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책] 이름부터 타고 난 호기심의 시인 박구미 <내 이름은 구미>
OSEN 강희수 기자
발행 2025.10.02 14: 12

시인은 이름부터 타고 나는 것일까?
이 시인의 이름은 '박구미'다. 
이 시인과 첫 인사를 하고 명함을 교환하고 나면 사람들은 어떤 표정을 지을까? 첫 인사 자리인만큼 점잖게 "이름 참 좋으십니다" 했을까? 

두 번째 자리라면 본심을 드러내지 않고는 못 견디겠지? "본명이세요?" "아버님 고향이 혹시?" "학창시절 별명이 많으셨죠?"
주변의 호기심을 잘 견디는 성격이라면 이 시인은 하늘이 내린 화두를 이름에 달고 다니는 셈이다. 
이 시인의 시집 <내 이름은 구미>를 보면 시인은 '호기심'을 즐기는 축에 속한 듯 하다. 자신의 이름을 소재로 지은 시가 있다. 재기가 넘쳐 전문을 인용 안하고 버티기가 힘들다. 
아버지가 지어준 
내 이름 구미
입술 근육에 힘 넣어 빠꾸미
꼬리 붙여 구미호
ㄱ 버리면 바구미
젤리 과자 마이구미
고등학교 때까지 이름표를 달고 다녔지만 내 이름의 의미를 몰랐다 
사람 몸에는 아홉 개의 구멍이 있다는 걸 알고서 
내게 구미라는 이름을 붙여준 이유를 알았다
예의가 아닌 것은 보지 말고 아름다운 모습만 보라는 
세상의 선한 것에는 향기가 나고 악한 것에는 악취가 나는 법
선한 것만 가까이해서 향기로운 냄새만 맡으라는 
험담하는 말은 흘리고 좋은 말만 가려들으라는
한 번 뱉은 말 주워 담지 못하니 고운 말 하라는
정의롭지 못한 것에 바른말 하라는
몸에 이로운 음식 먹으라는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해 건강한 아이 낳으라는 
욕심 비우고 가볍게 살라는
이름처럼 살라는
내 이름 구미
―「내 이름은 구미」 전문
친구들의 짓궂은 호기심은 시구에선 노골적이다. "입술 근육에 힘 넣어 빠꾸미 / 꼬리 붙여 구미호 / ㄱ 버리면 바구미 / 젤리 과자 마이구미."
즐기지 못했다면 꽤나 끔찍했을 라임이다. 그러나 "이름처럼 살라는 내 이름은 구미"라는 대목에 이르면 이 시인은 '구미'라는 이름을 즐기고 있음을 알게된다. '구미'의 뜻이 아홉 개나 되는 아름다움이라고 넌지시 자랑도 한다.  
주변의 관심을 천연히 버티는 정도가 아니다. 시인의 시집 <내 이름은 구미>(시와에세이 출간)에는 주변을 향해 쏟아내는 시인의 호기심이 차고 넘친다. 
뒷 베란다 청소하다
감자 상자 신문지를 걷어 내자
싹 틔운 쭈글쭈글한 감자가 
새끼 감자를 주렁주렁 달고 있다
바람 들고 어둑한 그늘에 
겨우내 제 몸 썩혀 
좁은 상자 안에 일가를 이루고 있다 
그릇에 담아 물을 주었다
감자꽃이 하얗게 피겠다
―「감자꽃 피는 집」 전문
일상에서 솟구치는 관심과 호기심은 시심의 발원지다. 시인도 이 같은 사실을 부인하지 않는다. 시인은 시집의 마지막 페이지에 '시인의 말'을 남겼다. 그것도 시구처럼.
딸이 되고 
아내가 되고 
엄마가 되었어도
여전히 키 작은 나에게
시는 세상을 보는 눈과 
귀를 열어 주는 
키 큰 나무다.
오늘도 틈새에 핀 
작은 풀꽃에 귀 기울인다. 
박구미 시인의 이런 관심에는 정이 흐른다. 
이호준 시인은 서평에서 "구미 시인의 시는 따뜻한 가슴이 낳는다. 시를 마음의 옷이라고 정의한다면, 그의 시는 복숭아색이다. 복숭아색은 위안의 색이다. 그의 시선은 높고 빛나는 곳이 아닌 낮고 그늘진 곳을 향하고 있다"고 적었다. 
기자도 그렇다. 시집 <내 이름은 구미>을 읽다보면 고향이 생각난다. 엄마가 보고 싶고, 친구가 그리워진다. 
그런데 박구미 시인의 고향은 경남 함양이다.
박구미 시인.
2022년 '문학도시'로 등단했고, 현재 부산문인협회, 월간 '우리詩'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100c@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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