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의 신호탄이었다. 양민혁(20·포츠머스)이 잉글랜드 무대에서 임대 이적 후 첫 골을 터뜨리며 다시 한 번 자신의 이름을 알렸다.
포츠머스는 2일(한국시간) 영국 프래튼 파크에서 열린 2025-2026시즌 잉글랜드 챔피언십(2부) 8라운드 홈 경기에서 왓포드와 2-2 무승부를 거뒀다. 결과는 아쉬운 무승부였지만, 이날 경기의 주인공은 단연 양민혁이었다. 그는 2경기 연속 선발 출전 기회를 잡은 자리에서 전반 5분 만에 환상적인 발리슛으로 데뷔골을 신고했다.
양민혁의 잉글랜드 도전은 결코 순탄치 않았다. 지난 1월 강원FC를 떠나 토트넘 홋스퍼에 입단했으나, 곧바로 퀸즈 파크 레인저스로 임대를 떠났다. 시즌 종료 후 토트넘으로 복귀했지만 1군 출전 기회를 얻지 못했고, 결국 꾸준한 출전 시간을 위해 포츠머스로 다시 임대됐다.
시작은 쉽지 않았다. 개막전 교체 출전 이후 5경기 연속 결장하며 벤치 신세를 져야 했다. 그러나 최근 입스위치전에서 선발로 복귀한 데 이어 왓포드전에서 곧바로 골망을 흔들며 반등의 계기를 만들었다.

전반 5분, 오른쪽 측면에서 넘어온 크로스가 수비수 몸에 맞고 뒤로 흘렀고, 이를 양민혁이 놓치지 않았다. 페널티박스 안에서 지체 없이 오른발 발리슛을 날렸고, 공은 골문 구석을 정확히 찔렀다. 강력하면서도 정교한 슈팅이었다. 양민혁은 곧바로 홈 팬들 앞에 달려가 두 팔을 번쩍 들며 환호했고, 경기장은 뜨거운 함성으로 가득 찼다.
경기는 쉽지 않았다. 후반 시작과 동시에 임란 루자에게 동점골을 내줬고, 후반 11분 로코 베터에게 역전골까지 허용하며 리드를 잃었다. 그러나 포츠머스는 후반 34분 아드리안 세게치치의 동점골로 승부를 원점으로 돌려 귀중한 승점 1점을 확보했다.
비록 승리는 놓쳤지만, 이날은 양민혁 개인에게 있어 의미 있는 분기점이었다. 영국 BBC는 “양민혁의 박스 모서리에서 나온 환상적인 발리슛이 경기 시작 5분 만에 포츠머스에 리드를 안겼다”고 전하며 그의 활약을 집중 조명했다. 이어 “경기 시작이 지연됐음에도 수많은 팬들이 남아 있었고, 양민혁의 멋진 득점이 관중을 열광시켰다. 하지만 포츠머스는 리드를 오래 유지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현지 평가도 긍정적이었다. 양민혁은 BBC로부터 팀 내 최고 평점인 7.08점을 받았다. 동점골을 터뜨린 세게치치(7.05)가 그 뒤를 이었고, 다른 선수들은 대부분 5점대에 머물렀다. 이날 활약이 그만큼 팀 내에서 돋보였다는 방증이다.
구단의 기대도 커지고 있다. 리치 휴즈 단장은 “양민혁은 토트넘 프리시즌에서 많은 시간을 소화하지 못하며 적응이 늦어졌다. 하지만 A매치 휴식기를 통해 훈련에 집중할 수 있었고, 점차 날카로움을 되찾고 있다”고 평가했다. 존 무시뉴 감독 역시 “그는 꾸준히 발전하고 있다. 더 많은 기회를 얻게 될 것”이라며 신뢰를 보였다.
양민혁의 부활은 이제 시작이다. 그는 오는 10월 이민성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U-22 대표팀에 소집돼 사우디아라비아 전지훈련에 참여할 예정이다. 지난 3월 홍명보 감독의 A대표팀에도 발탁돼 데뷔전을 치른 바 있는 양민혁은 이번 시즌을 통해 다시 한 번 대표팀 경쟁력까지 높이겠다는 각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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