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미디가 어렵다고 하지만 특유의 선한 에너지에서 나오는 웃음기를 감출 수 없다. 본인 이야기에 어쩔 줄 몰라 몸을 꼬면서도, 주변인들에 대한 애정을 표현할 땐 아이처럼 눈을 빛내는 배우, 영화 '보스'로 돌아온 정경호를 만나봤다.
정경호는 29일 오전 서울시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국내 취재진을 만나 개봉을 앞둔 영화 '보스'(감독 라희찬)에 대해 이야기했다. '보스'는 조직의 미래가 걸린 차기 보스 선출을 앞두고 각자의 꿈을 위해 서로에게 보스 자리를 치열하게 ‘양보’하는 조직원들의 필사적인 대결을 그린 코믹 액션 영화다.
이 가운데 정경호는 조직의 보스가 되길 거부하고 탱고에 빠진 남자 강표 역으로 열연했다. 식구파의 일원인 순태(조우진 분), 판호(박지환 분), 태규(이규형 분)까지 정경호가 믿고 보는 배우들로 완성된 조합에 '사람'을 먼저 보고 선택한 작품이다.

실제 '보스' 배우들은 조우진이 "사랑한다"라고 문자를 보낼 정도로 돈독함을 자랑하는 바. 정경호 또한 부산에서의 로케이션 촬영을 떠올리며 뭉클해질 정도로 "작품을 누구랑 같이 하냐가 중요한 것 같다. 아직까지는. 많이 도움 받고 에너지도 얻었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그럼에도 고민한 부분은 있었다. 바로 '코미디'. 정경호는 "잘은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 '코미디'가 어렵다. 저 개인적으로는 감정연기보다 코미디가 더 어려운 거라 생각한다. 진짜로 만든 사람들끼리만 재미있을 수 있다. 그것 때문에 셋이 감독님과 같이 우리끼리만 재미있으면 안 된다는 걸 첫째로 두고 그거로 계속 이야기를 하고 고민했다"라고 털어놨다.
이어 "연기적인 부분에서는 제가 감히 얘기할 수 없을 정도로 제가 정말로 동경한 우진이 형과 꼭, 매번 술자리, 시사회에서 꼭 해야 한다고 했던 지환이 형, 제 친구 규형이와 같이 할 수 있어서 고민은 없었다. 그 정도로 소중한 순간이었다"라며 "같이 하는 동료가 누구인지를 제일 먼저 보고 선택한다. 어떤 감독님, 어떤 배우들과 같이 하냐가 저한테는 1번이었다"라고 밝혔다.

