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난 세상, 마치겠습니다” '연명치료 거부' 故전유성의 마지막 인사 ('개그콘서트')[핫피플]
OSEN 김수형 기자
발행 2025.09.29 06: 39

<방송사(소속사)에서 제공한 자료를 바탕으로 한 리뷰 기사입니다>
“재미난 세상, 마치겠습니다” 故 전유성, 웃음 남기고 떠난 개그계 큰 별
‘ 한국 코미디의 산증인이자 ‘개그맨’이라는 단어를 세상에 처음 알린 개그계의 큰 별, 故 전유성이 후배들과 대중의 가슴 속에 영원히 기억될 마지막 인사를 남기고 떠났다.

지난 29일 방송된 KBS 2TV 예능 ‘개그콘서트’에서는 고인의 생전 무대 위 모습이 공개됐다. 건강하던 시절 무대에 오른 전유성은 특유의 담담하면서도 울림 있는 목소리로 “개그맨들은 웃기기 위해서 굉장히 많은 생각들을 합니다. 남들이 생각 안 할 때 한 번만 더 생각하면 훨씬 재미나는 세상이 펼쳐집니다. 마치겠습니다”라며 짧지만 깊은 철학을 전했다. 방송 말미에 “이 땅에 개그맨이라는 말을 선물하고 간 개그맨 전유성 님의 명복을 빕니다”라는 자막이 이어지자, 시청자들의 마음은 먹먹함으로 가득 찼다.
전유성은 지난 25일 오후 9시 5분, 폐기흉 증세가 악화돼 전북대병원에서 향년 76세로 별세했다. 대한코미디언협회장 김학래는 병문안 당시를 회상하며 “산소 호흡기에 의지하면서도 정신은 말똥했다. 그 와중에도 농담을 주고받으며 ‘먼저 가 있을 테니 금방 만나자’는 말을 남겼다”고 전했다. 이어 “고인은 스스로 연명치료를 거부하고, 자신의 장례를 ‘희극인장’으로 해달라고 지시했다”며 끝까지 삶을 정리하는 데 담담했던 스승의 뒷모습을 전했다.
전유성은 지난해부터 잦은 건강 이상설로 팬들의 걱정을 샀으며, 결국 지난달 예정돼 있던 부산국제코미디페스티벌 ‘코미디 북콘서트’에도 불참했다. 무대를 사랑했지만, 끝내 건강은 그 열정을 지켜주지 못했다.
1949년생인 전유성은 단순한 코미디언이 아니라 방송 작가, 공연 기획자, 영화감독 등 다방면에서 독보적인 족적을 남겼다. 서라벌예술대학에서 연극을 전공한 그는 곽규석의 원고를 써주며 방송계에 입문했고, 1970년대 TBC ‘쇼쇼쇼’ 대본을 집필하며 작가로 이름을 알렸다. 이후 그는 “코미디언” 대신 “개그맨”이라는 신조어를 제안하며 대중화시켰고, 이는 한국 희극사에서 새로운 장르의 탄생을 알리는 상징적인 사건으로 평가받는다.
그는 한국 최초의 코미디 전용 극장 ‘철가방 극장’을 청도에 세우며 후배들의 무대를 열어주었고, 부산국제코미디페스티벌 명예위원장을 맡아 한국 코미디를 세계에 알리는 데도 앞장섰다.
그의 마지막을 지켜본 제자 김신영은 “교수님은 저를 제자라기보다 ‘나이 차이 많이 나는 친구’라 불러주셨다. 마지막으로 받은 주유비 10만 원을 평생 보물로 간직하겠다”며 오열했다. 개그맨 조세호 역시 “교수님의 제자일 수 있어 행복했다. 마지막 ‘잘 지내…’라는 목소리가 아직도 귀에 선하다”며 뜨거운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온라인에서도 추모 물결이 이어지고 있다. 네티즌들은 “마지막 순간까지도 웃음을 남기고 떠난 진짜 어른”, “개그계의 영원한 대부, 편히 쉬시길”, “별이 되어도 여전히 우리 곁에 웃음으로 남아계실 것 같다”는 글로 애도를 전했다.
전유성의 빈자리는 너무 크지만, 그의 삶과 가르침은 여전히 후배들 속에서 살아 숨 쉬고 있다. “재미나는 세상, 마치겠습니다”라는 마지막 한마디는, 무대를 사랑했고 웃음을 생명처럼 여겼던 그의 인생 선언이자 고별사로 남았다.
한편, 발인은 28일 오전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서 엄수됐다. 장지는 고향 전북 남원시 인월면으로 정해졌으며, 생전 고인이 직접 뜻을 밝힌 대로 차후 수목장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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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방송화면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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