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33이 '파트너' 드니 부앙가(31, LAFC)와 함께 미국 메이저리그 사커(MLS)를 휩쓸고 있다.
미국 '더 텔레그래프'는 지난달 29일(이하 한국시간) "세인트루이스 시티는 플레이오프 진출 희망이 공식적으로 좌절됐다. LAFC에 패하면서 가능성이 사라졌다"라고 보도했다.
세인트루이스의 마지막 희망을 꺾어버린 주인공은 바로 손흥민이었다. 그는 지난달 28일 미국 세인트루이스의 에너자이저 파크에서 열린 2025 MLS 34라운드 세인트루이스 원정 경기에서 선발 출전해 멀티골을 뽑아냈다. 그 덕분에 LAFC는 3-0 대승을 거두며 승점 53을 기록, 두 경기 더 치른 미네소타(승점 54)를 1점 차로 추격했다.
이날 손흥민은 전반 추가시간 박스 안까지 직접 공을 몰고 돌파한 뒤 정확한 오른발 슈팅으로 4경기 연속골을 터트렸다. 부앙가의 선제골에 이어 점수 차를 두 골로 벌리는 득점이었다. 손흥민의 추가골을 본 MLS 해설진은 "이 둘은 필연적이다(inevitable)"라며 "클래스가 다르다"라고 혀를 내둘렀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손흥민은 후반 15분 박스 안에서 가볍게 수비를 따돌린 뒤 낮게 깔리는 오른발 슈팅으로 골키퍼를 무너뜨렸다. 해트트릭도 넘볼 수 있었다. 후반 22분 세인트루이스 수비의 핸드볼 반칙으로 페널티킥이 선언됐지만, 아쉽게도 비디오 판독(VAR) 끝에 판정이 번복됐다.
이로써 LAFC 합류 이후 8경기 8골 3도움이라는 폭발적 활약을 이어간 손흥민. MLS 새 역사도 탄생했다. 손흥민과 부앙가는 최근 6경기에서 LAFC가 기록한 17골을 모두 책임지며 정규 시즌 단일 클럽에서 17골 연속 득점을 기록한 MLS 역사상 최초의 듀오가 됐다. 손흥민이 8골, 부앙가가 9골을 넣었다.
MLS는 "LAFC의 새로운 다이나믹 듀오가 미지의 영역에 도달했다"라며 "리그 역사상 가장 비싼 이적료(2660만 달러)로 LAFC에 도착한 손흥민은 리그를 불태우고 있다. 토트넘의 전설인 그는 첫 8경기에서 8골을 터트리며 리그 최고의 공격수로 자리매김했다. 또한 그는 부앙가의 새로운 차원을 열었다"라고 강조했다.

손흥민을 막지 못한 데이비드 크리츨리 세인트루이스 감독대행은 한숨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솔직히 LAFC가 우리보다 더 강했다. LAFC는 분명 승리를 거머쥘 자격이 있었다. 우리도 경기 전 철저히 준비했다. 앞으로 나아가서 용감하게, 후방에서도 공격적으로 플레이하려 했다. 하지만 오늘은 스스로 솔직해야 한다. 그냥 공을 걷어차는 것만으론 충분하지 않았다"라고 되돌아봤다.
또한 크리츨리 감독대행은 손흥민과 부앙가에게 너무 쉽게 당했다고 인정했다. 그는 "LAFC엔 선물 같은 경험이었다"라며 "상대가 선제골을 넣는다면 쉽지 않다. 심지어 우리는 전반전에 두 골이나 내줬다. 너무나 쉽게 허용했다"라고 꼬집었다.
이어 크리츨리 감독대행은 "우리가 그랬던 것처럼 공을 쉽게 빼앗겨선 안 된다. 솔직히 말해서 팀으로서 그 두 순간을 내주지 않았다면 전반을 0-0으로 마칠 수도 있었다. 물론 상대가 공을 더 많이 소유하고, 기회를 잡았으나 이후 결과는 예측할 수 없었을 것이다. 전반에 너무 허술하고 쉽게 두 골을 허용했다"라고 아쉬워했다.


다만 세인트루이스로서도 너무 자책할 필요는 없다. 손흥민과 부앙가 '흥부 듀오' 앞에서 무너지는 건 다른 MLS 팀들도 마찬가지기 때문. LAFC는 손흥민이 합류한 뒤로 최근 4연승을 포함해 5승 2무 1패를 달리고 있다. 1위 샌디에이고 FC와 2위 밴쿠버 화이트캡스가 미끄러준다면 극적인 서부 컨퍼런스 1위 등극도 가능하다.
이제 LAFC는 플레이오프 진출을 넘어 정상을 바라보고 있다. MLS도 LAFC를 전체 파워랭킹 2위에 올려두며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았다. 랭킹표에서 2주 연속 4단계를 끌어올리며 순식간에 10위에서 2위까지 점프한 것. MLS는 "LAFC가 몇 위로 시즌을 마치든 플레이오프에서 부앙가와 손흥민을 막아낼 수 있는 팀이 있을까?"라며 둘의 호흡에 주목했다.

'디 애슬레틱'도 LAFC의 우승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매체는 "MLS컵으로 가는 길은 꽤나 열려 있어 보인다. 그러나 LAFC는 부앙가의 속도와 돌파 능력, 손흥민의 천부적인 움직임을 앞세워 엄청난 폼으로 플레이오프에 돌입하고 있다"라며 LAFC가 역대급 우승 경쟁에서 승자가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만약 LAFC가 MLS컵에서 최종 우승한다면 2022년 이후 최초이자 두 번째 MLS 정복이 된다. 손흥민은 입단 기자회견부터 "LA는 챔피언의 도시다. 나는 트로피를 들기 위해 이곳에 왔다"라며 우승 각오를 다졌다. 그는 지난 시즌 토트넘에서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UEL) 우승을 차지하며 무관을 벗어났고, 이제 커리어 두 번째 트로피를 조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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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MLS, LAFC, 원풋볼 소셜 미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