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33, LAFC) 효과가 미국 메이저리그사커(MLS)를 뒤흔들어 놓고 있다. LAFC가 어느새 리오넬 메시(38)의 인터 마이애미까지 제치고 유력한 우승후보로 떠올랐다.
MLS 사무국은 1일(이하 한국시간)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매치데이 37을 마친 뒤 최신 파워랭킹을 발표했다. 동부 컨퍼런스 선두인 필라델피아 유니언이 전체 1위에 올랐다. LAFC가 그 뒤를 이으며 2위를 차지했다.
빠르게 순위를 끌어 올리고 있는 LAFC다. LAFC는 지난주 발표한 파워랭킹에선 10위에서 6위로 4계단을 점프했다. 그리고 일주일 만에 다시 한번 4계단이나 상승하며 어느새 2위까지 치고 올라왔다.
MLS는 "LAFC에서 손흥민과 드니 부앙가가 연속골을 기록한 횟수는 17회로 늘어났다. 토요일 세인트루이스를 3-0으로 이긴 경기에서 부앙가는 한 골을 넣었고, 손흥민이 두 골을 추가했다. 이번 승리로 LAFC는 플레이오프 홈 경기 시드 확보를 사실상 확정 지었다. 이제 3위 미네소타에 바짝 다가섰고, 2위 자리마저 넘볼 수 있게 됐다"라고 강조했다.
현재 LAFC는 서부 컨퍼런스 4위지만, 서부에서 가장 우승 가능성이 큰 팀으로 평가받고 있는 것. 그 중심은 역시 손흥민과 부앙가다. MLS는 "LAFC가 몇 위로 시즌을 마치든 플레이오프에서 부앙가와 손흥민을 막아낼 수 있는 팀이 있을까?"라고 짚었다.


그만큼 미친 활약을 이어가고 있는 손흥민과 부앙가 '흥부 듀오'다. 손흥민은 지난달 28일 미국 세인트루이스의 에너자이저 파크에서 열린 2025 MLS 34라운드 세인트루이스 원정 경기에서 선발 출전해 멀티골을 뽑아냈다. 그 덕분에 LAFC는 3-0 대승을 거두며 승점 53을 기록, 두 경기 더 치른 미네소타(승점 54)를 1점 차로 추격했다.
이날 손흥민은 전반 추가시간 박스 안까지 직접 공을 몰고 돌파한 뒤 정확한 오른발 슈팅으로 4경기 연속골을 터트렸다. 부앙가의 선제골에 이어 점수 차를 두 골로 벌리는 득점이었다. 손흥민의 추가골을 본 MLS 해설진은 "이 둘은 필연적이다(inevitable)"라며 "클래스가 다르다"라고 혀를 내둘렀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손흥민은 후반 15분 박스 안에서 가볍게 수비를 따돌린 뒤 낮게 깔리는 오른발 슈팅으로 골키퍼를 무너뜨렸다. 해트트릭도 넘볼 수 있었다. 후반 22분 세인트루이스 수비의 핸드볼 반칙으로 페널티킥이 선언됐지만, 아쉽게도 비디오 판독(VAR) 끝에 판정이 번복됐다.
축구 통계 매체 '풋몹'에 따르면 손흥민은 90분 풀타임을 소화하며 슈팅 3회, 2골, 패스 성공률 87%(33/38), 기회 창출 3회, 피파울 3회 등을 기록했다. 평점도 8.9점으로 양 팀을 통틀어 가장 높았다.


