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발 달린 프리우스도 ‘프리우스’다
OSEN 강희수 기자
발행 2025.09.30 12: 10

 걸음이 불편한 사람들은 지팡이를 짚는다. 두 발 보다는 안정적이기 때문이다. 나이 들지 않은 젊은 사람도 산을 오를 때는 스틱을 짚는다. 힘을 쓰기 훨씬 편하기 때문이다.
2023년 5세대로 새로 태어난 토요타 프리우스가 등산용 스틱을 장만했다. 산뜻한 디자인으로 젊어졌는데도 말이다. 세상살이가 험난해졌기 때문이다. 앞길에 잘 닦인 신작로만 있으란 법이 없다. 살다보면 구불구불 고갯길도 가야 한다. 게다가 그냥 달려서는 안 된다. ‘프리우스처럼’ 달려야 한다. 
5세대 프리우스는 디자인이 매력적이다. 효율을 앞장 세우던 이전 세대와는 느낌부터가 다르다. 세련됐다. 그랬던 5세대가 사륜구동까지 완비했다. 토요타가 자랑하는 ‘E-Four 시스템’을 달았다.

역시 세상살이가 만만치 않아졌기 때문이다. 의외로 가장 큰 적은 전기차다. 프리우스가 연비 좋은 차라는 걸 누가 모를까? 그런데 전기차를 경험해 본 운전자들은 어쨌든 내연기관 차에 좀더 많은 걸 요구하기 시작했다. 하이브리드이지만 프리우스도 예외가 아니다.
디자인을 산뜻하게 바꾸고, 사륜도 달아줘야 그나마 전기차를 경험한 이들에게 어필할 게 있다.
토요타의 사륜구동 ‘E-Four 시스템’은 엔진의 동력을 드라이브 샤프트로 후륜에 기계적으로 전달하는 방식이 아니다. 엔진의 동력을 후륜 차동기어에 전달하는 별도 장치 없이 후륜 구동축에 전기모터를 추가해 네 바퀴를 굴린다. 요즘 전기차들이 대부분 이 방식을 쓴다.
지난 9월 8일 출시된 ‘프리우스 HEV AWD XLE’는 토요타 ‘E-Four 시스템’을 장착한 상시사륜구동이다. 물론 개울을 건너고, 울퉁불통 돌길을 내달리는 그런 용도의 사륜구동은 아니다.
보통의 도로에서 리어 모터로 전륜과 후륜에 구동력을 적절히 배분해 주행성능과 안정성을 높여주는 그런 사륜구동이다. 평소에는 전륜구동으로 주행해 프리우스라는 이름대로 연비 향상에 기여하지만 필요할 때에 즉각적으로 보조적인 기능을 수행한다.
출발 시에는 가속성을 높이고, 눈길이나 빗길 등 저마찰 환경에서는 주행 안정성을 유지하도록 돕는다. 최대 30kW의 출력을 제공하는 후륜 모터는 부드러운 가속감과 안정적인 핸들링에 기여한다.
토요타의 상당한 고급 기술은 예민한 운전자로 하여금 자신감을 높여주는 구실을 한다. 와인딩 코스를 치고 오르거나 내릴 때 운전자의 의도대로 차가 움직여줄 것이라는 기대감이 샘솟고, 실제 차도 그렇게 반응한다. 이런 종류의 믿음은 곧 차와의 교감이다. 흔히 말하는 ‘펀 드라이빙’의 기본 요소가 바로 운전자의 의도대로 반응하는 ‘믿음과 교감’이다.
사륜구동 모델 ‘프리우스 HEV AWD XLE’는 연비 좋은 프리우스 하이브리드에 ‘펀(FUN)’을 얹었다.
최고출력 152마력을 내는 2.0L 자연흡기 가솔린 엔진의 소프라노 가속음도 왠지 정겹다. 근래 시승한 차들이 대부분 전기차이다 보니, 한동안 잊고 지냈던 고향의 소리를 추억하는 기분도 든다.
