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경은 수원 KT 감독이 특유의 너스레를 떨며 다시 만난 애제자 김선형(37)과 문정현(24)을 향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KBL은 29일 오후 블루스퀘어 SOL트래블홀에서 2025-2026 LG전자 프로농구 개막 미디어데이&팬페스트를 개최했다. 10개 구단 감독과 각 팀 주축 선수들 2명이 참석해 새로운 시즌에 대한 각오를 밝혔다.
2025-2026시즌은 10월 3일 창원체육관에서 열리는 창원 LG와 서울 SK의 공식 개막전으로 대장정의 막을 올린다. KT는 '슈퍼팀' 부산 KCC를 가장 먼저 상대한 뒤 SK와 맞붙는다. 험난한 2연전으로 새 시즌을 시작하는 셈.
변화도 크다. 문경은 감독이 지휘봉을 잡았고, 허훈이 떠난 자리에 김선형이 새로 합류했다. 문경은 감독은 2011년부터 2021년까지 SK를 이끌면서 두 차례 정규리그 우승과 한 차례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기록한 명장이다.
SK에서 문경은 감독과 함께했던 김선형도 자유계약(FA) 선수로 KT에 가세했다. KT에서 다시 뭉친 스승과 제자가 어떤 시너지를 낼지를 두고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앞서 문경은 감독은 김선형과 함께 팀 전체의 스피드를 끌어 올리겠다고 다짐했다. 지난 시즌 단단한 수비라는 강점을 자랑했지만, 공격에서 애를 먹었던 KT의 팀 컬러를 바꿔놓겠다는 것. 매 경기 80점 이상 득점이 목표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날 자율 인터뷰에서 만난 문경은 감독은 "김선형의 스피드는 여전하다. 그러나 그 스피드를 뛰는 내내 쓸 수는 없다. 그래도 필요한 시기에 적재적소에 쓸 수 있도록 내가 도움만 준다면 여전히 국내 최고의 가드"라며 김선형을 보고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함께 참석한 문정현도 김선형에게 큰 기대를 걸고 있다. 그는 "감독님도 새로 오셨고, (정)창영이 형과 선형이 형이 새로 합류했다. 일단 무엇보다 달라진 게 공을 잡으면 속도가 빨라졌다. 속공을 베이스로 농구하고 있다"라며 "경기장에 오시면 정말 빨리 왔다 갔다 움직여서 재미있으실 거다. 그냥 선형이 형만 보셔도 팬들이 재밌을 거다. 다음에 또 오고 싶게 되실 것"이라고 자신했다.
다만 이를 들은 문경은 감독은 "그러니까 못 이기는 거야. 너가 같이 보여줘야지"라고 핀잔을 줬다. 그러자 문정현은 "나도 선형이 형이 뛸 때 한 발이라도 같이 맞추려고 열심히 뛰고 있다. 그런데 난 아직 조금 드린다. 선형이 형은 나이가 들어도 너무 빠르다. 배워야 할 것 같다"라며 웃었다.

KT는 시범경기에서 문정현과 문성곤, 하윤기를 동시에 뛰게 하기도 했다. 문경은 감독은 기동력 이야기가 나오자 "조금 걱정했지만, 기동력은 문제없다고 생각한다. 아직까지는 선수들이 달리기만 한다. 달리는 와중에 성공률을 높이는 연습을 하고 있다. 시범경기에선 완성이 잘 안 됐다"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조심스럽지만, 1라운드는 끝나봐야 조금 평가가 나올 것 같다. 앞으로도 달리긴 달리는데 정리정돈을 좀 해야 한다. 성공률을 높여야 한다"라며 "포워드들이 충분히 김선형의 속도를 맞춰줄 수 있다고 평가한다. 바로바로 안 뛰어서 그렇지"라며 웃었다.
물론 고민도 있다. 문경은 감독은 "포워드진은 KT의 장점이다. 하지만 스페이싱과 외곽 성공률은 약점이다. 애매하다. 내가 왔다고 3개월 만에 슛 성공률이 올라갈 순 없다. 그게 안 들어가는 만큼 다른 걸로 올리려 한다. 그중 하나가 트랜지션이다. 단 몇 퍼센트라도 올라가지 않을까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KT는 두 차례 시범경기에선 85점과 68점을 기록했다. 문경은 감독은 "첫 경기는 사실 문성곤이 4개 던져서 4개 들어갔지만, 다른 선수들이 안 터졌다. 다른 선수들도 터졌다면 90점에 육박했을 것"이라며 "두 번째 경기에선 속공이 하나밖에 안 나오면서 68점에 묶였지만, 정관장을 72점에 막았다. 실점 면에선 목표치를 달성했다. 슛이 조금만 더 들어가면 생각했던 공수 스탯은 나온 것 같다. 리바운드도 평균 40개를 했다. 긍정적인 면이 더 많았다"라고 되돌아봤다.
여전히 목표는 80점 이상이다. 문경은 감독은 "개막전도 무조건 목표는 80점 초반"이라며 문정현에게도 분발을 요구했다. 그는 "문정현이 또 농구를 좀 하는 친구라 본인이 던질 때 안 던질 때를 구분하려면 1라운드는 지나야 할 것 같다. 더 이상 어떻게 안 들어가겠는가. 무조건 성공률이 좋아질 수밖에 없다"라며 애정 어린 농담을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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