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33·LAFC)은 지금 누구보다 뜨거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미국 메이저리그사커(MLS) 사무국이 1일(한국시간) 발표한 최신 파워랭킹에서 LAFC는 서부 콘퍼런스 4위임에도 불구하고 전체 2위에 이름을 올렸다.
이미 동부 콘퍼런스 우승을 사실상 확정한 필라델피아 유니언이 1위를 차지했다. 손흥민의 LAFC는 단숨에 그 뒤를 추격하며 리그 내 위상을 뒤바꿨다. 불과 2주 전까지만 해도 10위권 밖이었던 팀이 이제는 정상 경쟁을 논하는 팀으로 올라섰다.

토트넘을 떠나 LAFC에 입단한 이후 손흥민은 고공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손흥민이 토트넘 유니폼을 벗은 지난 시즌은 극과 극이었다. 팀은 프리미어리그 17위라는 참담한 성적으로 마감하며 그의 10년간 커리어 중 최악의 결과를 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손흥민이 남긴 마지막 유산은 유럽 무대에서의 가장 빛나는 성취였다. 유로파리그 우승을 차지하며 챔피언스리그 티켓을 확보한 것이다. 손흥민이 남기고 떠난 팀은 그가 바라던 꿈의 무대에 다시 서게 됐다.
문제는 정작 손흥민 자신은 그 무대를 밟지 못했다는 것이다. 지난 8월 3일 서울에서 열린 뉴캐슬과의 친선전을 끝으로 토트넘과 작별한 그는 영국 팬들에게 정식으로 인사할 기회조차 없이 팀을 떠났다.
이후 미국행을 택해 LAFC와 전격적으로 계약을 체결했고, 영국에서의 마지막 인사를 남길 시간도 없이 새로운 여정을 시작했다.

손흥민이 말하는 “기회가 있다면 토트넘 스타디움에서 팬들에게 직접 작별 인사를 전하고 싶다”는 말에는 아직 끝맺지 못한 미련이 묻어난다.
그렇다고 손흥민의 새로운 무대가 아쉬움을 삼켜버린 것은 아니다. 미국 무대에서의 행보는 그야말로 폭풍 그 자체다. MLS 데뷔 이후 8경기에서 8골 3도움을 기록하며 리그 최고 수준의 공격력을 뽐내고 있다.
손흥민의 존재만으로 LAFC는 단숨에 우승 후보로 급부상했고, MLS 전체의 관심도와 경쟁력까지 끌어올리고 있다. 실제로 그의 영향력은 경기장 안팎을 가리지 않는다.
LAFC는 그에게 원하는 선수를 직접 추천하고 영입할 수 있는 전권에 가까운 권한을 부여했다. 이는 사실상 리오넬 메시와 같은 슈퍼스타에게만 허락되는 특권이다. 미국 축구계가 손흥민에게 거는 기대가 얼마나 큰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의 등장으로 MLS는 완전히 달라졌다. ‘축구 불모지’로 불리던 미국이 손흥민 효과로 단숨에 전 세계의 시선을 끄는 무대로 떠올랐다.
새너제이 구단은 손흥민 팬들의 폭발적인 수요에 맞춰 경기장을 6만 석 규모로 확장했고, 그의 경기에는 5만 명 이상이 몰려 구단 역대 최다 관중 기록을 새로 썼다. 손흥민 개인의 인기를 넘어, 리그 전체가 그의 존재로 성장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 손흥민은 단순한 스타를 넘어 MLS의 ‘얼굴’로 불린다. 현지 언론은 그를 “메시급 영향력을 가진 선수”라고 평가하며 리그 판도를 바꿀 핵심으로 주목하고 있다.

하지만 그 모든 찬사 속에서도 손흥민의 시선은 한 번도 토트넘을 완전히 떠난 적이 없다. 그는 여전히 영국 팬들과의 작별 인사를 꿈꾸고 있다.
손흥민 입장에서도 언젠가 토트넘 스타디움에서 마지막 인사를 건넬 날을 기다리고 있다. 새로운 대륙에서 최고의 순간을 만들어가면서도, 그의 마음 한켠에는 런던에서의 미완의 이야기가 남아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손흥민의 여정은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시작이다. MLS에서 새 역사를 써 내려가는 동시에, 아직 닿지 못한 마지막 인사를 향한 그의 발걸음은 멈추지 않는다. /mcadoo@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