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상에서도 행정 소송을 준비하며 끝내 투병을 이어오던 ‘방귀대장 뿡뿡이’ 출신 유고운 PD가 세상을 떠났다. 향년 45세.
3일 업계에 따르면 유 PD는 이날 새벽 경기 고양시 국립암센터 호스피스 병동에서 영면에 들었다. 그는 2022년 난소암 3기 진단을 받은 뒤 치료를 이어왔지만 끝내 병마를 이기지 못했다.
유 PD는 건강검진에서 암 수치 이상을 발견했음에도, 당시 두 개의 프로그램을 동시에 맡아 제때 진료를 받지 못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후 지난해 회사의 권고로 퇴사했고, 업무상 질병을 인정받고자 근로복지공단에 산재 신청을 냈다는 것.
그는 “암 진단을 받기까지 25주 동안 초과 노동 시간이 600시간을 넘었다”며 과로를 호소했지만, 공단은 지난 4월 불승인 결정을 내렸다. 결국 그는 병상에 누운 채 행정 소송을 준비해야 했다.

유 PD는 EBS 어린이 프로그램 ‘방귀대장 뿡뿡이’ 무대감독 아르바이트로 방송계에 발을 들였다. 2005년 대교어린이TV에 입사한 뒤 ‘미스터리 타임즈’, ‘키위’, ‘미술관에 간 클래식’ 등 다수의 어린이 프로그램을 기획하며 업계에서 10여 개의 상을 거머쥐었다.
한 매체의 보도에 따르면 고인은 생전 지난달에도 “저로 인해 PD들의 근무 환경이 조금이라도 바뀌길 바란다”는 말을 남기며 끝까지 방송 노동 환경 개선을 바란 바 있기에 더욱 먹먹함을 안기고 있다. 온라인에서는 “아이들을 웃게 해준 분이 이런 고통 속에 계셨다니 가슴이 아프다”, “고인의 뜻처럼 방송 노동 환경이 반드시 개선되길”, “부디 편히 쉬시길 바란다”는 추모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한편, 빈소는 서울성모장례식장 8호실에 마련됐으며, 발인은 5일 오전 7시 30분 서울추모공원에서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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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OSEN DB, E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