특히 손흥민은 '파트너' 부앙가와 엄청난 호흡을 자랑하고 있다. 둘은 최근 6경기에서 각각 9골, 8골을 터트리며 LAFC가 기록한 17골을 모두 책임지고 있다. '원풋볼'은 "부앙가와 손흥민이 LAFC를 위한 쇼를 펼쳤다. 그들은 정규 시즌 단일 클럽에서 17골 연속 득점을 기록한 MLS 역사상 최초의 듀오가 됐다"라고 감탄했다.
MLS도 "LAFC의 새로운 다이나믹 듀오가 미지의 영역에 도달했다"라며 "리그 역사상 가장 비싼 이적료(2660만 달러)로 LAFC에 도착한 손흥민은 리그를 불태우고 있다. 토트넘의 전설인 그는 첫 8경기에서 8골을 터트리며 리그 최고의 공격수로 자리매김했다. 또한 그는 부앙가의 새로운 차원을 열었다. 부앙가는 손흥민이 온 뒤 10골을 넣으며 카를로스 벨라를 넘어 LAFC 역대 최다 득점자로 등극했다"라고 강조했다.
부앙가는 메시를 넘어 MLS 득점왕까지 넘보고 있다. 현재 부앙가는 리그 23골을 기록하며 득점 1위 메시(24골)를 바짝 추격 중이다. 이 때문에 손흥민이 세인트루이스전에서 페널티킥이 선언되자 해트트릭을 달성하는 대신 부앙가에게 양보하려 하기도 했다. 다만 비디오 판독 끝에 페널티킥 자체가 취소됐다.
둘은 손흥민의 LAFC 데뷔전에서도 서로를 배려해 페널티킥을 양보한 적 있다. 손흥민이 페널티킥을 얻어내자 전담 키커인 부앙가는 공을 건넸지만, 손흥민이 거절하면서 부앙가가 득점했후. 이후 부앙가는 "당연히 손흥민에게 공을 주려고 했다. 하지만 그는 원하지 않았다. 난 3번이나 그에게 '이건 네 거야'라며 첫 골을 넣을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내 공이라고 하면서 거절했다"라고 밝혔다.

숫자로 증명되고 있는 손흥민 효과다. 그는 LAFC 유니폼을 입고 8경기에서 8골 3도움을 기록 중이다. LAFC도 손흥민이 합류한 뒤로 최근 4연승을 포함해 5승 2무 1패를 달리고 있다. 1위 샌디에이고 FC와 2위 밴쿠버 화이트캡스가 미끄러준다면 극적인 서부 컨퍼런스 1위 등극도 가능하다.
이제 LAFC는 플레이오프 진출을 넘어 정상을 바라보고 있다. 만약 LAFC가 MLS컵에서 최종 우승한다면 2022년 이후 최초이자 두 번째 MLS 정복이 된다. 손흥민은 입단 기자회견부터 "LA는 챔피언의 도시다. 나는 트로피를 들기 위해 이곳에 왔다"라며 우승 각오를 다진 바 있다.
'디 애슬레틱'도 LAFC의 우승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매체는 "MLS컵으로 가는 길은 꽤나 열려 있어 보인다. 그러나 LAFC는 부앙가의 속도와 돌파 능력, 손흥민의 천부적인 움직임을 앞세워 엄청난 폼으로 플레이오프에 돌입하고 있다"라며 LAFC가 역대급 우승 경쟁에서 승자가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LAFC는 시즌 막판 대형 변수를 앞두고 있다. MLS 최고의 듀오가 된 손흥민과 부앙가를 잠시 잃기 때문. MLS는 대부분의 리그와 달리 A매치 브레이크 기간에도 리그 일정을 소화한다. LAFC는 9일 토론토전, 13일 오스틴전을 치를 예정이다.
이로 인해 손흥민과 부앙가는 각각 한국 대표팀과 가봉 대표팀 합류로 자리를 비우게 된다. 손흥민은 서울에서 브라질, 파라과이와 2연전을 준비하고, 부앙가는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아프리카 예선 두 경기를 소화하러 간다. 약 2주 정도는 손흥민과 부앙가의 흥 넘치는 합동 세리머니를 볼 수 없게 됐다.
LAFC로서는 최대 변수가 닥쳐오는 셈. 6일 열리는 애틀랜타 유나이티드전을 마지막으로 핵심 공격수 두 명을 잃은 채 경기를 치러야 하는 LAFC와 스티브 체룬돌로 감독이다. 미네소타와 치열한 3위 싸움을 벌이는 가운데 손흥민과 부앙가 없이 승점을 얼마나 획득하는지가 최종 순위에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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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LAFC, MLS 소셜 미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