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때문으로 생각했다".
KIA 타이거즈가 챔피언의 자리를 지키지 못하고 허망한 8위로 최종전을 앞두고 있다. 주장 나성범은 누구보다 가을야구에 실패를 자책하고 있다. 올해는 착실한 준비를 했지만 개막 한 달만에 종아리 부상으로 이탈해 100일 넘게 자리를 비우며 팀에 주름살을 안겼다. 돌아왔지만 팀은 반등하지 못했다.
올해 성적은 81경기 타율 2할7푼1리 10홈런 36타점 OPS .830을 기록했다. 2022시즌 FA 입단 이후 가장 저조한 성적이다. 23시즌은 58경기에 출전했는데도 18홈런과 57타점을 기록했다. 올해는 겨우 10홈런에 그쳤고 최소타점이었다. 후반기 복귀해 2할9푼7리 6홈런 20타점을 올렸지만 예전의 클러치 능력은 반감됐다. 5강 탈락의 원인 가운데 하나였다.
작년에도 부상으로 자리를 비운 시간이 길었지만 우승에 기여했다. 102경기 422타석을 소화하며 타율 2할9푼1리 21홈런 80타점 OPS .868를 기록했다. 김도영 최형우 소크라테스와 함께 강력한 중심타선의 한축이었다. 규정타석 소화는 실패해도 20개 이상의 홈런으로 자존심을 세웠다.

3일 챔피언스필드에서 만난 나성범은 "작년 최고의 시즌이었지만 올해 가을야구를 못한다는게 제일 아쉽다. 개인적으로 얼굴을 들지 못할 정도의 성적이다. 23년부터 3년동안 내 자신을 보여주지 못했다. 나도 팀도 내년 시즌 반등할 수 있도록 준비를 더 단단히 하겠다"며 아쉬움과 각오를 보였다.
특히 종아리 부상을 당한 김선빈과 함께 후반기 복귀했는데도 팀은 상승에 실패했다. 그래서 더욱 자신의 탓이라고 여기고 있다. "복귀전까지 팀 성적이 좋았다. 6월까지는 팀이 반등했다. 이상하게도 나와 선빈이가 합류했는데 떨어졌다. 우리탓은 아닐 수도 있지만 선수들의 체력도 떨어진 부분도 있었을 것이다. 우리가 합류하고 순위가 떨어지다보니 우리 때문이라는 생각도 들었고 아쉬웠다"고 말했다.
올해 눈에 띠는 대목은 삼진율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305타석에서 78개의 삼진을 당했다. 거의 네 타석 당 1개 꼴이다. ABS존에 적응하지 못했다는 자가 진단이었다. "ABS가 힘들었다. 선수들이 다 느낄 것이다. 구장마다 다 다르다. 그냥 빠졌는데도 존을 거치면서 어렵게 왔다. 하이패스트볼도 양쪽 끝으로 오면 치기 어렵다. 투스트라이크 등 불리한 카운트에서 그런 경우가 많았다. 삼진도 많아졌다. 내년에는 대응을 해야한다"고 설명했다.

결국은 자신이 풀타임으로 뛰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클 수 밖에 없고 내년 시즌 준비도 거기에 초점이 맞춰있다. "중요 선수가 빠지면 팀 분위기에 영향을 미친다. 항상 부상없이 시즌을 치르자고 하는데도 부상은 한순간에 어떻게 올지 모른다. 항상 대비와 관리를 해야할 것 같다. 훈련할때도 내 몸을 더 단단하게 만들겠다. 올해는 예년보다 많이 뛰었는데 더 뛰어야할 것 같다"며 각오를 다졌다. /sunny@osen.co.kr