프리우스(하이브리드)가 낼 수 있는 최고출력은 152마력이 다가 아니다. 모터가 내는 출력을 보탠 시스템 총출력은 전륜구동 모델이 196마력이고, 사륜구동 모델이 199마력이다. 미세하지만 차이가 있고, 예민한 운전자들은 그 차이를 몸으로 느낀다. 
안정적인 주행을 돕는 사륜구동이라 하더라도 프리우스가 프리우스답지 않으면 그 모습도 우습다.
‘프리우스 다움’은 역시 연비다. 사륜구동이라고 해서 크게 손실없는 연비가 ‘프리우스 HEV AWD XLE’를 프리우스 답게 만든다.
‘프리우스 HEV AWD XLE’의 공인 복합연비는 20.0km/l다. 실제 운전에선 이 수치보다 대부분 높게 나온다. 오히려 공인연비대로 운전하기가 어렵다.
놀라운 게 있다. 프리우스 전륜구동 모델의 연비가 20.9km/l다. 사실상 사륜모델과 차이가 없다. 사륜이어도 프리우스는 프리우스였다.
사륜 구동이라는 말에 5세대 프리우스의 서스펜션도 다시 보게 된다.
프리우스에는 빠른 응답성과 높은 강성을 위해 프론트 맥퍼슨 스트럿 서스펜션과 리어 더블위시본 서스펜션이 들어가 있다. 더블위시본 서스펜션은 조향 반응과 주행 안정성이 뛰어난 장치로 정평이 나 있다. 처음부터 사륜구동을 무난히 받아들일 수 있는 서스펜션이 달려 있었다. 이 서스펜션은 원래 접지력과 코너링 성능이 뛰어난데, 프리우스는 코일 스프링과 스태빌라이저에 고강도 경량화 소재를 사용해 연비 향상에도 기여하도록 했다.
프론트 맥퍼슨 스트럿 서스펜션은 서스펜션의 캠버 각과 스태빌라이저 링크의 위치를 조정해 차량의 코너링과 직진 안정성을 높였다. 코일 스프링의 소재를 변경해 무게를 5% 감소시켰으며 하부 서스펜션 암의 부싱 형상을 최적화해 노면소음도 최소화했다.
브레이크는 회생제동의 이질감을 느끼지 못하는 수준까지 왔다. 회생제동의 이질감은 오히려 요즘의 전기차에서 더 자주 언급된다. 프리우스 하이브리드의 회생제동은 5세대 프리우스의 ‘액티브 하이드롤릭 부스터-G(AHB-G) 브레이크’에서 이질감 논란을 사실상 불식시켰다. 
센서가 운전자의 브레이크 페달 조작량을 감지하고 이를 바탕으로 운전자가 원하는 수준의 제동이 이뤄지도록 회생제동과 유압 제동력을 적절히 배분시킨 덕이다. 회생제동 효율은 극대화되지만 이질감은 느끼지 못하게 만들었다.  
브레이크의 ‘AHB-G’라는 장치에는 충분한 제동력을 제공하기 위해 고성능 펌프모터가 들어가 있다. 온디맨드 가압 시스템으로 부드러운 브레이크 작동감과 함께 전후방 제동력을 독립적으로 분배해 제동 시 차량의 자세를 안정적으로 유지한다. 
이런 장치들의 바탕은 역시 5세대 프리우스의 2세대 TNGA 플랫폼(Toyota New Global Architecture Platform)이다.
2세대 TNGA 플랫폼은 저중심 설계와 고강성 바디로 주행성능이 향상됐다. 기존 대비 50mm(PHEV SE / HEV LE) 및 40mm(PHEV XSE / HEV XLE) 낮아진 전고와 20mm 넓어진 폭을 통해 낮은 무게중심 실현했다. 고강성 소재를 사용해 차체 비틀림 강성과 서스펜션 타워 강성을 높여 뛰어난 핸들링, 안정성, 승차감을 제공한다.
이 모든 게 사륜구동이 자연스러워지는 기반 장치들이다. ‘2026형 프리우스 HEV AWD XLE’의 권장소비자가격은 4530만 원(개별소비세 3.5% 기준)이다. /100c@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