게 그립고 보고 싶다. 꼭 다음 생에도 제 교수님으로 나타나 달라”고 말하며 흐느꼈다.
장의위원장을 맡은 코미디언협회장 김학래는 “선배님이 생전에 가장 좋아했던 것이 김정렬 씨의 ‘숭구리당당’이었다”며 김정렬을 불러냈다. 무대에 오른 김정렬은 “형님 가는 길을 막고 싶지만, 웃으시면서 떠나시길 바라는 마음으로 아랫도리 한번 풀어드리겠다”며 직접 ‘숭구리당당’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비통한 자리였지만 순간 장례식장에는 웃음이 스며들었고, 네티즌들은 이를 두고 “세상에서 제일 슬픈 춤이었다”, “눈물이랑 웃음이 동시에 터졌다”라는 반응을 보였다.
최양락은 고인의 약력을 소개하며 “개그맨이라는 호칭을 처음 만들고, ‘개그콘서트’를 탄생시킨 선구자였다.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열정으로 대한민국 최초 코미디학과를 세우고, 코미디 소극장을 통해 후배 양성에 힘쓴 분”이라고 회상했다. 이어 그의 제안으로 전유성의 유행어 “봉이야~”가 울려 퍼지자, 장례식장은 통곡과 오열로 가득 찼다.
노제는 여의도 KBS 공개홀에서 거행됐다. 비가 세차게 내리는 가운데, 무대 위에는 흑백 영정이 단정히 놓였다. 평생 후배들을 위해 무대를 열어주고, 한국 코미디의 새 장을 연 그가 마지막으로 오른 무대는 다름 아닌 ‘개그콘서트’ 무대였다.
네티즌들은 고인의 마지막 길을 지켜보며 “마지막 무대조차 코미디로 빛낸 진짜 개그맨”, “웃음과 눈물이 함께한, 세상에서 가장 특별한 장례식”, “눈물 나는데도 웃음이 새어 나왔다”, “마지막까지 전유성다웠다", "웃음으로 추모한 진정한 희극인들의 장례식” 이라며 먹먹한 마음을 전했다.
희극인들이 눈물 속에서도 웃음을 놓지 않았던 이유는 단 하나였다. 그것이 바로 고 전유성이 평생 강조하고 지켜온, 웃음을 향한 진정한 태도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의 마지막 길은 슬프면서도 따뜻했고, 애통하면서도 웃음을 남겼다. 결국 전유성다운 마지막이었다./ssu08185@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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