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년 만의 월드컵 본선 무대에 가까워졌던 남아프리카공화국이 날벼락을 맞았다. 본선 직행이 가까워졌지만, 2-0 승리가 0-3 몰수패로 뒤바뀌는 대형 변수가 터졌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29일(한국시간)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FIFA 징계위원회는 2026 북중미 월드컵 아프리카 예선 경기에 부적격 선수를 출전시킨 남아프리카공화국축구협회(SAFA)에 제재를 가했다"라고 발표했다.
이로 인해 남아공은 지난 3월 열린 레소토와 월드컵 아프리카 예선 C조 5차전이 0-3 몰수패 처리됐다. 이날 경기에서는 2-0으로 승리했으나 정반대 결과가 된 것. 남아공은 순식간에 승점 3점이 박탈됐다.
미드필더 테보호 모코에나를 기용한 게 화근이 됐다. 당시 모코에나는 경고 누적으로 출장 정지된 상태였다. 그러나 남아공은 그를 선발 기용했고, 모코에나는 82분간 피치를 누볐다.
이후 레소토 측에서 문제를 제기했고, FIFA는 조사 후 남아공의 몰수패와 벌금 10000 스위스 프랑(약 1700만 원) 징계를 내렸다. 모코에나는 경고 조치를 받았다. 남아공은 이에 대해 항소할 수 있지만, 명백한 잘못을 저지른 만큼 10일 이내에 항소를 신청할지는 미지수다.

이번 조치로 C조의 순위 경쟁에도 지각 변동이 일어나게 됐다. 남아공은 예선 2경기를 남겨두고 5승 2무 1패, 승점 17으로 조 선두를 달리고 있었다. 이대로라면 북중미 월드컵 본선 직행이 유력했다.
그러나 남아공은 몰수패 조치로 4승 2무 2패, 승점 14가 됐다. 골득실도 +8에서 +3으로 내려앉았다. 이로 인해 조 2위였던 베냉(승점 14, 골득실 +4)에 밀려 2위로 떨어졌다.
반면 3위 나이지리아와 4위 르완다(이상 승점 11)는 생각지도 못한 희망이 생겼다. 특히 '슈퍼 이글스'로 불리는 아프리카 강호 나이지리아로선 절호의 막판 뒤집기 찬스다. 물론 남아공도 남은 두 경기에서 모두 승리한다면 개최국 자격으로 참여했던 2010 남아공 월드컵 이후 처음으로 본선에 자력 진출할 수 있다.
다만 남아공은 예견된 몰수패였기에 충격이 크진 않을 전망이다. 이미 벨기에 출신 휴고 브로스 남아공 대표팀 감독도 자신들의 잘못을 공개적으로 인정한 바 있다. 그럼에도 FIFA는 이달 초에야 공식적으로 조사에 나섰고, 결국 징계 발표까지 반년이 넘게 걸리면서 의문을 낳고 있다.


한편 동남아 축구도 남아공의 몰수패 처리를 예의주시하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말레이시아 대표팀 역시 최근 선수 7명을 귀화시키는 과정에서 '위조 및 변조에 관한 제22조' 위반 혐의로 FIFA 징계를 받았기 때문.
FIFA 징계위는 말레이시아 축구협회(FAM)와 해당 선수들에게 벌금을 부과했다. 특히 선수들은 모든 축구 관련 활동 12개월 정지 처분까지 받으면서 말레이시아 대표팀을 떠나 축구선수 커리어 자체가 위기에 빠졌다. 이들이 앞으로도 말레이시아를 대표할 수 있을지 여부는 FIFA 축구재판소로 이관돼 검토될 예정이다.
이번 사건에 연루된 선수들은 모두 말레이시아를 대표해 2027년 아시안컵 최종 예선 경기에 출전했다. 가브리엘 팔메로와 헥토르 헤벨을 지난 3월 네팔전(2-0)에서 데뷔했고, 나머지 5명은 지난 6월 김상식 감독의 베트남을 4-0으로 꺾은 경기에서 데뷔했다. 주앙 피게이레두와 로드리고 올가도는 직접 득점포까지 가동했다.
특히 말레이시아의 베트남전 승리는 큰 화제를 모았다. 말레이시아는 동남아에서도 강호로 분류되던 팀이 아니기 때문. 베트남 내에서는 김상식 감독이 책임을 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으로선 말레이시아가 '가짜 귀화' 선수들을 앞세워 베트남을 무너뜨린 것으로 파악된다. FIFA에 따르면 말레이시아를 상대한 몇몇 팀들이 여러 선수들의 출전 자격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고, 조사 결과 문서 위변조가 확인된 상황.
말레이시아 측은 급하게 해명에 나섰다. 다툭 누르 아즈만 HJ 라만 사무총장은 FAM 홈페이지를 통해 "우리는 법적 절차에 따라 항소를 진행하기 전에 FIFA 국제 축구 법원의 완전한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라며 "행정직원이 수행한 서류 제출 과정에서 기술적 결함이 발견되었음을 알려드린다"라고 발표했다.
항소도 예고했다. FAM은 "우리는 관련 선수들과 FAM이 귀화 과정 전반에 걸쳐 선의와 투명성을 바탕으로 행동했음을 강조한다. 실제로 FIFA는 이전에 해당 선수들의 자격을 검토하여 말레이시아를 대표할 자격이 있음을 공식적으로 확인했다"라며 모든 수단을 동원해 선수들과 대표팀의 권익을 지키겠다고 선언했다.
만약 FIFA가 결정을 바꾸지 않는다면 말레이시아 역시 남아공처럼 부정 선수 출전으로 몰수패 처분을 받을 수 있다. 남아공과 달리 한 경기로 끝날 일도 아니기에 무더기 몰수패 사태도 가능해 보인다. 일단 아시아축구연맹(AFC)은 이번 사건과 관련된 FIFA 징계위의 결정을 주시하고 있다며 FIFA 절차가 완전히 마무리되는 대로 관련 규정에 따라 상황을 신중히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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