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지마 너도 곧 와'..故전유성의 묘비명, 마지막까지 웃음 남겼다
OSEN 김수형 기자
발행 2025.09.29 07: 00

개그계의 대부 故 전유성은 마지막 순간까지도 ‘웃음’을 놓지 않았다.“묘비에 어떤 문구를 남기고 싶으시냐”는 질문에도 웃음을 남긴 그였다.
지난 25일 폐기흉 증세가 악화돼 세상을 떠난 전유성의 발인은 28일 새벽 6시,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서 엄수됐으며. 이후 여의도 KBS 공개홀에서는 노제가 이어졌다. 비가 세차게 내리던 아침, 많은 후배와 동료들이 우산을 들고 모여 스승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무대 위에는 단정히 놓인 흑백 영정 하나. 평생을 바친 ‘개그콘서트’ 무대가 그의 마지막 안식처가 되었다. 노제에서는 후배 개그맨들이 차례로 나와 눈물 속에 스승을 추모했다. 코미디언협회장 김학래는 “형님이 ‘내가 먼저 가 있을 테니 거기서 다 같이 만나자’고 말씀하셨다”며 울먹였다. 현장에 있던 후배 개그맨들은 “웃음으로 후배들을 다독이던 큰 나무가 쓰러진 것 같다”며 허전한 마음을 토로했다. 그 장면만으로도 한국 코미디사에 남긴 발자취가 얼마나 깊은지 절로 전해졌다.

발인식 당일 밤 방송된 KBS2 ‘개그콘서트’도 고인을 추모하는 시간을 마련했다. 제작진은 고인의 건강하던 시절 무대 위 모습을 공개했다. 영상 속 전유성은 담담히 말했다.“개그맨들은 웃기기 위해 굉장히 많은 생각을 합니다. 남들이 안 할 때 한 번만 더 생각하면 훨씬 재미난 세상이 펼쳐집니다. 마치겠습니다.”짧은 인사 뒤 자막으로 “이 땅에 개그맨이라는 말을 선물하고 간 개그맨 전유성 님의 명복을 빕니다”라는 문구가 이어졌고, 방송을 보던 시청자들은 “마지막 무대 같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전유성은 단순한 개그맨을 넘어 한국 코미디의 판을 바꾼 인물이었다. 1970년대 TBC ‘쇼쇼쇼’ 대본을 쓰며 작가로 명성을 얻었고, ‘코미디언’ 대신 ‘개그맨’이라는 용어를 제안해 대중화시켰다. KBS ‘유머 1번지’, ‘쇼 비디오 자키’ 등에서 활약하며 ‘슬로우 개그’, ‘지적인 개그’라는 독창적인 스타일로 사랑받았다. 또한 ‘개그콘서트’, ‘웃음을 찾는 사람들’ 같은 장수 프로그램의 토대를 닦았고, 부산국제코미디페스티벌 명예위원장, 청도의 코미디 전용극장 ‘철가방 극장’ 설립 등으로 한국 코미디의 외연을 넓혔다.
특히 그를 기억하는 후배 남희석은 “교수님이 농담처럼, 그러나 진심 섞인 표정으로 저 말을 하셨던 게 잊히지 않는다”며 먹먹함을 감추지 못했다. “묘비에 어떤 문구를 남기고 싶으시냐”는 질문에 “웃지마, 너도 곧 와.”라고 말했다고. 마지막까지 웃음을 잃지 않은 개그계 대부의 모습이었다.
온라인에서도 추모가 이어졌다. 네티즌들은 “마지막까지 농담처럼 남긴 묘비명조차 울컥하다”, “정말 웃음으로 인생을 살아낸 분”, “별이 되어도 후배들에게 길을 비춰줄 분”이라며 애도를 전했다. “웃지마, 너도 곧 와.”그가 남긴 이 농담 같은 묘비명은, 결국 세상 모두가 함께 웃고 떠나길 바랐던 코미디언 전유성의 진짜 유언이 아닐까. 
대한민국 개그계를 이끌었던 큰 별, 故 전유성은 생전 운영하던 국숫집이 있던 전북 남원 인월면에 안치됐다. 그의 뜻에 따라 장차 수목장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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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OSEN DB, 방송화면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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