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시장의 끝판왕’ 위르겐 클롭(57)이 사우디 무대로 향할까.
유럽 이적시장 전문가 루디 갈레티 기자는 지난달 30일(한국시간) SNS를 통해 “사우디 아라비아 리그의 알 이티하드는 로랑 블랑 감독의 후임으로 위르겐 클롭 감독을 최우선 후보로 검토하고 있다”며 “다른 이름도 후보군에 있지만 클롭이 1순위”라고 보도했다.
알이티하드는 지난 29일 로랑 블랑 감독과 결별을 공식화했다. 시즌 초반부터 이어진 성적 부진이 결정적이었다. 새 시즌 개막 이후 치른 3경기에서 전패를 당했다. 슈퍼컵 알나스르전 패배를 시작으로 AFC 챔피언스리그 엘리트(ACLE) 알와흐다전 그리고 최근 알나스르와의 리그 경기까지 모두 패하며 초반부터 위기를 맞았다.

명가의 자존심에 어울리지 않는 출발이었다. 결국 블랑을 경질하고 나서 새 사령탑을 찾아야 하는 알이티하드는 자연스럽게 ‘큰 이름’에 눈을 돌렸다. 가장 눈에 띄는 인물이 바로 클롭이다. 도르트문트를 유럽 정상급 팀으로 끌어올리고, 리버풀을 이끌며 챔피언스리그와 프리미어리그를 모두 제패한 그는 현대 축구를 대표하는 명장으로 꼽힌다.
클롭은 2023-2024시즌을 끝으로 감독직에서 물러나며 휴식기를 선언했다. 그 후 레드불 풋볼 그룹의 글로벌 축구 총괄 역할을 맡아 행정가로 변신했다. 그럼에도 그의 이름은 감독 시장에서 결코 사라지지 않았다. 레알 마드리드, AS 로마, 벤피카 등이 그의 복귀를 타진했으나 클롭은 지도자로 돌아올 뜻이 없음을 강조하며 휴식 의지를 고수했다.
그러나 이번 알이티하드의 제안은 이전과는 무게감이 다르다. 사우디 자본의 막대한 자금력 때문이다. 영국 ‘더 선’에 따르면 클롭은 리버풀 시절 연간 1500만 파운드(약 282억 원)를 받았다. 알이티하드는 이를 훌쩍 뛰어넘는 조건을 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우디 구단들이 유럽 스타 선수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파격적인 금액을 제시했던 전례를 고려하면, 클롭에게도 거부하기 어려운 수준의 계약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알이티하드는 클롭에게 단순히 거액 연봉만이 아니라 ‘프로젝트 전체를 맡길 수 있는 전권’을 약속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사우디 프로리그를 세계 무대에서 경쟁력 있는 리그로 키우기 위한 전략의 일환으로, 클롭의 리더십과 브랜드 가치를 활용하겠다는 구상이다.
물론 클롭이 실제로 지휘봉을 잡을지는 미지수다. 그는 과거 인터뷰에서 “지도자로서 수년간 쉼 없이 달려왔다. 지금은 내 삶과 에너지를 회복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하며 단기간 내 복귀 가능성을 낮게 봤다. 하지만 사우디의 막대한 자본과 장기 프로젝트, 그리고 새로운 도전에 대한 유혹은 무시하기 어렵다는 분석도 함께 나온다.
알이티하드는 플랜B도 마련해뒀다. 사우디 매체 ‘아리야디야 닷컴’에 따르면 차비 에르난데스(45), 우나이 에메리(53), 루치아노 스팔레티(66) 등 유럽 정상급 감독들도 후보군에 포함돼 있다. 하지만 이들 모두 ‘차선책’에 불과하며, 구단의 1순위는 여전히 클롭이다. /mcadoo@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