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①에 이어) '보스'의 라희찬 감독이 힘든 시기를 버티고 작품에서 열연한 배우 조우진에게 고마움을 밝혔다.
영화감독 라희찬은 29일 오후 서울시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국내 취재진과 만나 오는 10월 3일 개봉을 앞둔 새 영화 '보스'에 대해 이야기했다.
'보스'는 조직의 미래가 걸린 차기 보스 선출을 앞두고 각자의 꿈을 위해 서로에게 보스 자리를 치열하게 ‘양보’하는 조직원들의 필사적인 대결을 그린 코믹 액션 영화다. 지난 2007년 영화 '바르게 살자'로 데뷔한 라희찬 감독이 지난 2011년 'Mr. 아이돌' 이후 14년 만에 선보인 신작이다.
영화는 순태(조우진 분)를 화자 삼아 이야기를 전개한다. 이에 조우진의 분량과 존재감이 상당한 바. 유쾌한 영화이지만 정작 촬영 직전 조우진은 영화 '하얼빈'(감독 우민호)에서 극적인 캐릭터를 연기하며 몰입해 심신이 지친 가운데 '보스'에 도전하게 됐다. 이에 배우 스스로 '보스'를 통해 치유받은 바를 밝히며 작품에 각별한 애정을 표하고 있는 터다.
정작 라희찬 감독은 '보스'를 통해 만나기까지 조우진과 어떤 접점도 없었다. '하얼빈' 또한 '보스'와 같은 제작사 하이브미디어코프의 작품으로 조우진의 상황을 알게 됐다는 라희찬 감독은 "조우진 배우가 힘든 상황에서 몇 번 이야기를 나눴는데, 그 때 몸이나 컨디션이 어려워보였다. 사실 저도 코미디를 준비하고 있지만 심적으로 어려움이 있었다. 작품을 찍기 전까지 작품에 기대고, 영화를 벗삼기도 하면서 제가 이 코미디에 위로를 받으면서 작업을 해왔다. 그래서 두 가지 마음이 들었다. 조우진이라는 배우가 작품 하나에 정말 끝까지 가는 배우라는 생각에 위로해주고 싶고, 다시 웃게 해주고 싶다고"라며 조우진과 인연을 맺게 된 계기를 밝혔다.
그러면서도 그는 "한편으로는 '하얼빈'에서 어려웠던 얼굴이 필요하다고 생각도 했다. 시나리오 썼을 때 순태가 어려울수록 코미디가 된다고 생각한 느낌에 '하얼빈' 얼굴까지 가야한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그런 면들을 봤을 때 이 배우라면 너무 다른 면에서 잘 맞겠다 생각했다"라고 설명했다.

라희찬 감독은 "조우진 배우와 작품을 할 때는 사실 앙상블이나 역할 뿐만 아니라 사람으로도 잘 맞았다. 보기 좋았다. 그런데 역할 자체가 즐거운 역할은 아니다. 고난을 겪어야 하고, 벗어나려고 안간힘을 써야 해서. 저는 마냥 웃으면서 하는 편인데 제 느낌으로는 대놓고도 하고 했는데 현장에선 진지하고 고민했던 것 같다"라고 말했다.
흔히 '조폭 영화'라면 가장 먼저 떠올릴 '덩치' 주인공이 없는 점도 이러한 배우들을 위한 라희찬 감독의 배려이자 현실적인 선택이었다. 조우진과 정경호 등 상대적으로 마른 체형의 배우들이 각각 목장갑과 칼, 목검 등의 장비로 액션을 소화하는 것이다.
라희찬 감독은 "저희 스태프들도 있으니 메뉴를 주면 제가 큰 것들을 이야기하고 거기서 빌드업 했다. 초반에 각자의 아이템이 있지 않나. 순태는 목장갑과 칼, 강표(정경호 분)는 목검, 판호(박지환 분)의 가스통 같은 건 뭔가 하나씩 필요할 것 같았다. 앞에 액션을 좀 찍기 위해 순태는 칼을 드는데 손을 보호할 것 같아서 피 같은 목장갑의 빨간 손처럼 각각 아이템을 좀 보여주고 싶었다"라고 설명했다.
더불어 "외모나 헤어 보다 아이템을 줬던 것 같다. 일단 촬영 시간 내에 덩치를 키우는 건 불가능했다. 무리한 걸 하지 못했다. 또 조우진 배우는 '하얼빈' 때 그 고생을 해서 이미 마른 상황인데 재미있게 해보자고 하면서 더 고생을 시킬 수는 없었다. 그렇게 서로 할 수 있는 걸 찾다 보니 아무 탈 없이 서로 동의한 대로 찍을 수 있었다"라고 덧붙였다.
(인터뷰③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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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하이브미디어코프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