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의 귀화 선수 조작 스캔들이 커지고 있다. 단순한 몰수패 처리를 떠나 7명의 선수들의 커리어가 끊길 위기다. 다만 말레이시아 측은 억울함을 호소하며 항소를 결정했다.
말레이시아 축구협회(FAM)는 28일(이하 한국시간) 홈페이지를 통해 "국제축구연맹(FIFA)의 귀화 선수 관련 결정에 항소한다. FAM은 FIFA로부터 해당 귀화 선수 사건에 대한 공식 결정을 전달받았다. 우리는 관련 선수들과 FAM이 귀화 과정 전반에 걸쳐 선의와 투명성을 바탕으로 행동했음을 강조한다"라고 공식 발표했다.
앞서 FIFA는 "FAM과 7명의 선수에 대한 제재를 가한다. FIFA 징계위원회는 가브리엘 아로차, 파쿤도 가르세스, 로드리고 홀가도, 이마뇰 마추카, 주앙 피게이레두, 존 이라사발 이라우르기, 엑토르 알레한드로 세라노에게 위조 및 변조 관한 제22조 위반으로 징계를 내렸다"라고 밝혔다.
FAM이 7명의 선수를 말레이시아 대표팀에 합류시키는 과정에서 위변조 문서를 사용했다는 것. 그 결과 FAM은 물론이고 해당 선수들도 징계를 피하지 못했다. FAM은 35만 스위스 프랑(약 6억 1800만 원), 7명의 선수들은 각각 2000(약 350만 원) 스위스 프랑의 벌금을 부과받았으며 모든 축구 관련 활동에서 12개월 정지 처분까지 받았다.

특히 선수들은 1년 자격 정지라는 중징계를 받으며 커리어에 심각한 위기를 맞이하게 됐다. 지금으로선 말레이시아 대표팀 생활을 이어갈 수 있느냐가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라리가 데포르티보 알라베스에서 뛰고 있던 가르세스는 순식간에 빅리그에서 쫓겨날 처지다. 알라베스로서도 날벼락을 맞은 상황. 알라베스는 구단 성명을 통해 가르세스가 명단 제외된다고 밝힌 뒤 무죄 추정 원칙을 지키겠다며 사건이 최대한 빨리 해결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말레이시아 측은 FIFA의 징계에 반발하고 있다. FAM은 "과정 전반에 걸쳐 선의와 투명성을 바탕으로 행동했음을 강조한다. 우리는 관련 문서 및 절차를 정해진 지침에 따라 투명하게 관리해 왔다. 실제로 FIFA는 이전에 해당 선수들의 자격을 검토하여 말레이시아를 대표할 자격이 있음을 공식적으로 확인했다"라고 항의했다.
또한 "FAM은 이 결정에 항소할 것이며, 선수들과 말레이시아 대표팀의 권익이 항상 보호받을 수 있도록 모든 가능한 법적 절차와 수단을 동원하겠다. FAM은 국제 규정을 준수하고 국가 축구의 공정성을 수호하기 위해 확고한 입장을 고수하겠다"라며 "말레이시아 정부 및 모든 이해관계자들과 긴밀히 협력하여 이 과정이 투명하고 공정하며 스포츠맨십에 따라 진행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항소 절차 및 후속 조치에 관한 추가 진행 사항은 수시로 대중에게 공개하겠다"라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말레이시아 측으로서도 자칫하면 아시안컵 지역예선 전 경기가 몰수패 처리될 수도 있는 만큼 강경 대응에 나선 것. 아시아축구연맹(AFC)은 이번 사건과 관련된 FIFA 징계위의 결정을 주시하고 있다며 FIFA 절차가 완전히 마무리되는 대로 관련 규정에 따라 상황을 신중히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FIFA가 입장을 바꾸지 않는다면 무더기 몰수패 사태도 가능해 보인다.
김상식 감독으로서도 큰 호재다. 이번 사태는 김상식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 측에서 문제를 제기했다. 베트남은 지난 6월 10일 열린 2027 AFC 아시안컵 최종예선 F조 2차전에서 귀화 선수들을 앞세운 말레이시아에 0-4로 대패했다. 당시 말레이시아는 귀화 선수 6명을 출전시켰고, 피게이레두와 올가도가 직접 득점포까지 가동했다.
말레이시아의 대승은 베트남뿐만 아니라 아시아 축구계를 놀라게 했다. 말레이시아는 동남아에서도 강호로 분류되지 않았기 때문. 베트남 내에서는 김상식 감독이 책임을 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이후 말레이시아 축구는 귀화 정책에 더욱 박차를 가했다. 앞서 '메트로 말레이시아'는 FAM이 아르헨티나 출신 혼혈 선수를 최대 37명까지 귀화시킬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금까지 대표팀에 합류한 귀화 선수들도 대부분 아르헨티나계다. 그러나 귀화 과정에서 서류를 조작했음이 들통나면서 말레이시아의 귀화 정책도 급제동이 걸리게 됐다.

말레이시아 측은 FIFA의 주장과 달리 문서 위변조가 아니라 단순한 '기술적 오류'라고 주장하고 있다. 'CNA'에 따르면 FIFA의 이번 징계는 말레이시아 내에서 큰 파장을 일으켰으며 청소년 및 스포츠부 장관과 내무부 장관, 조호르 다룰 탁짐의 구단주이자 과거 말레이시아축구협회 회장이었던 툰쿠 이스마일까지 나서서 문제를 다루고 있다.
누르 아즈만 FAM 사무총장은 "이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인다. 그러나 우리는 관련 귀화 선수들이 합법적인 말레이시아 시민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라고 항의했다. 사이푸딘 이스마일 내무부 장관도 '매우 철저한' 과정을 거쳐 적법하게 7명의 선수들에게 시민권을 부여했으며 모든 부처가 검토했다고 밝혔다.
심지어는 음모론까지 등장했다. 말레이시아 조호르주의 왕자이기도 한 이스마일 조호르 구단주는 소셜 미디어를 통해 "FIFA가 이미 승인해놓고 왜 이제와서 결정이 바뀌는가? 그런 결정을 내린 이유는 무엇인가? 영향을 끼친 외부 세력이 있었나? 우리는 두렵지 않으며 고개 숙이지 않을 것"이라고 분노했다.
반면 베트남은 몰수승을 기대 중이다. '베트남넷'은 "말레이시아가 선물을 가져왔다. 이는 FIFA의 징계를 뒤집을 수 없을 때 비로소 현실이 될 것"이라며 "베트남이 0-4로 패한 경기를 3-0으로 뒤바꿀 수 있다면 큰 기쁨이 될 거다. 김상식 감독과 그의 팀에 큰 안도감을 안겨줄 것"이라고 반겼다.
/finekosh@osen.co.kr
[사진] 베트남 축구협회, 말레이시아 축구협회, 시시아골 소셜 미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