정경호는 "처음 보는 사람들과 할 때도 누구랑 같이 하냐가 중요하긴 하다. 누구랑 같이 하면 대본이 갖고 있는 것보다 더 큰 걸 만들어낼 수 있다. 아직까지는. 물론 워낙 훌륭한 대본에 집중하는 게 당연하고 기본"이라고 덧붙였다.
'보스'의 개봉과 홍보 일정 외에 tvN 새 드라마 '프로보노' 촬영으로도 바쁜 정경호는 "대학교 때 같이 자취했던 최대훈 형과 나온다. 정말로 같이 연기를 하면서 대본보다 더 큰 걸 많이 만들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라며 뭉클함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최대훈이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폭싹 속았수다'에서 일명 '학씨 아저씨' 부상길 역으로 호평받은 것에 대해서도 "너무 좋다. 다른 이야기이지만, '폭싹 속았수다' 보면서 제가 어렸을 때 봤던 최대훈이 거기에 다 있어서 정말 좋았다. 그만큼 누구랑 같이 하냐가 저한테는 중요하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렇듯 '사람'의 소중함을 알기 때문일까. 본인은 어렵다는 코미디는 정경호의 주된 장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슬기로운 감빵생활',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리즈를 비롯해 '일타스캔들' 등 정경호가 큰 사랑을 받은 작품에서 '웃음'은 빼놓을 수 없는 요소였다. 이와 관련 정경호 본인은 어떻게 생각할까.
정경호는 "지금 하는 '프로보노'도 그렇지만, 제 나이에 가장 잘 할 수 있는 부분이 뭔지, 정경호가 했을 때 사람들이 조금이라도 편하게 보실 수 있게끔, 할 수 있는 장점이 뭔지를 제일 1번으로 생각하고 있다. '보스'의 강표, '압꾸정', '프로보노'의 강다윗도 그렇고 제가 할 수 있는 장기를 다 했다"라고 자평했다.
"이후에는 저의 숙제"라고 말한 정경호는 "외형적으로 살도 찌우고 하겠지만 이건 두 번째 문제일 수 있다면, 이제는 작품에 선택할 때 어떤 모습으로 관객들에게 다가갈지가 제 숙제다. 지금까지는 제 장기를 해온 것 같다. 그게 '코미디'라기 보다는, 늘 1번으로 생각하는 건 주변에 있을 것 같은 인물을 만드는 게 제일 첫 번째였다"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그는 "저는 그래도 가장 오래 한 작품이 신원호 감독님 작품인데 그 분이 저한테 늘 해주시는 이야기가 '선한 에너지'라고 해주시더라. 어떤 역할을 맡고, 뭐를 해도 너만의 선함이 화면에는 나오는 게 대중이 느끼는 큰 장점이지 않을까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그 결과 정경호는 러브콜이 끊이지 않는 배우다. 그는 "안 쉬고 일하냐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이미지 소비가 많이 되는 게 있는 것 같다"라고 겸손을 표하며 "확실히 공부를 하고 가진게 많아야 감히 남의 인생을 표현하는 데에 부끄럽지 않을 것 같다. 여태까지는 가진 것 만으로 이런 저런 삶을 살아왔다면, 이제는 저도 적지 않은 나이니까 연기할 때 부끄럽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편이고 더 그래야 할 것 같다"라고 담담하게 덧붙였다.
그는 "마흔 중반이 되니 그런 생각이 든다. 날씨는 왜 저렇게 추워지는지"라고 웃으며 "나이는 농담이지만, '프로보노'에 제가 너무 이를 갈고 있는데 이게 끝나면 그래야 할 것 같다. 변하지 않으면 버틸 수 없다"라고 강조했다.

이에 정경호는 '보스' 관객들이 봐줬으면 하는 모습에 3개월 가량 공들여 준비한 탱고 씬을 거론하는가 하면 "강표를 보면서라기 보다는, '보스'라는 영화가 갖고 영화의 따뜻함을 갖고 있다. 그걸 봐주시면 좋을 것 같다. 저는 가족애로 영화를 끝냈다. 저는 귀엽게 봐주시면 좋겠다. 저랑 규형이랑은 귀엽게 봐주시면 좋을 것 같다"라며 웃었다.
앞서 개봉한 또 다른 한국 영화 '어쩔수가없다'(감독 박찬욱)과 '보스'의 추석 연휴 쌍끌이 기대감에 대해서도 "저는 큰 부담은 안 가지려 한다"라면서도 "같이 개봉하는 게 더 좋은 것 같다. 요즘 극장도 사람들이 많이 안 찾게 되는데, 개봉하면 여러 사람들이 많이 나오지 않을까 싶다"라고 말해 훈훈함을 더했다.
이후에도 그는 바쁜 일정을 소화할 예정이다. 당장 오는 10월 3일 개봉하는 '보스'에 맞춰 시사회와 무대인사 등 각종 홍보 일정이 빼곡하고 '프로보노'도 오는 12월까지 촬영이 예정돼 있다. 촬영을 마친 후엔 팬미팅도 계획 중이라고. 정경호는 "제가 너무 낯을 가려서 어떨지 모르겠다. 그런데 너무 안 한지 오래됐다. 너무 오래 기다려주셔서 크게는 아니더라도 그런 자리를 갖고 싶다"라고 덧붙였다. / monami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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