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트트릭보다 동료 우선' 손흥민-부앙가, 배려로 만든 LAFC 폭격기 듀오
OSEN 이인환 기자
발행 2025.10.01 19: 49

손흥민(33)과 드니 부앙가(31). 서로를 향한 존중과 배려 속에서 만들어지는 폭발적인 시너지는 LAFC를 단숨에 우승 후보 반열에 올려놓았다.
LAFC는 지난 28일(한국시간) 미국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의 에너자이저 파크에서 열린 2025 미국 메이저리그사커(MLS) 서부 콘퍼런스 32라운드에서 세인트루이스 시티를 3-0으로 완파했다. 이로써 LAFC는 리그 4연승을 달리며 파죽지세의 상승세를 이어갔다.

이번 경기에서도 주인공은 단연 손흥민과 부앙가였다. LAFC는 이들의 파괴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최근 전술을 3-5-2로 전환했다. 손흥민을 중앙 공격수로 전진 배치하고 부앙가와 투톱을 이뤄 공격의 중심을 맡기는 시스템이다. 그 효과는 폭발적이었다. 손흥민은 중앙에서 더 넓은 활동 반경을 확보했고, 부앙가는 손흥민의 움직임을 활용해 공격 기회를 창출했다.
전반 15분, 부앙가가 역습 상황에서 침착한 오른발 슈팅으로 선제골을 터뜨렸다. 그리고 전반 추가시간, 손흥민이 진가를 발휘했다. 좌측면에서 공을 잡은 그는 드리블 돌파로 박스 안으로 파고들며 세인트루이스 수비를 무너뜨렸다. 수비진은 부앙가의 뒷공간 침투를 경계하며 물러섰고, 손흥민은 이를 놓치지 않고 지체 없이 오른발 슈팅을 날려 골망을 흔들었다.
후반 15분에도 손흥민은 결정적 한 방을 날렸다. 박스 좌측에서 상대 수비 6명을 마주한 그는 오른쪽으로 치고 나가 틈을 만들어냈고, 간결하고 정확한 오른발 슈팅으로 골망을 가르며 멀티골을 완성했다. 수비진 전체를 무력화한 일격이었다.
이날 경기로 손흥민과 부앙가는 최근 4경기에서 무려 17골을 합작했다. 손흥민의 중앙 포지션 전환은 ‘신의 한 수’였다. 그가 보다 자유롭게 움직이며 상대 수비를 흔들어놓자, 부앙가의 득점 기회도 자연스럽게 늘었다. 컨디션을 완전히 회복한 손흥민은 자신의 최대 장점인 ‘결정력’을 다시금 발휘하며 공격수로서 완벽한 역할을 해내고 있다.
이 듀오의 진짜 힘은 ‘배려’에서 비롯된다. LAFC는 후반 22분 페널티킥을 얻어냈다. 이미 멀티골을 기록한 손흥민이 키커로 나서 해트트릭을 노릴 것으로 예상됐지만, 예상 밖의 장면이 펼쳐졌다. 부앙가가 공을 잡고 있었고, 그가 손흥민에게 공을 건넸다.
하지만 손흥민은 다시 부앙가에게 공을 돌려줬다. 결국 VAR 판독으로 페널티킥은 취소됐지만, 이 장면 하나로 두 선수의 관계가 어떤지 여실히 드러났다.
당시 부앙가는 리오넬 메시(인터 마이애미·24골)와 득점왕 경쟁을 벌이고 있었고, 한 골 차로 뒤져 있었다. 손흥민은 해트트릭 욕심보다 동료의 목표 달성을 우선시하며 기회를 양보하려 했다.
부앙가는 구단과 인터뷰에서 “나도 손흥민이 해트트릭을 완성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는 내 골든 부트 도전을 존중해줬다. 메시를 따라잡으려면 한 골이 더 필요하다. 나는 해낼 수 있다”고 밝혔다.
두 사람의 ‘케미스트리’는 이전에도 확인된 바 있다. 손흥민이 MLS에서 첫 해트트릭을 달성했을 때, 마지막 골 장면에서 부앙가는 직접 슈팅을 시도할 수 있었음에도 욕심을 버리고 손흥민에게 패스를 내줬다. 팀을 위한 헌신, 동료를 향한 존중이 듀오의 플레이에 녹아 있는 것이다.
서로를 향한 배려는 경기력 이상의 결과를 만들어내고 있다. 손흥민과 부앙가는 서로의 존재를 통해 더 강력한 공격력을 끌어올리고 있으며, LAFC는 그들의 시너지 속에서 리그 판도를 흔드는 팀으로 변모했다.
이제 MLS는 ‘흥부 듀오’를 빼놓고 설명할 수 없다. 단순한 공격 콤비를 넘어 서로를 믿고 밀어주는 이들의 관계는 팀의 성공으로 이어지고 있다. 손흥민과 부앙가, 두 사람의 뜨거운 동행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MLS 전체가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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