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미디의 대부, 故 전유성이 영면에 들었다. 누군가에겐 스승이자, 진짜 어른이었던 고인의 마지막을 모두가 지켰다.
28일 오전 7시,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서 발인식이 엄수됐다. 향년 76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난 고인은 고향 남원시 인월면으로 향하며 가족과 동료, 제자들의 배웅 속에 마지막 길에 올랐다.
발인식에서 가장 많은 눈물을 쏟은 이는 제자 김신영이었다. 그는 추도사에서 “교수님은 저를 제자가 아닌 ‘나이 차이 많이 나는 친구’라고 불러주셨다. 어린 제자도 존중해 주시던 따뜻한 마음, 평생 간직하겠다”며 흐느꼈다. 또 “마지막으로 받은 주유비 10만 원을 제 인생의 보물로 삼겠다. 꼭 다음 생에도 제 교수님으로 나타나 달라”고 울먹였다. 김신영은 생전 고인의 임종까지 지켰고, SNS를 통해 “나의 어른 교수님 편히 쉬세요. 말씀대로 내일부터 씩씩하게”라는 마지막 인사를 남겼다. 부은 눈으로 영정 앞에서 하트를 그린 그의 모습은 많은 이들의 마음을 더욱 먹먹하게 했다.
발인식에는 개그계 후배들이 총출동했다. 조세호와 마술사 이은결이 운구를 맡았고, 이영자·팽현숙·김학래·이경규 등이 고인을 떠나보내며 뜨겁게 울었다. 특히 조세호는 운구차 앞에서 90도로 허리를 숙여 깊은 절을 한 채 한동안 몸을 일으키지 못했다. 빗속에서 흐느끼는 그의 모습이 공개되자, 누리꾼들은 “제자의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조세호가 저렇게 오열하는 건 처음 본다”, “스승과 제자의 마지막 인사에 나까지 눈물이 난다”며 함께 슬퍼했다.

발인식에는 수많은 스타들이 발길을 했다. 국민MC 유재석은 지석진과 함께 빈소에 1시간 30분 넘게 머물며 유족을 위로했다. 김준호·김지민·강호동·남희석·주병진·이수근·신봉선·허경환 등 개그계 전·현직 스타들이 고인을 배웅하며 깊은 슬픔을 드러냈다. 빈소 첫날부터 자리를 지킨 이홍렬, 상주로서 후배들을 맞은 최양락의 모습도 눈길을 끌었다.
고인의 전처였던 가수 진미령과 개그우먼 박미선도 근조 화환을 보내 애도의 뜻을 전했다. 누리꾼들 역시 “한국 코미디의 진짜 어른, 편히 쉬시길”, “수많은 후배들을 키워낸 스승님, 감사했습니다”, “별이 되어도 그 웃음과 정신은 영원히 남을 것”이라며 온라인을 통해 뜨거운 추모를 이어갔다.

전유성은 1970년대 ‘쇼쇼쇼’ 대본 집필로 이름을 알린 뒤, ‘유머 1번지’ ‘쇼 비디오 자키’ ‘개그콘서트’ 등 숱한 코미디 명작을 탄생시키며 한국 개그의 황금기를 이끌었다. ‘개그맨’이라는 호칭을 대중화시킨 인물로, 후배 양성을 위해 국내 최초 코미디학과와 소극장을 설립하는 등 후배들의 무대를 지켜냈다.
병마와 싸우던 고인은 끝내 별세했지만, 여운이 깊게 남은 분위기. 누리꾼들은 “마지막 무대까지 웃음과 눈물이 함께한, 전유성다운 퇴장이었다”, “후배들이 남긴 울음 속에서 그의 정신이 살아 있었다”, “진짜 어른이 떠났다. 그러나 남긴 발자취는 지워지지 않을 것이다”라며 깊은 추모를 전했다.
하늘마저 비로 함께 울어주던 날, 고 전유성은 그렇게 영면에 들었다. 그러나 그가 남긴 웃음이란 유산과 가르침은, 무대를 지키는 후배들의 발걸음 속에 이어져 영원히 후배들의 가슴 속에 살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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